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나이를 잊고 싶은 때가 있다

작가 강연 끝나고 카페에서 일상을 탈출하다

by 이숙자

며칠 전 심윤경 작가님의 강연이 한길 문고에서 있었다. 작가 강연 신청을 미리 해 놓았지만 나는 며칠 지나면 잃어버리고 만다. 그날 다시 카톡으로 공지를 해 주어야 만 잊지 않고 참석을 하니 참 나도 세심하지 못하다. 혹시 내 머리에 기억력이 소진된 것 아닌지 때론 걱정이 된다. 하여간 잘 잊는다. 이러다가 치매는 안 오려나 생각하는 날도 있다.


그날도 저녁을 무얼 먹을까, 저녁 메뉴 생각을 하고 있는데 윤주 선생님의 카톡이 왔다. " 오늘 작가 강연 있는 날 아닌가요?" 하고 물으니 효영 선생님은 맞다고 대답을 해서 알게 되었다. 다른 날은 배 작가님이 공지를 해 주는데 오늘은 말이 없다. 아마 바쁜 일 있었나 보다.


카톡이 아니면 오늘도 잃어버렸을 것이다. 지난번 황석영 작가님 강의 때도 잃어버리고 참석을 못해 많이 섭섭했었는데. 시간을 보니 작가 강연 시작은 30분뿐이 남았다. 정신없이 남편 저녁밥만 간단히 차려 주고서 빠른 걸음으로 경보를 하듯 한길 문고에 도착하고 나니 시작 3분 전, 숨을 몰아쉬면서 앞자리에 앉는다. 나는 습관 적으로 강연을 들을 때는 앞자리를 선호한다. 눈이 좋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뒤에 앉으면 답답하다.


심윤경 작가님 강연은 두 번째다. 이번에 새로 출간한 소설 '영원한 유산' 이란 책을 출간한 동기 책 속의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작가님은 어려서 인왕산 자락에서 살았었다. 지난 사진을 보다가 어느 날, 4살 때 할머니와 함께 찍은 사진 속에 아름다운 건물을 보고 호기심이 생겨 조사하고 공부하면서 소설을 썼다고 말했다. 역시 작가의 은 남 다르다. 사진 속에서 소설의 자료를 찾다니... 놀랍다.


그 사진 속에 있던 건물은 고종 때 1973년 유앤 기구가 사용했던 건물로 순종황후의 백부인 윤덕영이 지었다고 한다. 건물 이름은 엉커크, 그 후에 불이 나고 나서 다시 사용하지 않고 겉모습만 남아있다고 말했다. 윤덕영 친일파의 막내딸이 소설의 여자 주인공이며 남자 주인 공은 시골에서 살면서 독립운동한 후손의 아들 해동, 두 사람이 주인 공이다. 그 시대적 배경과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이야기로 강연을 끝냈다.


강연이 끝나고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같이 글 쓰던 선생님들 두 분이 참석해서 반가웠다. 인사를 하고 헤어지려는 순간 섭섭하다고 어디에 가서 차 한잔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어디로 갈까... 서로 말을 하다가 우리 회원 중에 카페를 하시는 사장님이 있다. 그곳으로 가자는 결정을 했다. 순간 나는 갈까 말까... 망설여졌다.


지난번 갔을 때도 차 한잔 놓고 뻘쭘하게 앉아 있다 나온 기억 때문이다. 같이 가자는 말을 뿌리치지 못하고 합류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는 말이 있다. 같이 놀려면 그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나는 젊은 사람들과 있으면 말문을 닫을 때가 많다. 서로 생각이 다르기도 하고 나이 든 사람이 말을 많이 하면 모양새가 좋지 않다. 그저 듣고 있는 것도 재미있다. 젊은이들 생각과 나이 든 사람의 생각의 간극을 나름 분석해 본다.


군산에는 음악이야기라는 카페가 있다. 카페라고 말하기보다는 음악이 있고 멋과 낭만이 있는 곳이다. 사람은 살면서 가끔은 일상을 탈출하고 싶은 날이 찾아올 때가 있다. 그런 날은 이곳에 와서 좋아하는 음악과 와인이나 맥주 한잔 놓고 자신의 일탈을 즐길 수도 있다. 사람이 산다는 것은 예술이며 연극을 하고 사는 것이다. 가끔은 일탈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인생은 한 번뿐이 못 사는 일회 일기 인생이 아닌가.


카페에서 마신 맥주

나는 이곳에 세 번째 방문이다. 가끔 글 쓰는 문우들과 안건이 있을 때 이곳에 와서 토론도 하곤 했다. 그럴 때마다 젊은 사람들은 맥주를 마시고 마음껏 이야기를 토해 낸다. 나는 그저 차 한잔 놓고 그들을 바라보는 내내 사실은 이방인 같은 생각에 서먹서먹했다 내가 다도를 오랫동안 해온 사실을 아는 사람들 앞에서, 더욱이 나이가 많다는 점이 나를 절제하도록 했다. 나는 금방 사람들과 친숙하지를 못한다.


오늘은 그냥 차만 마시면 미운 오리 새끼가 될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만나온 얼마간 시간이 흐른 뒤라서 조금은 흉허물이 없어진 이유도 있다. 모두 메뉴를 보고 주문을 하는데 거의 맥주를 주문한다. "나도 맥주요" 그 말이 끝나자 와아~~ 모두가 탄성을 지르며 박수를 친다.


설마 내가 맥주를 주문 하리란 생각을 안 했나 보다. 그럴 일 까지야 없는데, 나도 그들 속으로 들어가 같은 시간을 공유한다. 모두가 주제는 남편 이야기로 수다 삼매경이다. 그동안 코로나로 갇혀 있던 감정들을 다 쏟아 놓는 듯하다. 오늘은 나도 내 나이를 잊고 싶은 날이다.


나는 적당히 그들의 대화 속에 끼어본다. 내가 살아온 삶의 경험들을 말하기도 하면서. 이런 분위기에서는 자식 이야기는 안 하는 게 예의다. 밖에서 맥주를 마시는 일이 얼마만인가, 몇 년이 지난 듯하다. 글 쓰는 이야기, 사는 이야기 금방 시간이 흐른다. 역시 사람은 사람과 어울려 소통을 할 때 에너지를 얻는다. 수영 선생님의 찰진 유모어에 모두가 한바탕 폭소를 한다.


카페 사장님은 내가 좋아하는 노래도 잘 안다. '최백호의 개여울' 나는 오래된 팝송도 좋지만 우리 삶이 녹아 있는 우리말 가사 노래가 좋다. 누이 같은 나를 위한 배려.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들려 줄때 기분이 좋다. 다른 분들도 모두 음악도 신청하고 밤 시간은 금방 간다. 음악이야기의 멋진 분위가 나를 젊음의 낭만 속으로 데려간다. 오늘은 밤늦은 시간까지 일상을 탈출한 날이다. 이런 일이 몇 년 만일까, 나도 잊고 살아왔다.


산다는 건 별거 아닌데. 너무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단순하게 물 흐르는 대로 살고 싶다. 단순한 삶이 인생을 효율적으로 경영하는 최선의 삶이 될 수 있다. 좋은 인생은 단순할 수뿐이 없다. 나는 온전히 내가 좋아하는 내 삶의 주인공으로 살라가려 한다. 오늘은 내 나이를 잃어 버리고 살고 싶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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