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심보감 필사

2021년 1월 1일부터 명심보감 필사하기

by 이숙자


명심보감 책

< '명심보감'을 풀이하면 마음을 밝히는 '보배로운 거울'이라는 뜻이라 한다. 마음은 우리의 삶을 주재하기 때문에 마음을 밝히는 것은 곧 삶을 밝히는 것이다. 인문학을 인간의 학문이라고 한다면, 인간 자신의 문제, 다시 말해 '삶의 문제'를 밝히기 위해 존재하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작가가 말하는 명심보감을 동양 인문학의 최고 입문서라고 역설하는 또 다른 이유는 명심보감은 삶에서 동떨어진 고담준론이 아니라 우리가 직면하는 무수한 삶의 문제에 대한 성찰과 지혜를 담고 있는 책이다. 다시 말해 인간의 문제를 신의 시각과 관점이 아닌 인간의 시각과 관전에서 다루는 것이 인문학의 본질이다.> 명심보감 책 p7


2021년 새해부터 '명심보감' 필사를 시작했다. 항상 고전에 관심이 많고 공부하고 싶었으나 기회가 닿지 않고 혼자 공부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떤틀 속에 들어가지 않으면 마음뿐이지 실천을 못했다. 젊어서는 해야 할 일이 따로 있었다. 아이들 넷을 기르면서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언감생심 생각도 못하는 일이었다. 나이가 많아지니 좋은 점도 있다. 많은 삶의 무게가 가벼워지니 나를 위해 조용히 사유하고 살 수 있어 여유롭고 좋다.


일 년 동안 함께 살았던 딸네 가족이 떠나고 나를 위한 시간이 많아졌다. 결혼한 자녀와 살면서 알게 된 일이 있다. 부모라도 자녀들 삶에 깊이 관여를 할 일이 아니란 것을, 그들도 독립된 인격체로 살아가기를 원한다 는 것을, 애정이 지나치면 서로 피곤한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도움이 될 수 있는 만큼만 도와주면서 서로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각자의 그들의 삶이 있는 것이다. 자녀라 지만 어쩌면 인간은 개체인 삶이다.


나는 원래 고전과 역사에 관심이 많고 공부하기를 즐겨한다. 젊어서는 바쁘고 오롯이 나를 위한 공부를 하는 시간을 만나기 어려웠다. 항상 주어진 일에 집중하고 살아야 그때그때의 삶이 유지되었다. 그리고 혼자서 공부를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어떤 틀 안에 들어가지 않으면 가능한 일이 아니다.


지난 연말 같이 글 쓰는 선생님의 제안으로 다섯 명이 밴드를 만들고 날마다 한 챕터씩 필사를 해서 올린다.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놓치는 일이라서 살짝 긴장을 하고서. 산다는 것은 긴장을 약간 하고 살아야 살아있다는 활력을 느낀다. 마음을 놓고 늘어지면 그냥 시간이 훅 지나가게 되고 허망하다.

지난 연말까지 시니어에 나가 그림 그리는 일도 코로나로 쉬고 있다. 아주 추운 날씨에 방학처럼 쉬는 것도 썩 괜찮은 일이다. 나이 탓인지 추우면 밖에 나가기 싫다. 날씨가 좋으면 운동도 하고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좋

다. 사람들을 만나지 않는 것도 마음이 번거롭지 않아 또한 좋다. 나이 들어가며 변화되는 마음이다.


나는 아침을 먹고 설거지를 마친 후 서제로 들어가 출근하듯 책상에 앉는다. 딸에게 내어 주었던 서재가 다시 내 차지가 되었다. 책을 펼쳐놓고 노트에 연필의 사각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필사를 한다. 수천 년 중국을 움직인 인물들 삶 속으로 들어간다. 그들의 삶을 통해 인간 삶의 본질과 지혜를 공부하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새삼 깨닫는다. 몰랐던 세상을 이제야 만난다.


세월이 많이 지나도 인간 삶 철학의 바탕은 바뀌지 않는다. 고전을 통해 삶의 가치와 의미를 재 발견하고 삶의 지혜를 깨닫게 된다. 공부를 하면서 드는 생각은, 진즉에 공부를 좀 했으면 잘 못된 우를 범하지 않고 살았을 걸 하고 후회를 해 보지만. 다 지난 간 날들이다. 이제라도 명심해야 할 부분을 새겨두려고 한다.


필사 중 마음에 와 닿는 한 부분을 여기 옮겨 본다.

지혜로운 삶을에 대하여 한편이다.


다른 사람이 나를 헐뜯어도 귀먹은 척하며 옳고 그름을 따지지 말라

나라를 몰락에 빠뜨릴 뻔했던 곽애와 승평 공주의 부부싸움 이야기.



<(아약피인 매) 라도 ( 양롱 불분설)하라. ( 비여 화소 공)하여 (불구자 연멸)이라, (아심 등 허공)이나 (총 이번 순설}이니라.

내가 만약 다른 사람에게 헐뜯음을 당한다고 해도 거짓으로 귀를 먹은 척하며 옳고 그름을 가려 말하지 말라. 비유하자면 마치 불이 허공에 타다가 애써 끄지 않아도 저절로 꺼지는 것과 같다. 내 마음은 허공과 같은데 , 줄곧 너의 입술과 혀만 뒤집어질 뿐이네.


이야기는 이렇다. <중국 당나라 8대 황제 대종과 신하 곽자의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이다. 황제 대종의 딸과 곽자의 아들이 결혼을 해서 살고 있었는데 하루는 두 사람이 부부 싸음을 하면서 곽자의 아들이 화가 나서 공주인 대종의 딸 승평 공주에게 자신의 집안이 아니었다면 당나라는 망하고 황실을 온전하지 못하고 그리고 마음만 먹었다면 자신의 아버지가 황제에 오르 수도 있었다는 소리를 하고 말았다.


곽자의는 당나라가 위급할 때 나라를 구한 장수요 공신이었다.


아무리 부부싸움 도중 나온 실언이라도 황제 자리까지 말한 부분은 멸문지화를 당할 수도 있는 반역행위라서 곽애의 언행에 분노한 공주는 아버지 인 대종에게 가서 일러바쳤지만 대종은 " 내 남편의 말이 틀린 말이 아니지 않느냐" 하면서 조용히 타이른 다음 돌려보냈다.


그러나 사우 사건의 전말을 들은 곽자의는 사안의 중대성을 볼 때 그냥 지나갈 수 없다는 생각에 바로 대종을 찾아가 알현하고 사죄하게 되었다. 이때 대종은 " 속담에 바보가 아니고 귀머거리가 아니면 가장 노릇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 말이 있지 않습니까. 아녀자들이 규방에서 하는 말까지 하나하나 신경 쓸 필요가 있겠습니까!"


이때에 대종이 사위 곽애와 딸 승평 공주가 하고 오고 간 말의 진위 시비를 따졌다면 , 당나라에는 무시무시한 피바람이 몰아쳤을 것이다. 부부싸움이 한 가문은 물론 황실과 나라를 몰락의 위기에 몰아넣을 수도 있었던 일을 대종은 이 문제를 바보처럼 알아도 모르는 척, 귀머거리처럼 들어도 못 들은 척' 처리해서 나라와 집안을 구했다는 이야기이다. >


나도 지난날 도리 켜 생각하면 가깝던 사람이 온당치 못한 일로 나를 헐뜯었을 때 가만히 있지 않고 분개해서 따졌던 일이 생각이 난다. 그 결과는 좋았던 인연은 금이가고 말았다. 지금 생각하니, 그냥 모르는 척, 귀머거리 인척. 했었더라면 하는 아쉬운 생각이 남는다. 지금이야 나이 들어 웬만한 일이 있으면 참아지고 모르는 척 하지만 혈기 왕성한 젊은이 시절은 용납이 안될 때도 있었으리라.


공부를 한다는 것은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진정한 자아를 만나기 위한 일이기도 하다. 자기중심적인 생각에서 내려놓고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본다면 의외로 쉬운 답이 나온다. 자기가 살아가는 길을 맑고 밝게 순수한 마음으로 살 수 있음은 알게 되는 일은 자기 마음 안에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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