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은 벚꽃이 지고 나면 이어서 산 벚꽃이 피고 지고, 다시 겹벚꽃이 핀다. 마치 4월은꽃들의 릴레이 경주를 보는 것 같다. 정말 찰나와 같은 우리 인생이 지만 자연 은 그 자리에서 의연하게 이 토록 아름다운 풍경을 선물한다. 나이가 들면 가장 절실한 일이 건강을 유지하는 일이다. 우리 부부가 출근하는 곳은 월명산이다.
월명 공원 안 염불사, 에 핀 겹벚꽃 월명산 벚꽃
매일 월명산을 산책을 하면서 시시각각 변하는 나무와 꽃들을 관찰하는 재미에 4월 달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게 빨리 가고 있다. 4월의 숲은 매일매일 하루가 다르게 변하여 간다. 그 모습이 신기하고 마음이 포근해진다. 우리는 자연 속에서 위로를 받으며 이 봄을 보내고 있다. 산책하는 시간이 하루 일과 중 빼놓을 수 없는 가장 중요한 일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 가는 신록 월명산 산책 길에서
꽃들과 새로 나온 연두색 나뭇잎들이 햇살에 반짝이는 모습이 너무 예쁘다. 인간은 만들어 낼 수 없는 신비로운 풍경이다. 요즈음 주위 나무와 꽃들을 보면 마치 딴 세상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다. 집안에 있는 시간보다 밖에 나와 자연 속에 머무는 시간이 더 즐겁다. 가는 봄이 아쉬워 봄 하고 놀고 싶다.
오늘은 우리 결혼 기념 일이다. 나는 겹벚꽃이 필 때 결혼을 했다. 겹벚꽃이 피면 내 삶에서 잊지 못할 추억 이 되살아나 그날을 회상한다. 지금부터 54 넌 전 4월 22일 군산에서 결혼을 했었다. 반세기가 넘게 지나간 세월을 생각하면 지나온 세월이 까마득하다. 딸 넷 낳아서 교육시키고 결혼까지 시켰으니 우리 할 일은 다 했다.
결혼식을 했던 날 기억은 희미하지만, 그러나 결혼식을 끝내고 부산으로 신혼여행을 가기 위해 버스를 타고 익산역으로 출발해서 가는 그 날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게 남아 잊히지 않는다.
버스에 앉아 차창 밖을 보니 도로 양옆에 있는 나무에는 겹벚꽃이 흐드러 지게 피어있고 꽃잎은 떨어져 창가로 날아왔다. 떨어지는 꽃잎을 보면서 나는 혼자서 많은 생각에 잠겼다. 결혼은 했지만 두 사람은 별로 할 말이 없었다. 몇 번 보지도 않고 결혼을 했으니 서먹하고 어려웠다. 생각하면 어떻게 결혼을 그렇게 했을까 의아스럽다. 예전에는 부모님의 의견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했었다. 성실하고, 반듯한 사람 같은 확신 하나 믿고 결혼을 했으니 참 지금 생각해도 의아하다.
생각하면 까마득한 옛일이다. 결혼기념일이 되면 그냥 생각 없이 좋아하는 음식을 먹기 위해 다른 식당을 다니며 외식을 했었다. 그런데, 글을 쓰면서 배 지영 작가를 만나고, 배 작가는 지난해 '도슨트 군산'이란 책을 출간했다. 그 책에서 빈해원이란 중국집 이야기를 한 챕터 썼는데 책에 우리 부부 이야기가 나왔다.
내가 맨 처음 군산에 왔을 때 남편은 나를 빈해원으로 데려와서 점심을 사주었다. 그리고 많은 이야기를 하고 결혼 약속을 한 곳이 군산에서 가장 오래된 중국집인 빈해원이었다. 어쩌면 우리 부부에게는 의미가 있는 장소다. 더욱이 지금 까지 그 장소가 남아있다는 것이 우리에게는 더 반가운 일이다.
빈해원은 예전에는 군산에서 회사들 회식 장소는 빈해원이었고 타 지역에서 손님이 오거나 아이들이 학교에서 상장을 받거나 하면 잊지 않고 찾아가는 곳이 빈해원이었다. 빈해원은 군산에서는 유명한 곳이었다. 외식을 하려면 항상 찾는 곳이 빈해원이다.나는 오랫동안 군산에 살아오면서 잊고 지냈다. 그 생각을 하고 너무 소홀히 했나 싶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나는 배지영 작가님의 책을 보고서야 빈해원의 애틋한 사연과 역사를 알게 되었다. '도슨트 군산'이란 책을 읽고 남편과 약속을 했다. 매년 결혼기념일이 오면 빈해원에서 식사를 하기로, 우리는 오늘 산책을 끝내고 빈해원으로 갔다. 정말 54년 전을 생각하고 감회가 새로웠다. 방도 예전 만났던 그 방 그대로 있었다. 그 방으로 자리를 잡고 앉았다.
방에 들어가 앉고, 54년을 같이 살고서야 나는 남편에게 물어보았다. " 당신 왜 나하고 결혼하려고 했어요?"라고 말하니 " 그냥 좋아서" 단순한 대답이다. 그러려니 믿어 보련다. 점심을 먹고 나오면서 사장님에게 말을 건넸다. 오늘에야 이곳이 궁금하고 그대로 남아 있는 빈해원이 고마웠다.
" 빈해원 역사가 얼마나 되었지요?" 하고 물으니 " 69년이요"
"네, 우리가 54년 전 여기 와서 선보고 결혼했거든요" 그 말을 들은 사장님은 깜짝 놀라 반가워하며 " 감사합니다. 오래 건강하세요"라는 덕담을 해 준다. 어쨌든, 올해부터 결혼기념일은 빈해원에 온다. 오래된 옛것이 소중하다. 아직도 사라지지 않는 역사가 이곳에 있다. 우리는 다음 해를 기약하며 돌아서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