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마시고, 팥죽 먹고, 수다 떨고

'명심보감' 필사 선생님과 차 마시고 팥죽 먹고 수다 떨기

by 이숙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카톡방이 몇 개 생겼다. 꼭 연락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 하나는 '명심보감' 필사는 팀이다. '명심보감을 한 챕터씩 날마다 필사를 해서 밴드에 글을 올린다. 필사가 쉽지는 않다. 자신과의 싸움이며 인내와 의지가 필요하다. 필사는 힘들기도 하지만 성취감도 느끼고 재미있다.


'카톡"

'명심보감' 필사 카톡방에 이름이 뜬다. 모니카 선생님에게서 온 카톡이다.

"요즈음 일에 치여 글도 못쓰고 책도 못 읽어요. 힘내야 되는데 일에 치여 사는

일상입니다. 아이고야, 힐링이 필요한데 방법이 무엇 인지요?"라고 모니카 선생님이 묻는다.


나는 바로 카톡에 답을 했다.

"시간 될 때 차 한잔 해요, 언제든지 콜입니다. 누구든지, 원하는 사람은...

한 사람만 지적하면 다른 사람이 섭섭할 수 있으리란 생각부터 하게 된다. 어떤 때는 의도치 않게 누구를 섭섭하게 할 수도 있어 말을 할 때는 신경을 쓴다.


나이 들가면서 매사에 조심을 하고 산다. 사람이 모이는 곳도 내 자리가 아닌 곳에는 가지 않으려 한다. 그렇다고 야박하게 마음 문을 닫아 놓지는 않는다. 가끔이면 다른 사람에게 내 시간도 나누어 줄 여유를 가져야 할 때가 있다.


나는 "녹차 준비는 내가 할게 서점에서 만나 차마셔요"라고 카톡을 보냈다.

" 차 마시고 싶어요" 라며 바로 금방 답이 모니카 선생님에게서 왔다.

"좋아요. 번개 모임 합시다. 다음날 11시경, 오케이?" 단 숨에 약속이 이루어졌다. 사람이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바로 움직여 실행해야 한다. 글쎄, 하고서 머뭇거리면 김이 빠지고 재미가 없다. 시간이란 그 시간에 맞는 기운이 있다. 때가 넘어가면 소용없는 일이다.

필사를 하도록 주선해 준 모니카 선생님은 열정과 의욕이 넘치고 에너지가 많은 분이다. 영어학원을 운영하며 봉사 활동도 열심히 하며 살고 있다. 모니카 선생과는 서점에서 책을 출간하면서 알게 된 사이다. 개인적인 긴 대화는 해 본 적이 없지만 사람은 말을 하지 않아도 그 사람에게서 전해지는 느낌으로 알 수가 있다. 소통은 마음을 나누는 대화를 하면서 이루어진다.


사람은 살면서 가끔이면 향기 가득한 사람의 정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인생의 기쁨은 단순함에서 온다고 했다. 너무 복잡한 마음을 피하고 사람과의 친밀한 관계를 위해서는 마음을 내어주는 것도 사람 사는 일 것이다. 사람은 관계 속에 살아야 기운이 돋는다. 사람과의 교류도 삶의 한 조 각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차방에 들어가 대 바구니에 차와 찻잔을 준비하고 서점을 향했다. 서점에는 항상 좋은 에너지가 넘친다.


모니카 선생님을 만났다. 음악을 들으며 녹차를 우려 차를 마시며 처음으로 그분의 살아왔던 이야기를 들으며 차를 마신다. " 아침 일찍 엄마와 수영을 다녀왔어요. 바쁜 일상이지만 엄마가 부르면 맨 먼저 달려가 엄마와 시간을 같이해요." 그 말 한마디에 그 사람의 마음을 알 수가 있다.


살아갈 날이 많지 않은 엄마를 위한 사랑에 마음이 뭉클하다. 선생님 어머니는 나 보다 한 살 더 많으신 분이다. 모니카 선생과 나는 어쩌면 딸 같은 나이의 간극이 있지만, 우리는 글 쓰고 공부하는 문우라는 공감대가 있어 대화가 가능하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나에게 새로운 공간을 마련해 준 셈이다.


나는 열심히 풀어놓는 그분의 지나온 삶 속으로 들어가 공감을 한다. 어쩌면 힘든 부분도 긍정적으로 씩씩하게 말을 하는지, 이야기를 듣고 있는 나도 유쾌하다. 바쁜 생활 속에서도 봉사활동을 하고 살아가는 그분의 살아온 삶의 흔적들이 놀랍다.


사람은 겉으로 볼 때는 그 사람을 다 모른다. 인생을 다 풀어놓고 진솔한 자기를 보여 주는 모습은 한층 마음을 가까이 다가가도록 마음을 열어 준 모니카 선생님의 삶에 박수와 응원을 보낸다. 한 사람의 생을 돌아보면 모두 경이롭고 놀랍다. 모든 사람들을 은 모두가 자리의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최선을 다 하고 살고 있다.


점심시간이 되어 서점 가까운 팥죽집을 갔다. 나는 팥죽을 먹으면 목으로 넘어가는 달달하고 팥이 가지고 있는 맛을 아주 좋아한다. 누군가 같이 맛있는 걸 먹을 수 있는 시간도 어쩌면 축복의 시간이 아닌가 싶다. 우리는 사는 이야기, 책 이야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람과 사람의 인연을 어느 날 우연히 찾아온다.


오늘 하루 또 다른 한 사람의 생을 만나고 잔잔한 감동으로 마음이 촉촉이 젖어왔다. 사람과 사람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는 한 편의 드라마다. 모니카 선생님은 "오늘 선생님 만나서 차 마시고, 팥죽 먹고, 수다를 실컷 떨고 힘든 부분이 해소되고 힐링했어요" 라며 나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한 사람의 생을 알 수 있는 것은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다.


우리는 살면서 서로에게 위로가 될 수 있고 또 응원을 받기도 한다. 사람은 사람과의 관계가 힘들면서도 서로 기대고 살아간다. 나도 이제는 사는 동안 마음을 나누어 주며 따뜻한 방석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인왕산 자락은 나의 정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