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간소한 친구 딸 결혼식

by 이숙자

며칠 전 문득 친구 인부가 궁금해서 전화를 했었다. " 순아, 별일 없이 잘 지내고 있지? 친구는 " 응, 잘 지내지고 있다. 그런데 둘째 딸 결혼한다. 가족들하고 친한 지인 몇 사람, 친구 몇 명만 초대해서 간소하게 결혼식을 하려고 해. "그렇구나 정말 잘 됐다. 축하한다. 짝이 있으면 빨리 해야지"


요 며칠 사이에도 코로나 확진자가 줄지 않고 아직도 세상은 뒤숭숭하다. 그렇지만 친구는 딸의 결혼식을 미루지 못하는 사정이 있을 것이다. 친구는 자녀가 넷이지만 모두 결혼했고 아직 결혼 못한 딸 하나가 남아 있어 마음고생 좀 했다. 부모들은 때가 되면 자녀들이 결혼을 해서 독립을 함으로써 안심이 되고 부모의 의무를 벗어나듯 홀가분해진다. 결혼하지 못한 자녀는 부모에게는 마음의 짐이나 다름없다.


나는 친구에게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었다. "내가 결혼식에 갈게, 청첩장 카톡으로 찍어 보내렴" 비가 오고 벼락이 치는 날이라도 나는 갈 것이다. 이 친구는 나에게는 특별하다. 50년이 넘는 세월을 같이한 소중한 인연이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마음을 다 열어 놓고 응원을 받고 사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어렵고 힘든 일이 있으면 언제나 마음을 기댈 수 있는 친구, 나는 종종 그런 말을 한다


."너 건강하고 오래 살아야 해" 너는 친구 특별하고 해야 할 일이 많으니까..."


친구는 자녀가 넷인데 이번에 딸이 결혼하고 나면 친구는 본인이 할 일을 다 한다. 부모는 자식이 짝을 만나 가정을 이루고 살야 가는 모습을 볼 때 마음이 놓인다. 요즈음 젊은 사람들은 결혼도 하고 싶은 때 한다. 혼기가 따로 있는 게 아닌 듯하다. 어디에 숨어 있던 인연이었을까, 이제라도 짝을 만나 결혼을 한다는 소식을 들으니 내가 더 반갑다.


나는 남편에게 "순이 딸 결혼한다네요"라고 말 하니 "그래 잘 됐네, 그럼 나도 가야지"라고 남편은 함께 가겠다 하신다. 웬만하면 잘 안 움직이는데 친구 딸 결혼식엔 간다고 한다. 내 친구인데 가 주신다고 하니 고맙다. 나이가 들면 사람들은 웬만하면 남의 애 경사에 잘 가지 않는다. 아주 가까운 친척이 아니면 삼가고 사는 게 맞다.


그 친구는 나 보다 남편을 더 잘 챙긴다. 가끔 만나도 남편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아끼지 않는다. 맛있는 것 사 드리라고 나에게 항상 금일봉 도 잘 건넨다. 그러기도 쉽지 않은 일인데 항상 마음을 다해 상대를 배려하는 따뜻한 정이 있는 사람. 친구들이 힘들면 살 수 있는 길도 만들어 주고 큰 일을 해 낸다.


젊어서 정말 어렵고 힘들게 살았던 친구인데 지금은 성공을 해서 부자가 되었다. 그렇지만 지금도 철저하게 검소한 생활을 하면서 어려운 친구도 돕고 남에게 많이 베푼다. 사람이 잘되면 어려웠던 친구는 멀리하고 같은 부류의 사람들과 교류하며 옛사람을 멀리하는데 이 친구는 절대로 그러질 않는다. 나는 그 친구의 인격과 소박하고 폭넓은 넉넉함에 친구라도 참 존경하고 싶은 사람이다.


사람은 생의 마지막까지 함께할 인연이 있다. 시절 인연은 그때그때 지나가면 끝나지만 어렵고 힘들었을 때 같이했던 인연은 끈끈한 정이 그대로 남아 있어 항상 애달프고 그립다. 그리운 관계는 그냥 이어지는 게 아니다. 서로의 배려와 마음을 같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 시대는 젊어서는 사는 게 거의 고만고만 힘들게 살았지만 우정만은 순수하고 정겨웠다. 의리가 있었다.


오늘은 새벽부터 일어나 부지런을 떨었다. 결혼식인 12시까지 서울에 도착하려면 차가 밀리지 않아야 3시간 30분쯤 걸린다. 다행히 어린이 날과 어버이날이 겹쳐 우리 집에 내려왔던 셋째 딸 가족이 함께 차로 우리를 서울까지 동행해 주어서 다행이다. 사람 많은 버스를 타지 않아도 되었다.


금요일, 아침나절인데 정안에서부터 차는 밀리고 비는 여름 장맛비처럼 쏟아진다. 밖은 밤처럼 캄캄하고 비는 마치 장대비 같다. 친구 딸 결혼을 야외에서 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어떻게 할지 걱정이 되었다. 차가 밀리니 결혼식 시간을 맞출지 자꾸만 움직이는 차량에만 신경이 쓰인다. 얼마 후 서울 서초동 넘어서야 차는 씽씽 달린다.


그런데 웬일인가 서울에 오니 언제 비가 왔나 싶게 날씨가 맑다. 신기하다. 복 받을 사람은 따로 있는 것 같다.


아마도 친구는 많은 사람에게 덕을 베풀고 살아온 탓일까. 하느님도 알아보시는 듯하다. 신라호텔 영빈관에 도착하니 12시 15분 전, 시간도 알맞다. 혼주인 친구는 깜짝이나 반가워한다. 결혼식장 입구에 들어오니 열재고, 손 소독, 주소 적기는 필수다. 참 코로나 시대 결혼식은 색다른 풍경이다. 결혼식에 초대된 사람도 50명 내외 가족과 아주 가까운 지인들만 초대를 한듯하다. 안내해 주는 분이 있다. 내 이름을 말하니 미리 준비된 이름이 있는 테이블로 안내를 해준다. 마치 행사장에 온듯하고 대접받는 기분이다. 익숙한 옛 친구들 이름도 함께 있다. 이름만 보아도 반가웠다.


결혼식 분위기는 조용하고 축가를 불러주는 4중 창의 노래는 힘차고 마치 음악회에 온듯하다.


코로나로 많은 사람이 모이지 않았지만 어쩌면 가장 바람직한 결혼문화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직원들도 조용히 안내를 해주고 결혼식이 맞나 싶을 정도로 한적하고 격이 있어 좋다. 예전에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모여 결혼식장이 너무 혼잡해 축하받는 자리가 맞는지, 아쉬웠다.


오늘 결혼식 하객은 모두 마스크를 썼다. 결혼식은 조용하고 우아한 분위기였다. 결혼식도 간결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고 끝났다. 식이 끝나고 가족사진 찍을 때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사진 찍는 모습은 오래도록 두고두고 이야기할 것 같다. 참 살다가 별스런 일도 본다. 코로나는 결혼식 문화도 바꾸어 놓았다. 신부 신랑만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야외 결혼식, 한옥의 단아한 모습과 몇 그루가 어울려 야외 결혼식장 장면은 조용하면서 아름다웠다. 인사하는 친구인 혼주의 모습을 보면서 울컥하며 눈물이 나온다. 그가 살아온 날들과 멋진 삶을 살아낸 친구가 너무 자랑스럽고 고맙다. 이 세월까지 살아온 그녀의 삶은 빛나 보였다.


50년 지기 오래된 친구도 만났다. 이제는 모두 늙었다. 백발인 친구와 얼굴이 주름이 가득한 친구를 보면서 만감이 교차한다. 예전 예쁘고 화사했던 친구들이 이제는 호호백발 할머니로 만나다니. 정말 세월이기는 장사는 없다는 말이 딱 맞는 말이다. 사느게 바쁘고 멀리 있어 만날 수 없었던 친구들이었다. 만나지 5년 전쯤인데 변해도 많이 변했다. 우리는 이제 나머지 삶을 잘 마무리해야 한다.


친구야 이제 할 일은 다 마쳤으니 자유로움으로 예전 꿈 많던 시절로 돌아가 날개 달고 한 번 날아가 보자. 내 친구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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