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버이 날이다. 어제 세쨋딸네 집에서 자고 아침을 먹은 후 탄천을 셋째 사위와 함께 산책을 나갔다. 아파트 옆 탄천은 물이 맑고 큰 잉어들도 많았다. 도심 속인데 왜가리, 오리들도 물에서 헤엄을 치고 노는 모습이 평화롭고 보기가 좋다. 이곳이 도심 속인가 할 정도로 천변에는 갈대와 야생화도 피어 있고 혼자서 산책을 해도 전혀 심심하지 않을 것 같았다.
사람은 저마다 좋아하는 장소가 다르다. 사람이 많은 곳이 좋은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고 조용하고 한적한 곳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내가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아도 알게 된다. 나이에 따라 성향이 달라지고 변한다. 젊어서는 사람 많은 곳, 화려한 곳이 좋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조용한 곳이 좋다. 나이가 많아지면 사고 싶은 물건도, 필요한 물건도 없어진다.
사람은 누구나 살면서 하루의 고단한 일상을 내려놓고 삶의 에너지를 충전할 장소가 필요하다. 자기 만의 쉼터 같은 곳. 내가 이곳에 산다면 탄천도 즐겨 찾는 쉼터가 될 것 같다. 계절의 변화를 보면서 운동하고 사색하는 놀이터가 같은 곳이다. 가끔 딸네 집에 오면 이곳에서 산책을 하며 나만의 시간을 즐기고 싶다.
휴일이라서 그런지 낮 시간이지만 탄천을 산책하는 사람들이 드문드문 보인다. 탄천 옆에 아파트가 많아 저녁을 먹은 후에도 아무 때나 시간이 되면 산책하기에 좋을 것 같다. 사위는 이곳에 대한 이런저런 설명을 해 준다. 주변에는 마트며 백화점 병원 등 모든 편의 시설이 모여있다.
나는 산책을 하면서 마음이 평온해진다. 지금 이 순간 아무 불편함 없이 일상을 보내고 살아 있음이, 가족들이 아무 일없이 살고 있음이 감사하다. 평범한 일상이 무료한 듯 하지만 평범한 것이 가장 행복한 것이다. 아침에 손자는 "할아버지 할머니 사랑합니다"라는 쪽지를 써서 주면서 하트를 날린다. 기특하고 고맙다. 어제는 군산에서 있었고 오늘을 수지에서 자녀들과 함께 즐기는 시간이 축복처럼 느껴진다. 딸네 바로 앞동 사돈댁에 가서 차도 한잔하고 서로 기분 좋은 덕담을 나누고 나왔다. 두 분이 건강하심도 감사하다.
세쨋 딸이 아이들 수업을 끝난 후 수지에서 출발해서 고덕동 둘째 딸 집을 향해 달린다. 셋째 딸이 이사를 오고 다른 해 와 달리 어버이 날 자녀들하고 차를 타고 움직이고 꼭 여행을 다니는 것처럼 좋다. 다른 해는 항상 우리 부부 둘만 있어 외로움에 청암산을 오르곤 했었다. 올해는 우연찮게 자녀들하고 같이 하게 되어 의미 있고 즐겁다.
둘째 딸네 가족이 예약해 놓은 식당으로 갔다. 코로나 때문에 한산할 줄 알았던 식당은 사람이 많았다. 맛집이라서 그럴까? 아니면 어버이 날이라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우리도 딸네 가족이 두 가족이 만나게 되니 식탁을 나누어서 식사를 해야 했다. 사람이 일상 중에 가장 즐거운 일을 좋은 사람과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가장 기분 좋다. 점심을 맛있고 먹고 난 후에는 셋째 딸네가 인계받는다.차도 셋째 네로 옮겨 탄다. 딸들이 많으니 좋긴 하다.
천문 공원 야생화들
우리 부부는 릴레이 할 때 바통 첸지 하는 느낌이 들어 웃음이 절로 나왔다. 밥을 먹고 집으로 들어가기는 섭섭해서 그 근방 허브 천문공원엘 갔다. 고덕동은 서울 거의 끝 동네라서 산도 많고 공기가 좋다. 그런데 그날은 미세 먼지가 많아 하늘이 뿌연 하고 공기가 좋지 않았다. 산에는 벌써 아카시아 꽃이 만발했고 이팝나무 꽃들도 가로수에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고덕동 천문 공원에 피어 있는 야생화들
꽃들은 어김없이 자기 시간을 알아서 피고 진다. 자연의 이치는 어김없이 순환을 한다. 천문공원을 야생화를 많이 심어 놓아 이름 모를 꽃들이 많다. 특히 엄마들은 꽃을 더 좋아한다. 여기저기 중년의 아줌마들이 모여 앉아 차를 마시며 담소를 하고 있다. 아마도 친구들과 꽃구경 나온 듯하다. 산 위에서 바라보면 동네가 한눈에 다 들어오고 시원한 느낌이 들어 운동 겸 찾아오는 사람이 많을 듯하다. 우리는 예쁜 꽃을 보고 사진 찍기에 바쁘다. 가족이 모이면 사진을 찍고 추억을 만든다. 훗날 두고두고 추억하는 재마가 있다.
사람 사는 일은 별게 아니다. 나는 언제나 마음의 평화를 선택하고 남과 비교하는 삶은 지향하려 한다. 내가 누릴 수 있는 지금이 가장 행복하고 감사하다. 소중한 사람들이 곁에 있는 오늘 하루가 이렇게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