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비 오는 날

비 오는 날, 글을 쓰며 삶의 조각들을 줍는다

by 이숙자


겨울은 반드시 봄을 데리고 온다. 인생도 그렇다. 겨울을 지나면 봄이온 다는 의미일 것이다. 새해가 엊그제였는데, 시간은 과녁을 향해 날아가는 화살과 같다. 3월은 봄이 시작하는 달이라서 여기저기에서 매화가 피고 남녘에는 동백과 산수유도 피어나기 시작한다는 소식이 전해온다. 아직도 내 마음은 겨울을 보내지 않았는데 봄이 왔다고 말을 한다.


어제부터 날이 잔뜩 흐리더니 오늘 비가 오고 만다. 봄을 알리는 봄비 같다. 많은 생물들이 봄비를 반가워하는 듯 나무들은 촉촉이 젖어 봄을 맞으려 준비하고 있다. 곧 있으면 잎이 피어나고 꽃도 피어나겠지. 계절을 누가 기다려 주지 않아도 어김없이 오고 가는 순환의 법칙에 따라 이어진다. 참 자연은 신기하다.


비가 오니 마음까지 치적 치적 기분이 가라앉고 생각이 많아진다. 하루 종일 비는 그칠 기미가 없이 베란다 유리창에 눈물이 흘러 내리 듯 빗물이 흐르고 있다. 예전에는 비 오는 날은 낭만에 젖어 '비 내리는 날의 수채'와 같은 노래를 듣곤 했지만 세월 따라 나이가 들어가니 아름다운 감성이 사라지려고 한다.


오늘 우리 집 셋째 사위 생일이다. 어제부터 잊지 않으려 가족 카톡방에 공지한다. 그래야 가족들이 잊지 않고 축하 메시지를 전하기 때문이다. 모두가 사는 게 바빠 가족 생일도 잊어버리기 쉽다. 가족이란 본디 나를 기억해 주는 존재들이며 서로 마음을 기대며 살아간다.


가족은 세상을 살아내는 힘이다. 특히 요즘 사람들은 복잡함을 싫어한다. 사는 게 바쁘고 힘이 들어서도 그렇다. 모두가 자꾸만 마음 문을 꽁꽁 걸어 잠그고 자신만의 세계 속에 외롭게 살고 있다. 서로 마음을 다치지 않기 위해서 그렇기도 하고 신경 쓰는 일이 많으면 피곤하다.


나는 아침을 서둘러 먹고 사위에게 축하 전화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하는데 카톡방에 사진이 뜬다. 사진을 보니 차와 샌드위치와 과일 몇 조각, 단조로운 식탁이다. 내가 시어머니 라면 마음이 어떠했을까 싶다. 나는 사위에게 전화를 했다. " 유 서방, 생일 축하해"라고 말하고서 " 왜 미역국에 밥 안 먹고 빵을 먹어, 생일날에" " 아~~ 저녁에 해 준다고 했어요. 가족 편한 게 제일이지요"라고 사위는 대답을 한다.


그 말을 들으니 마음이 짠하다. 생일 아침에 미역국에 밥을 먹어야지, 그러나 그건 내 생각이다. 서로가 생각이 다르고 그들만의 라이프 스타일이니까, 존중해 주어야 한다. 우리 방식대로 살라고 강요는 서로 불편한 마음만 초래한다. 충고의 말을 하면 충돌이 일어나기 십상이다. 우리 세대와 다른 그들만의 삶이다. 이젠 마음을 비우고 나만의 삶을 살아가려 한다. 그래야 서로 편하다.


내가 글을 쓰기 전에는 몰랐던 일이다. 자꾸 자녀들에게 내 생각과 나의 삶의 방식의 옳음을 주입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그 방법이 옳지 않음을 뒤늦게야 알았다. 책을 읽고 더 넓은 삶에 방법을 알게 된 이유에서다. 글을 쓰면서 알게 되는 일이 많다. 자꾸 비워내고 내 삶의 방식을 바꾸는 게 현명하다.


마음을 비우니 담담해지고 편안하다. 사람은 누구나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제는 사람들과도 자꾸 거리를 둔다. 처음에는 혼자인 듯 외로웠는데 습관이 되니 그것도 마음이 가지런하고 편안하고 번잡하지 않아 좋다. 나이가 많아지면 나이와 맞게 살아야 한다. 이곳저곳에 다니며 많은 말을 하는 것도 좋은 모습이 아니다.


특히 나이 든 세대들이 모이면 자기 방식대로 자식과의 관계를 옮고 그름을 판단하며 속단을 한다. 삶의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니까 할 말은 없다. 그러나 나는 내 몫의 삶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기는 싫다. 나는 내 방식대로 행복하기 위한 삶을 선택한다. 내 몫의 행복은 따로 있다. 내 안에서 존재 이유를 찾고 나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찾으려 한다. 매 순간 열정과 꿈을 안고 열심히 살다 보면 나의 정체성을 알고 당당히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그동안 몰라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이제는 내 남은 시간은 내가 잘 간수하면서 시간낭비를 하지 않기로 한다. 비는 오는데 생각은 그치지를 않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이 많아진다. 나는 내면 깊숙한 곳에서 나의 삶을 정리하면서 상념이 멈추지를 않는다. 창가에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상념의 늪을 거닐고 있는 나는 참 한가롭다.


빗소리를 들으며 오늘 기분은 행복으로 정하고 나는 나하고 논다. 모든 것은 지나가는 것. 주어진 내 삶에 만족을 한다. 세상만사 마음먹기에 달려있다.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가 삶의 질이 달라진다. 모든 것은 오로지 마음이 지어 내는 '유심조'와 같은 의미다. 유심조란 세상만사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란 뜻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치과 치료를 받고 알게 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