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봄이 오면 남편과 나는 창암산을 오른다
5월 어버이 날이 오면 우리 부부는 청암산에 오른다. 청암산은 군산호수라는 커다란 호수를 끼고 산책을 하듯 낮은 산을 오르락내리락하는 등산 코스다. 청암산은 우리 집에서 차로 15분 거리인 가까운 거리에 있다. 우리 부부는 몇 년 전부터 어버이 날이 오면 옛 고향의 추억을 그리며 청암산을 산책하듯 걷고 동네에서 막국수를 먹고 그날 하루를 마무리를 한다. 왜 그런지 어버이 날은 외로움을 느낀다.
올해는 며칠 전 서울에 갔다가 어버이 날을 딸들과 사위들이랑 같이 맛있는 것도 먹고 함께하고 보내고 내려왔기 때문에 섭섭함이 없다. 딸들은 멀리 서울에 살고 있어 어버이 날 우리를 찾아 오려면 힘든다. 일이 있을 때 만나면 되지 굳이 어버이 날이라고 멀리에서 찾아오는 일은 직장에 나가는 사람들에게는 피곤한 일이다. 마음도 몸도 서로 편한 게 제일이다.
어버이 날이라는 기념일을 의식해서 부모를 만나려 오는 일은 자율이 아닌 어떤 의무를 이행하도록 하는 일이라 부담이 될 수 있다. 우리 부부는 되도록 자녀들에게 내려오지 말라고 당부를 한다. 볼 수 있는 날 보면 되지 차로 서너 시간이 넘는 거리를 애쓰고 올 필요 없다. 모두가 본인들의 삶이 소중하다.
남편과 나는 아직 두 사람이 같이 움직일 수 있고 맛있는 것도 찾아 먹을 수 있으니 자녀들이 염려를 안 해도 된다. 서로 마음을 전 할 수 있는 선물 하나면 그만이다. 자녀와 부모는 존재 자체 만으로도 소중하고 감사하다. 필요 할대 만나면 되는 일이다. 남편은 명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남편은 청암산에 오면 호수 앞 데크에 서서 호수 건너 옛날 살았던 고향 마을을 그리워하며 추억에 잠긴다
청암산에 오면 남편은 항상 호수 데크 앞에 서서 사진을 찍는 자리가 있다. 호수가 건너편 마을에서 어렸을 적 살았던 고향마을을 바라보고 항상 감회에 젖는다. 지금은 물이 잠겨 호수가 되었지만 예전에는 동네가 있어 사람들이 농사를 지으며 살았다고 한다. 수많은 추억과 이야기가 숨어 있는 이곳, 그래서일까 남편은 봄이 오면 이곳에 와서 산책도 하고 옛날을 추억하며 하루를 보내고 싶어 한다.
남편은 예전에 저수지에서 목욕을 하고 뜰망으로 새우를 잡고 놀던 놀이터라고 이곳에 올 때마다 나에게 설명을 한다. 학교 갔다 오면 책가방을 던져 놓고 소 몰고 나와 소는 풀 뜯으라 메어 놓고 수영을 하고 놀았다고 한다. 나이가 들면 추억을 먹고 산다는 말이 맞는 듯하다. 나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그때 그 시절이 눈으로 그려지는 풍경들을 생각하며 이것 저것 질문을 한다. 그러면 신바람이 나는지 남편은 설명을 잘 해 준다.
사람은 항상 살아온 자리, 옛날 추억이 그립다. 나는 이제는 남편 따라 이곳에 오면 남편의 추억을 같이 되새김질하며 테크에 서서 옛일 들을 물어보곤 하다. 남편이란 그 사람이 살아온 삶까지 공유하는 특별한 관계다. 청암산은 군산시내에서도 가깝고 경치도 아름다워 걷기가 완만한 산등성이라서 많은 사람들이 산책 겸 등
산을 온다. 아직도 코로나로 주의해야 할 때라서 여행을 가는 것도 쉽지 않다. 주차장에는 차들이 가득하다.
호수가를 바라보며 걷는 산책길은 오월의 무성해진 나뭇잎들이 햇살에 반사되어 아름답기 그지없다. 산수국의 꽃잎이 떨어져 꽃길도 걸어본다. 자연은 언제나 사람에게 경이로움을 선물한다. 아무리 보아도 자연은 신비롭고 아름답다. 물과 숲을 바라보며 산책을 하면 마음이 한없이 평온해진다. 어디에 숨어서 우는지 뻐꾸기 소리는 우리 마음을 멀고 먼 피안의 세계로 데려다준다. 산길을 걷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고 고요해진다.
청암산 대나무 길
특히 예쁜 대나무 숲은 예전 사람들이 살았던 집터를 말해 준다. 대나무 숲길을 걸으며 심호흡을 해본다. 참, 살아있는 이 순간이 감사하고 기쁘다. 바람마저 살랑살랑 얼굴을 간지럽힌다. 오월의 바람과 공기는 더없이 맑고 청량하다. 산속에서 간간히 들리는 새소리 조차 기분이 좋다.
호수 전체를 한 바퀴 돌려면 시간이 3시간 가까이 걸린다. 예전에는 한 바퀴를 돌았지만 이제는 걷는 시간이 2시간이 넘으며 다리가 아프며 무리가 간다. 호수 절반 정도만 걷다가 다시 돌아 나온다. 차로 와서 우리는 큰집을 향한다. 큰집은 청암산에서 차로 5분 거리로 아주 가깝다. 큰댁에는 남편의 형님과 형수가 살고 계신다.
한 동안 코로나로 큰집에 가지를 못했다. 명절에도 제사에도, 두 분만 계시니 오늘을 들려 두 분 모시고 식사를 하려고 큰집에 갔다. 큰집 형님은 늘 아프시다. 오랜만에 만난 형님은 몸이 많이 안 좋으시다고 한다. 사람은 나이가 먹고 늙어지면 사람의 능력으로서는 어쩔 수가 없다. 형님을 모시고 가서 막국수를 사 드렸는데 맛있게 드셨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나는 마음이 아프다. 집에 모셔다 드리고 돌아서며 " 형님 또 올게요" 하고 돌아서 나오는데 " 그래 또와 " 하면서 집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쓸쓸해 보여 나는 눈물이 나왔다. 수많은 날 가족을 위해 온 몸을 희생하고 살아왔던 형님의 삶을 돌아보며 가슴이 먹먹해진다.
남편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생각해본다. 나머지 시간을 잘 살아야지 싶다. 내 주변 사람들에게도 살아있을 때 잘해드려야지. 나이 듦이란 병들어 아프게 된다. 형님의 생을 돌아보며 아프고 애틋하다. 며칠 후에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 다시 찾아가리라 마음에 다집을 하며 돌아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