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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뭇거릴 시간 이 없습니다

남편과 함께 진천 롱 다리 축제 관광을 다녀와서

by 이숙자

새벽 5시 30분, 알림이 울린다.


아침잠이 많은 나는 일찍 일어나는 것이 고문과도 같다. 이 토록 일찍 일어나는 이유는 남편과 함께 진천 농다리 축제 관광을 가기 위해 서다. 남편은 가끔 씩 친구와 셋 이서 관광차를 타고 놀러 를 다니신다. 그런데 이번에는 같이 가기로 악속 된 친구 두 분이 일정이 있다고 취소하게 되어 남편 혼자 남게 되었다. 다른 때는 그런 경우 남편도 포기를 했는데 이번만은 달랐다.


남편은, 관광 갈 때마다 나보고 같이 가자는 말 한마디 없었지만 어제는 달랐다. "당신도 함께 가지" 차에 많은 사람들이 있어도 같이 가는 일행이 없으면 외롭고 재미없다. 그 말을 듣고 몇 번을 망설이다가 그래, 같이 가야지, 남편을 혼자 보낼 수는 없었다. 내가 망설였던 이유는 차 타는 시간이 너무 길고 밤늦게 도착하는 일정이 피곤하기도 하고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내가 생각할 때, 그 관광이란 것이 순수한 관광 목적이 아니라 건강식을 판매하는 공장을 견학하고 물건을 흥보 하면서 판매하는 곳을 들려야 한다는 부담이 있어서다. 그런 연유에서 하루 관광비용도 적은 금액이다. 그러나 사람들에게는 나름 인기가 있는 관광이라고 말한다. 예전과 달리 지금은 국내 여행하는 여행사가 지방에는 거의 없어졌다.


아침 6시 40분, 차에 오르면 김밥과 물을 제공하고 건강식 생산하는 공장을 견학 후 점심은 한식 뷔페를 먹는다. 저녁은 차 안에서 따끈한 찰밥이 준비되어 있어 이른 저녁까지 먹을 수 있어 이건 보너스다. 부부 팀이 몇 팀 있었는데 밥상 차리는 일을 신경 쓰지 않아 이보다 편한 일은 없다.


더군다나 가이드의 친절함과 차 안에서는 지루하지 않게 음악을 들려주고 여행하는 여유를 느끼도록 어떤 방해도 없었다. 사람들도 많지 않은 20명 정도다. 군산과 익산에서 사람들을 모집해 어쩌다 한 번씩 가는 관광 여행이라 한다. 나는 나이 든 사람들이 많겠지 생각했는데 의외로 젊은 중년 여자분들이 더 많았다.


나는 평소에 그런 여행을 왜 하나.라고 부정적이었는데, 오늘 나도 그 여행의 그물에 걸리고 말았다.


건강식품 회사 두 곳을 방문했지만 한 곳에서는 아무도 사지 않았고 다음에 찾아간 곳은 우리에게 친숙한 건강식이라 호감도가 좋아 사는 사람이 의외로 많았다.


나는 몇 번을 망설이다가 "여보 우리도 살까?" 하고 남편에게 물으니

"당신 알아서 해" 평소에는 물건 사는 걸 거부하시는 남편의 대답이 의외였다.

아, 그동안 사고 싶은 걸 참으셨구나. 아마도 내가 관광 가실 때마다 물건 사지 말라는 부탁 때문이었던 것 같다.


결국 남편과 함께 먹을 건강식을 사고야 말았다. 돈 액수는 꽤 되었지만 먹고 건강 잘 챙기면 되지, 평소에는 우리를 위해 건강식을 챙겨 사지 못한다. 그게 나이 든 세대 들이다. 가끔 혼자 관광 다녀올 때 빈손으로 왔던 남편은 오늘은 남편이 좋아하는 건강식을 사고 난 후 흐뭇해하신다. "그래, 돈은 쓰고 싶은데 쓰는 거야"라고 마음을 편하게 생각했다.


버스 맨 앞자리에 앉아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들이 시원하다. 예전에는 중부 고속도로만 서울을 올라 다녔는데 오랜만에 달려보는 그 길이 감회가 새롭다. 딸들 서울로 대학 보내고 숱하게 올라 다니던 서울 올라가는 길. 길은 달콤한 추억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어 그 날들 기억이 자꾸 떠오른다. 휴게실 이름마저 정겹다.


충북 진천이란 곳에서 농 다리를 보는 것도 처음 일이다. 축제 마지막 날이라고 천막 부스를 한번 돌아보니 눈길이 가는 곳은 없었다. 대체적으로 한산하다. 무얼 좀 사 먹을까 해도 딱히 사 먹고 싶은 것이 없다. 휴일이라서 그런지 관광객은 많았다. 햇살은 뜨겁고 여름이 온 듯 덥다.


남편과 나는 손은 잡고 천천히 걸어 말만 듣던 진천 농 다리를 건넌다. 물살이 제법 세다. 물이 잘 흘러가도록 특이한 공법으로 돌을 쌓아 놓아 장마에도 돌이 쓸려 가지 않는다고 한다. 조상들의 지혜가 놀랍다. 천년의 신비를 간직한 지방 유형 문화재로 고려 초, 임 장군이 축조했다고 전해 오고 있다.


진천 농다리롱 다리를 건너는 사람들


얼기설기 얽었다 하여 롱 다리, 하늘에서 보면 거대한 지네가 물을 건너가는 듯한 형상이라 하며 지네 다리 라 고도한다. 특히 눈이 쌓인 설경을 '농암 모설'이라 하여 진천의 여덟 가지 아름다운 경치 상산 팔경 중 하나라고 한다. 우리는 농 다리를 건너 용의 형상이 있는 곳까지 올라갔으나 오르 막 길이 걷기 힘들고 출렁다리를 건너 호수를 한 바퀴 도는 걷기는 일찍이 포기하고 내려와 행사장 쉼터에 앉아 쉬었다. 휴일이라 그런지 사람들도 많았다.


농 다리 곁에는 인공 폭포가 있다


농 다리가 옆에 있는 넓은 잔디 광장에서 인공 폭포를 바라본다. 그늘 벤치에 앉아 시원한 음료수를 마시며 잠시 고단함을 내려놓고 말없이 멍 때리는 순간도 여행의 묘미다. 나는 남편에게 물었다.


"당신은 왜 이런 여행을 하세요?" 하고 물으니


"지금 자연 속에서 마음을 쉬고 이곳저곳 구경을 하니 얼마나 좋아, 집에 있으면 답답해, 우리는 이제 머뭇거릴 시간이 없어, 부지런히 돌아다녀야지." 그나마 다리 아프면 돌아다니지도 못해." 사실은 그 말이 맞는 말이다. 남편의 말을 듣고 마음이 저려온다. 아, 남편은 그 생각으로 여행하듯 관광버스를 타셨구나.


나이 든 세대는 자가용으로 여행하기도 힘들고 인터넷 보고 일정 짜는 것도 어렵다. 그렇다고 살기 바쁜 자녀들과 여행 일정을 맞추는 건 더욱 힘든 일이다. 누가 우리의 삶의 외로움을 채워 줄 것인가.


부모인 우리는 잘 알아서 행복한 일을 찾아 즐기면 되는 것이다. 하루 일정이 부산하고 힘들었지만 시도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일. 밤에 남편이 한마디 하신다. "당신과 같이한 오늘 하루 좋았어" 노년이 되면 외롭다. 우리 삶의 빈 공간은 우리가 채워 가야 한다. 관광차 타는 이유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부지런히 우리만의 추억을 만들기를 희망하며 하루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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