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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자 Jul 20. 2021

기르는 즐거움

위클리 에세이 쓰기

 문우들과 함께 위클리 에세이를 쓰고 있다. 이번 글쓰기 주제는 '기르는 즐거움'이다. 그런데 우리 집에서는 야채를 기르는 텃밭도 없고 집에서 기르는 애완동물도 없다. 다만 베란다와 거실에서 자라고 있는 꽃나무와 식물들이 전부다. 요즈음 사람들은 정서적으로 안정과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반려 동물, 반려 식물을 많이 기른다.


기르는 즐거움은 살아있는 모든 것에 관심과 애정을 주면 그만큼 사람에게 기쁨을 되돌려 준다. 모든 사물에 정성을 들인다는 것은 곧바로 사랑하는 것이다. 사랑도 주는 만큼 되돌아온다. 그래서 반려견이나 반려묘는 사람이나 똑 같이 마음을 교감하고 외로움을 나누며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다.


 나는 반려견을 키우지는 않았지만 가끔 티 브이에서 동물 농장을 보면 주인에게 충성을 다 하는 개들을 본다. 주인을 대하는 마음이 눈물이 나올 정도로 진한 감동을 느낄 때가 많다. 때론 사람보다 더 진한 애정과 의리가 감동을 선사한다. 사람이 혼자 살아간다는 것은 외롭다. 무엇이던 외로움을 채워 줄 대상을 찾아 외로움을 덜어내고 행복을 찾으려 한다. 그 마음을 나는 공감한다.


우리 집 베란다

우리는 단독을 살다가 아파트로 이사온지 30년이 되었다. 아파트란 공간은 푸른 식물이 없으면 삭막하다. 아파트에 입주하고서부터 집 베란다에 꽃나무를 들이기 시작했다. 베란다 2평 정도 공간에는 잎이 푸른 식물과 꽃나무를 들이고 남편은 그곳이 남편만의 세상이 되었다. 말이 별로 없고 다른 취미가 없는 남편은 베란다 식물들의 자라고 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기만의 사유의 세계가 그곳에 있는 듯하다.


자녀들이 다 떠난 노 부부만 사는 집은 조용하고 쓸쓸하다. 대화의 주제가 빈곤하다. 남편과 나는 자고 일어나 베란다에  꽃나무에 물을 주고 있는 남편에게 말을 건넨다. 마치 아이들을 대하 듯 제라륨은 오늘 꽃송이가 몇 송이고 사랑 초는 지금 상황이 어떻고 꽃나무 하나하나 이름을 부르며 관심을 보인다. 아마도 꽃들은 남편의 손길과 관심 속에 무럭무럭 자라는 듯하다. 지금은 여름이라서 꽃나무들이 상태가 좋지 않다.


베란다에서 자라나는 식물들은 제 각각 사연들이 있다. 누가 선물해 준 것도 있으며 아니면 좋아해서 사다가 기르는 식물들도 있다. 일 년 사 계절의 식물은 자라면서 우리에게 즐거움을 준다. 즐거움을 주는 만큼 남편은 식물과 꽃들에게 정성을 기울인다.


아침에 자고 일어나면 맨 먼저 베란다 창문을 열고 식물들과 인사를 하고 나뭇잎들을 만져주고 누런 잎이 있으면 제거해 주고 온갖 정성을 기울인다. 나는 남편의 그런 모습을 보면은 평화롭고 제일 근사하다.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몰입을 할 때 가장 순수해 보이고 아름답다. 혹여라도 물을 주는 날을 빼놓을 세라 탁상 달력에 식물의 물 주는 날을 적어 놓았다.


거실 나무들

식물과 꽃은 물을 주어야 하는 날이 각기 다르다. 물을 좋아해서 날마다 주어야 하는 것도 있고 잊어버릴 만해서 주어야 하는 식물도 있다. 마치 어린애들 이유식을 주듯 영양제도 사다가 주는 걸 잊으면 안 된다. 사람이 무엇을 양육한다는 것은 그만큼 정성과 관심을 가져야 나에게 주어지는 기쁨이 있다.


어떤 때 나는 꽃과 나무에게 택도 없는 질투를 느낄 때가 있다. '꽃나무와 식물에게 정성을 쏟듯 마누라에게 정성을 좀 쏟아 보시지',  꽃나무와 비교를 하다니 하고서 나는 웃고 만다. 마누라는 항상 그 자리에 그대로 머무는 사람 그러면서 마음을 내려놓는다. 그래도 한 가지 남편이 마음에 드는 점은 있다.


 봄이면 새 가족 꽃나무를 들일 때면 혼자 좋아하는 걸 고르기보다는 나에게 꼭 의견을 묻고 내가 좋아하는 것도 들여와 정성껏 기르면서 나를 즐겁게 해 준다. 아마도 그게 나이 든 분의 사랑법 아닌가 생각한다. 남편은 말이 없고 과묵하다. 언제 자기 마음을 다 표현하려나 궁금해지는 날도 있다.


남편은 나이 든 세대라 그런지 엄청 근검절약하는 검소한 사람이다. 그러나 새봄이 오고 새로 다른 식물 가족을 살 때는 10만 원 이상의 돈도 아낌없이 지출을 한다. 원래 작은 돈은 아끼고 큰돈은 잘 쓰는 통 큰 사람이라서 마음대로 지출을 한다. 나도 살짝 눈감아 준다. 나도사고 싶은 것 있으면 마음대로 사는데 뭐, 하고 싶은 데로 해야지 하고서 모르는 척해 준다.


사람이 매일 사는 일은 작은 것에서 기쁨을 누린다. 우리 집 베란다 두 평 정도에서 자라는 꽃과 식물이지만 그들을 보면서 사 계절이 변하는 모습을, 철마다 피는 꽃을 보며 위안을 느끼며 즐겁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좋아하는 일을 하고 욕심 없는 담백한 시선으로 주위를 돌아보면은 행복한 삶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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