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남편과 나는 정말 오랜만에 서울나들이를 갔다. 코로나가 멈추지를 않아 서울에 올라간 지 일 년 육 개월이 되었다. 그동안 군산을 벗어나 본 적이 없었다. 이번에도 친구 딸 결혼이 아니면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다. 남편은 왜 그렇게 움직이기를 싫어하는지 도통 모르겠다. 타지에 한번 외출을 하려면 이런저런 구실을 만들어 남편을 설득하기가 무척 힘이 든다.
딸들은 날씨가 따뜻해지는 봄이 오면서부터 전화할 때마다 "아빠 엄마 서울에 올라오세요, 저희 텃밭도 가시고 아파트 정원 나무들이 너무 예뻐요. 저희와 함께 맛있는 것도 먹고 그러게요." 하면서 딸들은 계속 채근을 해 왔다. 둘째 딸은 새로 아파트 입주를 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예쁜 곳을 보여주고 싶은 듯 자꾸 졸랐다. 아빠 나이가 많아지면서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이 더 클 것이다. 서울에 딸들 둘이 살고 하나는 용인 수지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남편은 서울에 아직도 코로나가 확진자가 줄지 않고 있는데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서울 가는 걸 미루어 왔다. 백신 접종 후 면역력이 생기면 갈 거라고 말하면서. 남편은 언제나 움직이기 싫어하는 사람이다. 집 떠나면 큰일 나는 줄 안다. 그런데 서울 올라갈 기회가 왔다. 친구 딸 결혼식은 안 갈 수 없다. 친구는 나 보다 남편을 더 많이 챙긴다. 마누라 친구 딸이지만 결혼식에는 참석을 해야 본인도 마음이 홀가분하다.
마침 셋째 딸네 가족이 5일 날, 어버이 날이라고 군산에 내려왔다. 이틀을 군산에서 보내고 친구 딸 결혼식날 함께 서울로 올라왔다. 딸이 오지 않았으면 버스를 타고 움직여야 했는데 잘된 일이다. 나는 예전과 달리 멀리 움직이는 것이 번거롭고 신경 쓰인다. 차를 갈아타고 목적지를 찾아가는 것도 번거롭고 귀찮다. 그날은 사위가 운전해 주어 신경 쓸 일 없이 결혼식장까지 같이 갈 수 있어 마음이 편안했다.
결혼식이 끝나고 우리 부부는 셋째 딸 가족과 함께 용인 수지에 셋쩨딸네 집으로 갔다. 딸네가 이사했어도 한 번도 방문할 기회가 없었다. 셋째 딸은 중국에서 살다가 지난해 1월에 한국에 다니러 온 후 코로나로 들어가지 못하고 우리 집에서 일 년을 같이 살았다. 결국 중국 생활을 정리하고 시댁 가까운 수지에 새로운 삶의 터전을 만들었다. 20년을 살았던 중국 생활을 정리하는데 일 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지금은 모든 걸 다 정리하고 한국에서 새로운 삶에 도전을 하고 산다. 처음은 힘들겠지만 차차 안정이 되리라 믿는다. 멀리 있을 때는 언제나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는데 이제야 안심이 된다. 나이가 들면 부모들을 자녀가 가까이 살기를 원한다. 멀리 있으면 무슨 일이 있어도 달려 올 수가 없고 마음만 아프다.
코로나가 아니면 지금도 중국 생활을 계속하고 있었을 텐데, 어쩌면 코로나가 셋째 딸 가족에게는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자식이 멀리 살면 자주 볼 수도 없고 항상 애달프고 그립기만 한데 이제는 가까이에 정착을 하고 살게 되어 어떤 날은 정말 꿈인지 싶어 실감이 나지 않는다. 중국에 살 때는 지진만 나도 걱정이고 물난리가 나도 매번 걱정을 했었다.
딸이 사는 아파트는 오래되었지만 살기가 편하고 새로 리모델링해서 깨끗하고 좋았다. 주변에 모든 시설이 가까이 있어 생활하기에 전혀 불편함이 없을 것 같다. 2~3분만 아파트에서 내려가면 물이 맑게 흐르는 탄천이 있어 산책하기도 좋고 시댁이 같은 아파트 단지 내에 있어 서로 의지하고 살 수 있어 나는 안심이 되었다.
부모는 언제나 절제하고 살면서 자녀들이 힘들면 언덕이 되어 준다. 자녀가 결혼을 했어도 항상 자녀들 삶을 살피며 안테나를 켜 놓고 살아간다. 행여 누구 하나라도 어려울 일이 없을까 마음을 졸이면서, 부모는 눈을 감아야 자식일을 잃어버리고 살지 않을까...
자식은 품 안에 있을 때 보다 품 안에서 떠난 뒤에 부모역할을 하는 것이 더 어렵다. 자녀는 부모를 떠나면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간다. 부모는 자녀들 삶을 응원하고 바라만 보아야 하는 일이 우리가 할 일이다.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하는 딸은 아직 힘든다. 나는 딸에게 힘든 일 뒤에는 반드시 좋은 날이 올 거란 말을 해 주고 싶다. 딸아 행복하거라. 행복은 마음 안에 있는 것이다. 지금 시간이 지난 후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