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제와 다르게 미세먼지가 없고 날씨가 청명하다. 둘째 딸은 지난해 새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딸은 결혼 20년이 훨씬 넘었다. 이제야 제대로 된 아파트를 사고 집 걱정에서 해방되어서 마음이 놓인다. 정말 온 힘을 다하고 살아온 날들이다. 결혼 후 여태껏, 두 사람은 맞벌이를 해왔다. 딸이 직장생활을 계속하도록 나는 막 태어난 손자를 데려다 7년 키워 딸에게 보내 주었다. 정말 멀고 긴 여정이었다. 사람이 살면서 가장 걱정이 주거가 안정되는 일이다.
딸이 이사 오고 진즉에 와 보고 싶었지만 코로나 확진자가 줄지 않고 5인 가족 이상 모이지 말라는 정부 당국의 방역지침 때문에 서울에 올라 올 수가 없었다. 코로나가 오기 전에는 서울을 많이도 올라 다녔다. 그러나 코로나가 오면서 사람의 발길을 묶어 놓아 마음대로 왕래를 할 수 없어 많이 답답함을 견뎌며 살아왔다.
아침을 간단히 먹고 둘째 사위와 딸과 함께 살고 있는 아파트 주변을 돌아보았다. 5월이라서 나무들의 푸르름이 싱그럽고 예쁘다. 딸은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아빠 엄마에게 보여 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전화할 때마다 서울에 올라오라고 재촉을 했나 보다. 유난히 아빠 엄마에게 신경을 쓰는 딸이 고맙다. 큰 딸이 가까이 없으니 그 몫을 하려는 것 같다.
새로입주한 아파트라서 조경시설이 잘되어 있다. 우람하게 큰 나무들도 멋지고 여기저기 만들어 놓은 차 마시는 쉼터도 근사하다. 이곳은 서울 거의 마지막 동네인 고덕동이라서 산도 주변에 있고 마치 전원도시처럼 푸른 나무 숲들이 많아 자연 친화적 도시 같은 느낌이다. 이곳은 전원주택에서 사는 것 같을 것 같다.
사람들은 수많은 날 집을 사고 안정된 생활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면서 애쓰고 산다. 그러나 아무리 애를 써도 현실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가 집을 사는 일이다. 집값이 너무 비싸고 월급을 모아 집은 산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너무 어려운 일이라서 힘들게 사는 젊은 사람들을 바라보는 나는 마음이 아프다.
요즈음 젊은 사람들은 결혼도 포기하고, 집도 포기하고, 자녀도 포기한다고 하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젊은 들은 외롭다. 일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외로서 운다는 기사를 신문에서 읽으며 남 일 같지 않아 눈시울이 시큰해진다. 우리 막내딸도 서울에 살고 있다. 아직 집을 살 엄두도 내지 못하고 산다.
둘째 딸은 지난해부터 구청에서 시행하는 텃밭 가꾸기 체험을 하는 곳에 추첨이 되어 텃밭을 하고 있디. 전화할 때마다 텃밭 이야기가 대화의 주제다.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차로 15분 정도 가면 한강변 바로 옆에 텃밭 체험장이 있다. 쉬는 휴일이어서 다른 사람들도 텃밭에 나와 물도 주고 채소들을 돌보며 놀이처럼 즐기는 것 같다. 사 먹으면 편하련만 내 손으로 키우는 야채를 먹으며 농사지은 농부의 수고로움을 알게 된다 말했다.
밭에서 상추 잎도 속아 주고 밭고랑을 호미로 흙도 돋아준다. 남편은 삽으로 흙을 날라 하지감자에게 흙을 돋아준다. 예전에 농사를 지었던 실력이다. 나는 상추 잎을 솎아주고 양배추 곁 잎도 따서 비닐봉지에 담는다. 시장에서 사 먹는 야채는 싱싱하고 좋은 것만 골랐는데 딸이 농사지은 거라 생각하니 예쁘지 않은 상추 잎 하나도 귀한 생각이 든다. 무엇이든 내가 손수 수고로움을 경험해야 소중하다.
밭은 팻말을 달아놓아 주인이 알아보도록 해 놓았다. 주변은 쉴 수 있는 정자도 있고 텃밭을 체험할 수 있는 야영장 같은 곳을 만들어 사람들은 텃밭체험이 마치 소풍 나온 가족들의 놀이터처럼 시설을 잘 만들어 놓았다. 바로 한강이 옆에 있어 쉬는 날 산책도 할 수 있다. 밭둑 아래에는 내가 좋아하는 찔레꽃도 피었다. 다른 꽃도 탐스럽게 피어있어 보기가 좋다. 5월은 가는 곳마다 예쁜 꽃들이 많아 마음이 환해진다.
사람은 가끔은 여행이 필요하다. 날마다 똑같은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환경 속에서 나 자신의 삶을 뒤 돌아본다. 특별한 경험은 변화하는 세상을 넓게 바라보는 시야도 얻게 된다. 자신감을 가지고 당당히 살아갈 수 있다. 사람들이 가장 즐겨하는 것이 여행이다. 색다른 풍경들을 보고 그곳에서 삶에 에너지도 받는다.
오랜만에 서울에 올라와 자녀들과 이곳저곳을 돌아보며 여행하듯 돌아다니 답답했던 마음이 사라진다. 코로나로 닫았던 마음 문이 활짝 열린 듯 기분이 상쾌하다. 텃밭일을 마치고 막내딸과 막내 사위를 만나 점심을 먹기 위해 돈화문 거리에 있는 막내 딸네 레스토랑을 향해 출발한다. 서울에 오면 딸들을 모두 만나는 일이 즐겁다. 젊어 자식 키우느라 힘들었던 날들을 보상받는 듯한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