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대 시인님의 달력 선물을 받고 그린 그림
설렌다는 말은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특별한 감정일 것이다. 설렌다는 말만 들어도 풋풋하고 싱그럽다. 그 뜻은 마음이 들뜨고 두근거리며 기대감으로 가슴이 뛰는 상태를 의미한다. 특히 기분 좋은 기대감이 있을 때 설렘은 떨리는 현상을 느낄 수 있다.
설렘은 세월과 함께 많이 퇴색되어 가고 있다는 걸 느낀다. 이 나이에 설렘이 있을까, 생각해 보니 아직은 누군가가 그립고, 보고 싶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꾸준히 도전하는 행위는 아직도 삶에 대한 의지가 잠재하고 있다는 표현이다 기대감이 남아 있다는 것은 살아 있음의 증명이라서 얼마나 다행인지,
설렘은 나이와 무관하게 살아있는 자 만이 느낄 수 있는 예민한 마음의 파동일 것이다. 지금 나는 설렘을 자주 느끼는 현상은 아니다. 여행을 가거나 좋은 사람을 만나거나 좋아하는 일을 마주 하거나 마음을 울리는 음악을 들으며 마음으로 느끼는 여러 감성들은 때론 무언지 알 수 없는 슬픔의 늪을 헤맬 일 때가 있다. 무엇이라 꼭 집어 표현하기는 어렵다.
맛있는 차를 만나 우려 마시는 즐거움도 내 삶에서 설렘이다.
나는 꽃을 좋아한다. 그것도 화원의 꽃 보다도 들에 핀 이름 없는 야생화가 더 좋다. 누가 보아주는 사람이 없어도 홀로 피어 홀연히 지고 마는 꽃의 애절함과 고독이 마음에 와닿는다. 나는 화가는 아니지만 놀이 삼아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며 꽃그림만 있으면 흉내를 내어 그림을 그린다. 그려 놓고 혼자서 좋아하고 말을 걸어 보기도 한다. 참 독특한 취향이다.
지인 중에 꽃집을 하는 분이 계신다. 어느 날, 꽃 달력이 있다고 말을 해서. "그래요? 그럼 달력하나 구해 주세요.' 그 말을 듣고 다음 만날 때 꽃 달력을 가져오셨다. 나는 달력을 받고서 그림이 예뻐 마음은 벌써 설렌다. 내가 그릴 수 있을까. 하면서 달력을 받아가지고 집으로 돌아오면서도 자꾸만 꽃 달력 그림들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설렘은 기대와 연결된다. 떨림까지는 아니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 꽃과 하나 되어 꽃 그림을 그린다. 지금 이 나이에 하고 싶은 것, 재미있는 것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설렌다. 그래, 살아 있음에, 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잘 그리고 못 그리고는 차후 문제다. 좋아하는 걸 즐기면 되는 일이다. 나이 들어 가장 가져야 할 일 첫 번째가 자기가 혼자서도 놀 수 있고 몰입할 수 있는 일이 있어야 외롭지 않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나는 노트 하나를 꺼내서 꽃을 입시생이라도 된 듯, 밤늦게 까지 그림을 그린다. 남편은 티브이하고 거실에서 노시고 나는 서제에서 그림을 그려놓고 바라보며 흐뭇하다. 다만 아쉬운 것은 종이 질이 좋으면 색의 음영을 더 잘 표현할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꽃 그림을 그린 작가는 김 주대 시인이신데 그림과 함께 짧은 시가 멋지다. 나는 잠시 시인의 작품을 흉내만 내며 그림을 그리며 놀고 있다. 한 번도 뵙지는 않았지만 김주대 시와 그림을 좋아한다.
사람이 늙지 않은 비결은 공부하고 성장을 멈추지 않은 일이라고 노학자이신 김형석 교수님은 말씀하신다. 나는 젊게 산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그것은 내가 배움을 멈추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며 도전하며 사는 일 일 거라 생각한다. 이 나이에 성장하기 위한 일 보다 나는 좋아하는 것을 즐기는 것일 것이다.
예전 어려웠던 청소년기 못해 본 공부를 마음껏 할 수 있음이 곧 축복이다. 모든 여건이 되어있어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들, 다행히 나는 공부하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즐겁다. 앞으로 남아 있는 나의 삶은 공부하며 하고 싶은 일들로 채워 갈 것이다.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