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 란드가 아니었다면

실패를 찬양하는 나라에서 71일 히치 하이킹 여행기

by 이숙자


아이 슬란드가 아니었다면 저자 강은경 작가. 그는 서울예대 문예 창작 과를 졸업하고 소설가가 되기 위해 학습동화, 각색, 자서전 대필, 희곡 집필, 영화나 드라마 보조출연, 요리사 보조, 건설 현장 ' 막일'로 딱 입에 풀칠할 만큼 돈을 벌며 30여 년간 신춘문예에 매달렸다.


그러나 그의 소설이 당선된 적은 없었다.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고 어느 날 찾아온 노안으로 돋보기를 쓰면서 인생 볼장 다 보았구나 하는 절망감에 절필을 선언허고 이슬란드라는 나라를 여행하기 위해 꿈을 꾼다. 그리고 무려 4년 동안 준비를 했다. 작가는 <아이슬란드가 아니였다면> 이란 책은 실패를 찬양하는 나라 아이슬란드를 71일 동안 히치하이킹을 하면서 격은 여행기다.



세계 최고의 물가를 자랑하는 나라 아이슬란드를 300만 원 남짓으로 71일간 여행은 전문가도 혀를 내두른 지독한 가난하고 고독한 여행은 작가의 사선을 넘나드는 놀라운 여행이다.


여행을 가서 맨 먼저 찾아간 곳은 캠핑장, 그곳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날마다 걷고 히치하이킹으로 남의 차를 타면서 아이슬란드 동서 남북을 누비고 다닌다.


날씨는 많이 춥고, 준비된 의복과 식료품도 부족한 상황에서 여행하는 작가는 하루하루가 고난의 시간이다. 주로 캠핑장에서 프리 푸드 선반에 놓여 있는 식품인 식빵과 여러 가지 식재료는 그가 먹는 식사다. 잠자리는 텐트에 침낭 하나. 무거운 배낭 25킬로를 등에 지고 움직이고 걸어 다닌다.


여행지 탠트 캠핑장


세계에서 행복지수 1위 범죄율이 가장 낮은 나라 경찰조차 총을 소지 않고 국민 열 명 중 한 명은 작가이며 여섯 명 이상은 음악가, 최장수의 나라, 땅이 요동치고 화산 폭발이 잇따르고 1600만 년 전에 출현해 지금도 태초의 모습을 품고 있는 곳,


백야와 오로라, 빙하가 뒤덮인 얼음, 대지와 피오르 해안, 용암지대의 이끼와 루핀이 핀 벌판과 폭포, 수증기와 간헐천이 뿜어져 올라오는 불의 땅, 그런 아이 슬란드의 풍광을 표현할 때 식상할 정도로 자주 등장하는 문구가 있다. '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다!", 다른 행성에 불시착한 느낌이다." " 죽기 전에 반듯이 두 번을 가야 할 여행지다." p 71


그런 멋진 곳이라고 하는데 나이가 들어 그곳에 여행할 수 있는 꿈을 가질 수 없으니 나는 이제 볼장 다 보지 않았을까? 그리 말하고 보니 왠지 서글퍼진다. 젊어서 좀 더 여러 곳을 여행해보지 못한 후회가 뒤늦게 밀려온다.


어쩌면 그 시절은 환경이 여러 가지 상황이 지금과는 다르기 때문에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사람이 살면서 가장 즐겁고 행복한 일 중 하나가 멋진 곳을 여행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일이다. 알면서도 실천하기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작가는 잦은 악천후를 견뎌내며 초현실적인 풍광을 만나면서 감동한다. 지구의 태초의 모습을 목격하는듯한 신비로움과 불과 얼음의 땅에서 눈을 뗄 수 없는 신비한 장면이다. 근원의 세계를 마주한 느낌에 놀라고 황홀하기도 했다. 오염되지 않은 자연을 그대로 간직한 곳이다.



작가는 히치하이킹을 하면서 만나는 여러 사람들의 따뜻함이 감사하고 행복했다. 사람은 혼자 사는 동물이 아니다. 서로가 도울 수 있는 관계가 사람이 살아가는 본성이다. 아이 슬 란드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일 중 하나는 이웃이 불행하게 될까 봐 그게 두렵다니 놀랍다. 우리와는 너무 다른 문화. 정말 높은 인격을 가진 국민성을 지녔다. 부러운 일이다.



아이슬란드 아스카는 높이 1510미터의 분화구다.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깊고 푸른 호수 외시 큐 바통 깊이 217을 품고 있다. 1875년의 대폭발 이후 1926년까지 분화 폭발이 계속됐다. 그 넓은 호수에 물이 따뜻해서 수영하려고 여행자들이 찾아오는 곳이다. 작가는 그곳을 올라가다가 안갯속에 길을 잃고 헤맨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검은 돌과 하얀 눈, 잿빛 구름으로 뒤덮인 하늘뿐, 혹독한 땅, 사람 발자국은커녕 작은 짐승의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 곳이었다. 안개만이 움직이고 있었다. 얼마나 왔을까? 얼마나 더 가야 할까? 그만 포기하고 돌아가야 하는 건 아닐까? 구조 신호를 보낼 방법도 없다. 50년 만의 악천후가 이런 거였나 안개와 눈보라에 갇혀 버리고 말았다. p 233



나는 점점 패닉 상태에 빠져 갔다. 나는 그만 차갑고 딱딱한 땅 위에 무릎을 꺾고 주저앉았다. 눈물이 복받쳐 올랐다. 흐느낌이 통곡으로 변했다. 엉엉! 소리쳐 울기 시작했다. 태어나 그토록 큰 소리로 운 적이 없었다. 심장에서 뜨거운 불길과 시뻘건 용암이 솟구치는 같았다.



젖은 옷을 입고 차디찬 발로 걷고 있는 나, 멈추지 않고 가고자 했던 목적지를 향해 발이 부르 트도록 걷고 있는 나, 갈 수 없는 길이라는 걸 모르고 결국 안개에 갇혀 길을 잃은 나, 앞으로 더 갈 수도 없고, 되돌아갈 수도 없게 된 나, 어쩌면 지금 처해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불현듯 여기서 끝내도 되겠다는 체념을 하는 순간, p 234


격렬했던 감정을 가라앉기 시작하면서 죽음도 두려운 생각이 사라진다. 사람은 어차피 한 번은 겪고 가야 할 일, 두려움과 공포의 터널을 지나 안개가 걷히며 길을 찾아 캠핑장까지 돌아와 살아 낸다. 사람은 바닥까지 내려가 보아야 올라가는 길도 찾게 된다


. 어쩌면 작가는 죽음도 불사하는 어려운 여행을 71일 동안 수없는 난관과 힘듦도 다 극복하고 나서야 올라가는 길을 찾아내고야 말았다. 젊은 나이도 아닌 53세, 체력도 받쳐 주지 않는 약한 여자의 몸으로 무거운 짐은 지고 다니면서 여행을 마친 작가의 투지와 불굴의 정신은 실패한 사람이 아닌 성공한 사람이다.


초지에서

피어있는 야생화 루핀


아이 슬란드를 여행하면서 특별한 재미는 가끔씩 만나는 사람들과 교감을 나누는 인간적인 정과 자연 속에 초지를 걸으면서 보게 되는 끝없이 피어 있는 야생화, 루핀, 땨뜻한 온천장과 호숫가에서 본 머핀은 기억에 잊히지 않는 아름다운 추억이다. 식물원을 방문했을 때 받아온 꽃씨도 잊지 못할 가슴 따뜻한 일이었다. 히치하이킹을 할 때마다 만났던 사람들도 멋지고, 정이 들었다. 여러 나라의 다양한 삶의 문화를 알게 된 기회가 되기도 했다.


온천장 호숫가에서 만난 머핀


무사히 아이슬란드 여행을 마치고 1700매의 여행기를 완성하고 서른두 군데 출판사 중 거절의 답장을 준 곳이 여섯 곳. 나머지는 묵묵부답이었다 한다. 이 책은 서른세 번의 투고 끝에 빛을 보게 된 작가의 첫 작품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나라 아이 슬 란드가 아니었다면, 그곳 여행을 가지 않아 다면 나오지 않았을 책이다. 죽음을 불사하고 도전하고 실패를 거듭하면서 포기하지 않는 작가의 열정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작가의 삶은 실패가 아닌 성공한 인생이다. 그가 꼭 아이슬란드에 가야만 하는 이유는 실패가 낙인 되지 않는 곳 실패를 찬양하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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