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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자 Dec 26. 2020

당신의 조제는 누구였나요?

올 겨울 , 잊을 수 없는 특별한 영화


아침을 먹고 있는데  딸은 나를 부른다.  "엄마 이리 와보셔" "왜?"  

"오늘 크리스마스인데 그냥 집에 계시면 쓸쓸하잖아" 하면서 말을 걸어온다.

" 아빠는 싫어하시니 집에 계시라 하고 엄마하고 잔잔한 영화 한 편 보시게요." "코로나~~ 괜찮을까?"

 "조조 시간은 사람 없어요. 나 아침 시간 잠깐 비어요." 거절하면 제안하는 사람 마음 섭섭한 일이다.

코로나로 집안에만 있으려니 때때로 답답하다. 딸이 아니면 누가 같이 놀아 줄까 싶어 같이 나선다.  


조제 영화 포스터


극장에는 사람이 없다. 매표창구에 한 사람,  청소하는 사람만 한 사람 보인다. 정말 이렇게 사람이 없다니 표를 사 가지고 극장 안으로 들어가니 의자는 한 자리씩 줄로 묶어 놓고 '거리두기'라는 글씨만 보인다.  상영관에도 사람이 하나도 없 딸과 나만 있다. 어쩌면 이런 상황에 극장에 온다는 것이 이상한 일인가 싶다.


조금 후  영화가 시작되는데, 화면 가득 골목길이 보이며 바람휘돌아  나뭇잎 굴러가는 모습은 쓸쓸함이 진하게 느껴고 마음은 차분히 가라앉는다.  날씨도 차가운 가날,  젊은 남자 한 사람, 한참을 한 곳을 주시하더니 발길을 옮긴다. 언덕을 올라가는 길옆에 쓰러져 있는 사람을 보고서, 그 옆에는 전동 휠체어가 놓여 있고 사람이 길옆에 쓰러져 있다.


쓰러져 있는 사람을 보고 놀남자는 여자를 안아 일으킨다. 다리를 못쓰는 젊은 여자다. 여자는 대뜸 반말로 자기를 휠체어에 앉혀 달라고 말을 한다. 전동휠체어에 앉은 여자는 전동 휠체어를 손으로 조작해 보지만   꼼을 하지 않는다. 바가 고장이 나서 굴러갈 수가 없다.


젊은 남자는 난감한 상황에 주변에 놓여 있는 리어카를 보고 구멍가게를 들어가 이 동네 사는 사람인데 자기가 이곳 단골도 되니 손수레를 잠깐 쓰고 돌려준다고 빌려 달라고 한다. 가계 주인은 건조한 목소리로 "5000원" 그렇게 빌린 손수레로 남자는 여자를 휠체어와 함께 싣고 여자가 사는 집까지 데려다주고 돌아서려는데 여자는 " 학생 밥 먹고 가"라고 붙잡는다.


말이 없이 전개되는 화면의 영상들이 잔잔하게 삶의 현장들을 보여 주고 있다. 산다는 것은 참으로 엄숙한 시간들의 연장들이다. 여자 가 살고 있는 방안은 옛 물건들과 책들로 가득하다.  여자는 할머니와 함께 산다. 방에는 할머니가 주어온 책들이 가득하게 놓여 있다.


다리를 못쓰는 여자는 할 수 있는 일이 책을 읽고 책 속에서 정보와 지식을 얻고  상상하고 살아가는 세상 전부이다. 세상 어느 곳도 다 여행했다고 상상을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멋진 곳은 스코트 랜드라고 영석에게 말을 하기도 하면서.


서민들의 삶의 고단함이 보여지는 골목길은 옛날 우리가 살아온 시절처럼 친근하게 다가온다.  요즘 코로나로 힘든 마음이 묘하게 위로가 느껴진다. 예전 삶의 모습들이 추억이 되면서,  그 시절은 모두가 힘들어 저렇게 살았지, 하서 지금 힘든 마음을 다독여 준다. 조제의 고독하고 절제된 삶의 잔잔한 영상들이 예전 젊어서 우리들의 초상을 보는 듯하다.



사랑이란 아름답고 아프다.

                                                                             

 젊은 여자는 능숙한 솜씨로 아침밥상을 소박하게 차려 젊은 남자에게 먹으라 한다.  여자와 남자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말은 없지만 서로가 교감되는 눈빛으로 서로의 호감이 교류된다. 자취를 하는 영석은 집밥의 따뜻함이 흐믓하다.


남자는 대학을 다니고  이름은 영석이며 자취를 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하고 있다. 집밥이 그리운 영석은 아침밥을 먹고 돌아서 나오면서 묘한 감정을 느낀다. 얼마 후 커피점에서 커피를 마시다 길거리에서 페품울 줍는 할머니 도와 짐을 들고  그 여자 집을 다시 게 된다.  할머니는 학생에개 밥주라 말하고, 그리고 밥을 먹고 그 여자 이름을 물어본다. "조제"라고 불러 달라고 여자는 말한다. 말이 없고 비밀이 많을 것 같은 묘한 매력을 가진 조제에게 호기심과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조제가 상상한 스코트 랜드의 아름다운 풍경


영석이 조제의 얼굴을 만지려는 순간, 조제는 이상한 느낌을 알고 영석을 살며시 밀어 낸다. 그리고  다시는 자기를 찾아오지 말라는 말을 남긴다. 


 한 동안 발을 끓고 지내다 우연히 길거리에서 만난 복지사가 조제 할머니가 돌아가셨다고 소식을 전한다.  그 말을 듣고 조제에게  급하게 찾아가지만 왜 찾아왔냐는 조제의 이야기에 쓸쓸히 되돌아 나오는데 조제는 뒤 따라 대문앞 까지 따라 나오 가지 말고 자기 곁에 있어 달라는 말을 남긴다. 극도의 외로움과 사랑의 감정을 숨길 수 없는 조제다. 영석도 달려가 무릎을 꿇고 조제를 안아주며 사랑을 약속한다. " 그래 곁에 있어 줄께".


그렇게 시작된 두 남녀의 사랑은 사계절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잔잔하게  펼쳐진다. 설레면서도 망설여지고 행복하다가도 가슴 아픈 잊지  못할 사랑은 짧은 사랑이 애절하다. 조제는 결국 함께 할 수 없기에 영석을 보내주고 조제는 사회복지 사의 도움으로 세상 속으로 나와 당당하게 살아간다.


 영석을 대학교 때 교제하던 후배와 차를 타고 가면서 결혼을 암시하는 청첩장을 후배에게  받으며 엔딩을 하지만 영석의 쓸쓸한 느낌이 오버랩되며 뭔가 석연치 않는 기분이 느껴진다. 그건 왜 일까? 가슴에 담고 있는 잊지 못할 사랑 조제가 있기 때문이다.  맨 끝 장면 벗꽃이 휘날리는 봄날 전동 휠체어를 밀고 가는 두 사람 모습이 애틋하고 아름답다. 이 세상에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처럼 애틋한 사랑도 없다. 사랑은 아프다.



              사랑은 가장 따뜻한, 가장 바람직한 인간관계이다.  그리고  사람의 영혼을                                                                   지배하는 것이다.  또는 마음을 바친다. 마음을 준다는 표현도 있다.

              참 사랑은 숭고한 것이다. 사랑은 그리움이다. 애 닮음이다.



사람은 누구나 가슴에 잊지 못할 사랑하나씩 간직하고 살지 않을까,  당신의 조제는 누구였나요?  나는 영화를 보고 묻고 싶어 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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