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감정은 어디에서 오는가

뉴욕 사는 딸과 영상통화를 하고서 생각하는 것들

by 이숙자

오늘도 어제와 다르지 않게 하루를 보낸다. 남편과 나는 거의 매일이 똑같은 일상이다. 서로의 공간에서 적당한 거리를 지키며 각자 자기만의 시간을 즐긴다. 말없이 조용히 보내는 시간은 평화롭고 마음이 고요해진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번거롭고 복잡한 일이 싫어진다. 혹여 신경 쓰이는 일이 있으면 빨리 처리를 하고 걱정에서 벗어난다. 나이만큼 걱정도 감당하기 어려운 무게가 있다.


하루를 마치고 저녁을 먹고 잠자리에 드는 시간도 거의 똑같다. 하루 24시간 생활 패턴이 깨어지면 몸이 반응을 하기 때문에 가능한 지키려고 한다. 어젯밤이었다. 한숨 자고 깨어난 후 잠이 오질 않아 시계를 보니 새벽 2시다. 머리에 각가지 상념으로 잠이 오질 않는다. 사람의 뇌는 예민해서 걱정이 있으면 잠이 오질 않고 반사작용을 일으킨다.


옛날 어른들이 말씀하셨다. '가지 많은 나무는 바람 잘 날 없다'라고 잠이 안 오니 딸들 살고 있는 형편이 하나하나 자꾸만 떠 올라 염려가 된다. 오늘도 그랬다. 낮에 뉴욕 살고 있는 큰 딸과 화상 통화를 했는데 평소와 똑 같이 손자 손녀 이름 부르고 안부를 묻고 사위를 불렀는데 반응이 없다. 딸에게 " 안드레아는 어디 있어" 하고 물어보았는데 별로 반응이 없었다.


딸은 손녀 머리를 쓰다듬으며 " 엄마 애들 재워야 해. 하면서 내가 묻는 말에 대답도 안 하고 급히 전화를 끊었던 것이다. 다른 때 보다 전화도 빨리 끊으며 별로 말을 안 하려 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잠이 안 오니 낮에 큰 딸과 통화했던 일이 떠올라 의아한 생각이 든다. 별의별 생각이 머릿속을 헤집고 돌아다닌다. 사위 안드레아는 어디를 갔을까? 혹시 본가가 있는 이태리를 갔을까? 사위 어머니는 이태리에서 혼자 살고 계시고 나이가 많으신 분이다. 혹시 코로나로 돌아가셨나, 그럼 비행기는 탈 수 없었을 텐데... 참 사람이 한번 걱정을 하기 시작하니 끝없는 상상으로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의문이 생긴다.


코로나 이전에는 사람 사는 일이 별 걱정이 없었다. 모두가 각자의 직장을 가지고 잘 살아왔다. 가고 싶은 곳은 마음대로 다니면서, 코로나가 오면서 변화된 현실과 불안전한 환경에 놓이니 무슨 일이 일어날지 삶이 가늠이 안 간다. 코로나가 이처럼 길게 사라지지 않을 줄 몰랐다. 사는 게 복잡하다. 이 엄중한 현실 앞에.


여러 가지 잡념은 잠을 도망가게 만들고 눈은 똘망 똘망해지며 걱정은 걱정을 만든다. 근래 와서 이런 일이 별로 없었는데, 이 알 수 없는 불안한 감정은 어디에서 오는지 알 수가 없다. 문제는 낮에 11쯤 뉴욕에 살고 있는 딸과 전화한 내용의부터 시작이었다. 예견할 수 없는 상황 때문이다.


딸과의 화상통화를 거의 한 달 만에 했다. 왜냐하면 자식도 코로나로 사는 게 여러 가지 복잡한데 한가하게 시시콜콜 사는 이야기를 묻게 되면 불편할까 봐 참아왔다. 그저 지켜 볼뿐 사는데 도움도 되지 못한다.


더욱이 근래 딸은 직장을 새로 옮기고 신경 써야 할 일이 많은 것 같았다. 지난번 통화할 때 "새로운 직장은 어떠니" 물으니 답을 피하고 물어보지 말라고 했다. 사람 사는 세상은 보이지 않는 전쟁터다. 새로운 직장에서 적응도 어렵겠지만, 인종 문제는 없을까, 오만 가지 신경이 다 쓰인다. 여러 가지 궁금하지만 물어볼 수도 없다.


그저 잘 되겠지... 아무 일 없기를 기도 하고 마음으로만 빌어 줄 뿐이다. 가끔 손자 손녀가 보고 싶어 눈에 아른거리지만 번 거로 울까 봐 피한다. 딸에게 항상 전화를 할 때면 언제나 손자 손녀들 이름을 부르고 맨 나중에는 사위 이름도 부른다. 외롭지 않도록 하는 배려다. 그래야 가족을 다 만난 듯 마음이 놓인다. 그런데 어제는 항상 보이는 사위가 보이질 않았다.


밤에 자다가 깨어나서 드는 생각은 항상 있던 사위는 어디 갔을 가? 처음 있던 일이다. 혹시 자기 엄마 만나라며 이태리에 갔을까, 아니면 무슨 일일까,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닌가?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니 마음이 두근거리고 답답해진다. 사위와 지내왔던 시간들을 뒤돌아 본다. 사위는 항상 아이들을 돌보고 자기 삶을 희생하고 살아왔었다. 사위 생각을 하면 안쓰럽고 마음이 짠하다.


큰 사위는 이태리 사람이다. 유럽에 살 때 딸네 집을 가면 우리 부부를 데리고 운전을 하며 많은 곳을 함께 여행을 했다. 말을 잘 못해 소통은 안되지만 우리는 간단하게 단어로도 충분히 의사를 전달하고 정이 많이 들었다. 선하고 신사답다. 딸이 직장 나가고 쌍둥이 아이들 양육을 위해 엄청 고생을 많이 했다.


여러 생각에 머물다 살짝 잠이 들었는데 꿈속에서 내가 걱정하던 일이 정말 일어나고 말았다. 나는 꿈일망정 많이 놀라서 어떨 줄을 몰랐다. 꿈이란 한 가지 생각에 몰입하면 꿈으로 나타나기도 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렇지만 어서 날이 밝아 확인을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불안해 못 견딜 것만 같다.


지금은 코로나로 세상에 어떤 상황이 벌어지면 갈 수도, 올 수도 없고 어떻게 할 것인가. 생각하니 참 허망하고 슬픈 생각이 들었다. 가장 가까운 부모 자식도 하늘길이 막히고 비행기를 탈 수도 없고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코로나는 우리의 삶을 극도로 불안하고 통제할 수 없는 슬픔을 가져다주었다.


잠이 깨고 마음이 답답해졌다. 생각지도 않는 걱정을 하다가 잠깐 잠이 들고 아침이 되었다. 나는 어서 이 불길한 어둠에서 벗어나길 기다렸다. 미국 시간을 맞추어 사위하고 메신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아침을 먹고 미국과의 시차만 기다렸다. 왜 내가 이런 걱정을 하나,


아침 10시쯤 나는 휴대폰 메신저에서 사위에게 문자를 보냈다.


" Andrer~~ How are you!! where are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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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위가 메신저로 답을 했다


급한 마음에 단어를 찾을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문법은 뒤로 하고 알고 있는 데로 문자를 보냈다. 금방 답이 온다. 메시저를 확인하고, 나서 불안이 해소되고 반가웠다. 밤새 잠 못 이루고 걱정했던 우려가 말끔히 사라졌다. 참 나도 무슨 일이람, 걱정을 사서 하고. 여하튼 살 것 같다.


아직도 멈추지 않는 코로나는 나에게 극도로 불안감을 주고 예민한 상상을 했던 것 같다. 이제 백신도 나와 접종을 하고 있으니 코로나가 멈추고 정말 마음 놓고 사람을 만나고 하늘길이 열리기를 염원하다. 가족의 생사도 가늠하기 어려운 일이 생길까 두렵웠다.


인생이란 강을 단번에 건너갈 수는 없다. 한 계단씩 이쪽에서 저쪽으로 천천히 디딤돌을 딛고 건너가며 살아가야 하는 과정이 있다. 인생에서 쉬운 건 하나도 없다. 코로나가 오기 전에는 사는 게 불안은 없었다. 그러나 살아가는 것이 불확실 코로나 시대는 미래는 알 수 없다. 오늘 하루를 최선을 다 하고 살아가면서 코로나가 종식되는 희망을 꿈꾸어 보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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