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문인의 밤

제15회 신무군산 문학상 시상식과 군산 문학 출판기념회

by 이숙자

딱 한 장 남은 달력이 외롭다. 12월이란 달력의 숫자는 한해 마지막을 상징하는 것처럼 바라만 보아도 마음 안에 찬 바람이 불어오듯 쓸쓸함이 묻어난다. 이 달도 중순을 향해 달려가고 며칠만 지나가면 다시 새로운 해가 시작하게 되고 가는 세월이 참 무심하다.


11월이 오기 전 11월 달력에 꽉 채워진 일정을 보면서 어떻게 소화할지 잠시 마음이 무거웠다. 하루하루 시간이 지나고 마무리되어 가는 과정을 보면서 모든 일은 시간이 가면 지나가게 되어 있구나, 하면서 안도하고 걱정을 내려놓는다. 돌아오지 않는 일을 미리 걱정했던 나의 예민함도 함께. 성향이 느긋하지 못한 나는 때론 걱정을 사서 하고 사는 편이다.


내 일정은 11월까지만 바쁘고 12월은 한가할 줄 알았다. 12월은 놀며 쉬며 그동안 읽지 못해 밀린 책이나 읽으며 보내려 생각하니 마음이 먼저 여유로웠다. 그러나 세상사 일이란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었다. 갑자기 가야 할 곳이 생기면 참여해야 했고 제일 신경 쓰였던 일은 문화재단에서 창작 지원금 받아 책 출간한 정산이었다. 공적인 돈을 받아 쓴다는 것은 얼마나 까다로운지 다시는 지원금 같은 걸 받아야겠다는 의욕이 싹 사라졌다.


정산은 다행히 딸 도움으로 잘 마무리했다. 무용도 끝났고, 수업받던 시 낭송도 잠시 방학을 했고, 한길 문고 책방에서 글쓰기도 곧 방학을 할 것이다. 어반 스케치 역시 방학이다. 그동안 일이 많아 결석을 많이 했지만 마음 한편이 편하지는 않았다. 이젠 바빠서 미루어 왔던 책 읽기와 글쓰기만 하면서 겨울을 날 것이다.



연말이다 보니 여기저기 마무리하는 송년 모임이 잦다. 어제는 문인협회 송년의 밤이었다. 나이 듦이란 가야 할 자리 가지 말아야 할 자리를 잘 구분해서 참석하려 한다. 또 다른 점은 가까운 지인과 동행이 마음을 든든하게 한다. 어느 곳을 가든 가까운 사람이 없으면 뻘쭘하고 낯설다. 나는 성향이 내향적이기도 하지만 누구와 쉽게 어울리지도 못한다. 말이 많은 것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지인 선생님의 차를 타고 행사장에 도착을 하니 회원들도 많이 참석을 하셨고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우리 시 낭송 부회장님의 감미로운 시 낭송을 듣는 시간은 마음을 촉촉이 적셔준다. 언제 들어도 묵직한 목소리로 낭송을 하는 부회장님, 개인의 달란트다. 오프닝 행사로 재즈 음악의 감미로움에 귀를 적신다. 이런 시간들이 젊은 감성에 젖어 참 좋다.


문인협회에서는 12월 마지막 달은 회원들의 글을 모아 매년 책을 출간을 해 오고 있다. 그 책 안에는 내 글도 실려 있어 책을 바라보는 마음도 특별하다. 군산 문인들의 일 년 활동과 시와 수필 등 글 응모를 해서 수상자도 발표를 하는 자리다. 올해는 대상은 시 부분 '군산 바람에 새긴 시간- 초현실의 파편'이란 시가 대상을 받았다. 좋아 보였다. 상금도 상당히 많았다.


문인협회 회원 중, 올 한 해 책 출간한 사람들은 무대로 불러 작은 선물 나눔도 했다. 생각지도 못했는데 나도 그 자리에 낄 수 있다니, 나이 들어 어쩌다 글 쓰고 이런 자리에 참여도 할 수 있고 내 노년 삶의 마당은 글로 인해 더 넓은 세상과 연결을 하며 살고 있다.


글쓰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다듬어지는 언어는 사람의 가슴으로 번져와 뚜렷하게 새겨지고 말은 쉽게 잊여지지 않는다. 말은 사색과 감정을 담아내는 그릇이다. 문인의 밤, 오랫동안 문학의 언저리에서 방황하던 나는 노년이 되어서야 문학의 세계에 발을 담그고 새내기 노릇을 하고 있으니 아무도 모르는 내 삶의 여정이다.


늦었지만 천천히 나만의 속도로 문인 선배들의 뒤를 따라가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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