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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자 Dec 23. 2020

우리 동네 오픈 마켓

오픈 마켓  입점으로  삼시세끼 집밥 메뉴 바꾸기

" 엄마 오늘 점심 메뉴는 뭐야? 우리 뭐 먹어? "  하고 밥때만 되면 딸과 손자는 가끔씩 물어본다. " 글쎄, 무 먹을까." 나는 밥을 해야 하는 시간만 되면 고민이 된다. 시간은 왜 그렇게 빨리 가고 밥 먹을 시간은 어김없이  돌아오는지, 사람이 한 끼라도 안 먹고살면 좋으련만 하는 생각을 가끔 해 보지만 어림없는 소리다.


 밥 먹을 시간만 되면 남편은 정확한 시간에 " 밥 먹지."라는 말은 한다. 함께 같이 있다가도, 나는 헛웃음이 나오고 만다. 부엌을 향해  걸어가면서 긴 숨 한 번 쉬고, 혼잣말로  '아니 내가 밥으로 보이나' 밥 준비할 시간도 없이 밥을 먹자고' 말을 하니 의아스럽다. '밥이 하늘에서 떨어지나' 구시렁대면서 밥 준비를 위해 일어난다.


 사람은 날마다 때만 되면 먹어야 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진리이다. 생존한다는 것은  몸에 먹을 것을 공급해 주는 일이다. 주부란 가족의 생명인 먹거리를 책임지는 역할을 해내는 일이다. 나는 몇십 년을 이 일을 해 오고 있으니 생각하면 아득하다. 어떻게 해 냈을까. 엄마라는 이름은 모든 걸 초월하는 초인적인 정신력을 가지고 있는 거룩한 이름이다.


코로나 19로 외국에 살던 딸이 돌아가지 못하고 우리 부부와 함께 살게 되면서 내가 해야 할 일이 더 많이 늘어났다. 음식메뉴도 각기 다르다. 손자가 좋아하는 메뉴는 남편은 먹지 않는다. 딸이 좋아하는 메뉴 또한 다르다. 각기 다른 입맛을 가지고 있으니 식사를 준비하는 일이 만만치가 않다. 밥도 다르다. 팔십이 넘은 남편은 이가 부실해 단단한 것은 잘 못 드신다.  


찹쌀을 맵쌀과 반반씩 섞어 2~3시간 정도 물에 불린 후 냄비에 따로 밥을 한다. 옆에 지켜 서서 밥물이 넘치지 않도록 불 조절을 하고 누룽지를 살눌려 긇어 주어야 만족하고 좋아한다. 불 조절이 잘못되면 누룽지가 두껍고 딱딱해서 맛이 없다.  냄비밥의 오랜 노하우가 맛있는 누룽지를 만들어 낸다.  당뇨가 있는 나는 압력솥에 잡곡밥을 해서 다른 가족들과 먹고 있다.


                                             냄비 밥으로 만들어 낸 누룽지


딸은 할 일이 많다. 학원 강사 일과, 애들 과외, 또 다른 회사 재택근무도 해야 하고.  처리해야 할 일이 많으니 밤늦도록 일을 하는 게 다반사다.  세 가지 일을 혼자 해 내고 있으니 부엌에 들어와 달라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어떤 날은 나도 힘들어 두 손 들고 모르겠다고 데모라도 하고 싶으나 어쩌랴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가족들 생활은 엉망이 되고 말 테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감사하다고 나에게 체면을 건다.  나이에 내가  아프면 요양원뿐이 갈 곳이 더 있겠나 싶은 생각이 들어서 그렇다. 내가 건강이 허락되어  가족들을 건사할 수 있으니 정말 다행이라고 말한다. 산다는 것은 기쁨이 반이면 슬픔이 반이다. 그러니 사는 건 공평한 일이 아닐지 나는 혼자 생각하는 말이다.


코로나 19라는 감염병은 우리의 삶을 여러 방향 바꾸어 놓고 말았다. 코로나가 오기 전에는 딸도 집에서 세상 여유롭게 봉사생활 하며 지내오고 있었다. 그러나  갑자기 우리 생활 속에 훅 치고 들어온 코로나 19라는 전대미문의 인류 재난을 무슨 수로 막을 수가 있겠는가. 모두가 사는 게 힘겹다고 말한다.  힘겨운 건 비단 우리 가족만이 아닐 것이다.


가족들 식사를 책임져야 하는 나에게  반가운 소식이 생겼다. 우리 동네에  오픈 마켓이 들어온 것이다. 며칠이 지나도 나는 잘 몰랐다. 어느 날 엘리베이터에서 과일이며 식품을 잔뜩 사 가지고 오는 이웃이 말을 해 주어 알게 되었다. " 물건이 엄청 싸고 신선해요. 한 번 가보세요. " 다음 날 나도 한번 가보았다. 오픈마켓은  우리 아파트에서 길만 건너면  있다.


오픈 마켓은 일반적인 쇼핑몰 판매방식을 벗어나, 개인과 소규모 판매업체 등이 온라인상에서 자유롭게 상품을 거래하는 ‘중개’ 형 인터넷 쇼핑몰이다. G마켓, 옥션, 인터파크 등이 대표적 사이트로 이들은 시스템을 제공한 대가로 상품을 등록한 사용자에게서 수수료 수익을 얻는다. 오픈마켓은 인터넷 쇼핑몰에서의 중간 유통마진을 생략할 수 있어 기존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가 가능하다.


과일도 싸고 특히 야채가 엄청 싸다. 그중에서 인기 있는 품목은 반제품인 밀키 트란 음식들이다. 유통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 많이 싸다. 바로 사다가 물만 붓고 끓이는 제품들 떡 볶기, 월남쌈, 베트남 국수, 감바스, 분자, 파스타, 나는 이름도 모르는 생소한 음식들이 많다. 무엇을 사야 할지 몰라 하루는 딸과 함께 장을 보았다. 그리고 요리방법을 물어보았다.


야채 샐러드                                                                                           감바스


우리는 나이 든 세대라서 밥도 옛날 방식으로 어렵게 찌개 끓이고 나물하고 여러 가지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을 하다 보니 집밥일이 많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 참 세상은 편리해졌고 많이 변했다. 변한 만큼 나도  생활 방식을 바꾸어야 할 것 같다. 요즈음 코로나로 외식도 못하고 집밥만 먹을 수뿐이 없다.  그런 연유여서 그런지 매장에는 젊은 사람들이 더 많다. 나이 든 사람은 모른다. 새로운 음식에 대해서.


요즈음 점심 한 끼는 오픈 마켓 음식으로 대체해서 편해져 좋다. 빵 종류도 많고 값도 저렴하다. 그곳 샐러드도 신선하고, 식탁의 신세계가 펼쳐진 듯 간단해졌다. 아침이면 빵과 샐러드, 계란 하나, 과일 한 조각이면 그만이다. 이제 삼시세끼 밥에서 해방하고 싶다. 나머지 시간으로 글도 쓰고 책도 읽고 나만의 여유 시간을 많이 갇기를 희망해 본다.


우리 동에 오픈 마켓이 입점해서 생활이 편해졌다.  겨울이면 비싼 야채도 마음 놓고 먹을 수 있고, 우리 식탁도 이제는 레스토랑 부럽지 않은 메뉴를 개발해  만들어 먹으려 한다.


신은 힘들 때면 적당히 숨 쉴 공간을 마련해 주는 듯하다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 19 3차 유행으로 앞으로  다섯 사람 이상도 모이지 말라는 당국의 발표가 있다. 이 어렵고 힘든 날 견디는 일뿐이다.  견디다 보면 이 또한 지나 가리라 라는 임재범 가수의 노래를 들으며 위로를 해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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