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나의 도전은 언제 끝날까

배움의 열정이 모인 곳, 봄날의 책방에서 '군산 인문학당 발대식'을열다

by 이숙자

26일 올 겨울 들어 처음으로 기온이 영하 20도로 내려간다는 뉴스다. 티브이 뉴스에서 그 말을 듣는 순간부터 추위가 느껴졌다. 아침 일어나 창문 열고 밖을 내다보니 25일 밤 요란했던 바람과 눈 내렸던 풍경은 평온하다. 다행히 눈은 자동차 위에만 하얗게 쌓여 있고 길거리에는 눈이 쌓이지 않고 말끔하다. 젊어서와 달리 눈이 오면 멋진 감성은 사라지고 길이 미끄러워 외출을 못하지 않을까 걱정부터 하게 된다.


이날은 봄날의 책방에서 군산 인문 학당 발대식이 있는 날이었다. 발대식이라고 하니 무슨 거창한 단체의 모임 같은 느낌이 들지만 사실은 그런 모임은 아니다. 단지 문화 예술을 좋아하고 지역 공동체 일원으로서 인문과 자연의 균형과 상생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모임이다. '문학을 기본으로 한 다양한 인문학 활동이 지역사회에 유익하고 선한 영향력으로 번지고 회원들 간의 배려와 섬김이 본이 되기'를 목적으로 한다.


이 모임의 선장 격인 분은 말랭이 마을에서 책방을 운영하면서 얻은 노하우와 몇 년 동안 공부하고 실천해 온 여러 가지 소양을 바탕으로 학당을 시작하신 것이다. 단 며칠 만에 회원 30명을 모으고 첫 만남을 하고 며칠 사이 발대식을 하는 기염을 토해내셨는데, 대단하다.


배움에 열망을 가지고, 자기 계발을 하고자 노력하는 분들의 행동 또한 놀랍다. 모임에 차출된 분들은 각 분야에서 이미 실력을 쌓은 인재들이다. 나이는 거의 60대부터 80대까지, 80대는 나 혼자로 알고 있다. 문화 예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서로 상생하고 지역에 선한 역할을 하려 한다.


모인 분들 중에선 아는 분도 계시고 모르는 분들도 계신다. 그러나 추구하는 가치가 맞는 사람들의 만남이라서 별로 불편하거나 어색한 분위기는 아니다. 밖에 날씨는 추웠지만 책방 안의 온도는 열기가 넘쳐 훈훈했다.


군산 인문 학당 발대식전 행사 봄날의 산책 책방


식전 행사로 가야금을 타시는 분이 연주를 해주셨다. 은은한 가야금 소리와 익숙한 진도 아리랑 노래, 모두가 떼창을 할 정도로 열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흥겨웠다.


책방 대표가 정관을 읽어 주고 질의 시간을 가졌다. 점심을 먹고 동아리 방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누구는 펜화를, 누구는 디카시를, 누구는 시 필사를, 영어 회화를... 다양한 동아리 방이 금세 만들어진다. 6~10명까지, 나도 놀랐다. 30명 회원 안에는 시인도 계시고 펜화 그리는 분, 영어 학원 원장, 가야금 연주자도 계시다. 독서 동아리 모임, 시 필사, 에세이 글쓰기 등 금방 몇 시간 만에 동아리들이 만들어졌다. 종합 예술인들이 모인 곳이 아닌지 의심이 갈 정도다.


동아리가 만들어지고 총무를 뽑고 날짜를 맞추고, 일은 일사천리다. 무슨 일이든 해 낼 것 같았다. 나도 엉겁결에 꼭 하고 싶었던 펜화와 디카시 쓰기, 영어 회화 세 가지 동아리에 신청을 했다. 한 사람이 대체로 세네 과목을 신청했다.


무엇 때문에 이들은 배움의 현장으로 달려가고 있을까?


생각해 본다, 이 분들의 배움에 대한 열정과 자기 계발의 도전에 대해서. 이 나이대가 되면 여성들은 가정 일의 제약을 벗어나 자유의 몸이 된다. 곁에서 불편하게 했던 시댁 식구들과도 거리가 멀어지고 자녀들은 독립을 한 비교적 자유로운 세대들이다.


그렇다고 어릴 적 추억의 관계로만 삶을 채우기에는 허무할 것이다. 나이 들수록 많은 사람과의 교류보다는 자기 계발에 더 신중하고 시간을 할애하려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어쩌면 나를 찾기 위한 하나의 여정이며, 자기 삶의 주인이 되어 세상 속에서 당당히 살고 싶은 욕구가 반영된 것은 아닐까. 지금까지는 가족들에게 자기 시간을 부어 주고 희생했다면 나머지 삶은 자기 주도적으로 살고자 하는 욕망이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누가 뭐라도 해도 당당한 나를 찾고 나이와 비례해서 찾아오는 황혼의 허무함은 줄이고 좋아하는 일에 몰입하고 산다면 그보다 더한 즐거움이 어디 있겠는가.


인문학당을 개설한 책방 사장님인 선장님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그분의 놀라운 추진력에 박수를 보낸다


나는 올 한 해 바쁘게 살아와서 내년이면 줄일 수 있는 일을 줄이고 좀 한가롭게 여백을 즐겨야지,라고 마음먹었는데 일이 더 늘어날 것 같다. 어쩌겠는가, 사람 사는 일은 다 때가 있다. 더 나이 들기 전에 다람쥐가 겨울 양식을 준비하듯, 할 수 있을 때 부지런히 공부해서 저장해 놓기 위해 게으름을 피우지 말아야겠다.


필요 없는 인간관계를 피하면서 에너지를 아끼고, 내가 좋아하는 일에 밀도 있게 집중하는 건 내 삶을 더 단단하게 만들기 위함이다. 나는 80대지만 아직도 배움에는 목이 마르다. 나의 도전은 언제 끝날 것인가, 그게 나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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