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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자 Aug 04. 2021

내 삶에서 아름다운 선택

위클리 에세이 5번째 주제


중 고등학교를 다니는 소녀시절부터 나는 책을 좋아했다. 내가 살던 그 시절은 읽을 책이 가정마다 별로 없었지만. 외갓집에 가면 삼촌들이 읽던 책이 있었다.  월간지부터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등 세계 문학전집도 책을 읽을 수 있어 외가에 자주 놀러 갔었다.


책을 읽는 순간은 모든 잡념이 사라지고 책 속에 몰두할 수 있어 좋았다. 감이 풍부한 소녀시절, 내 즐거움은 책과 노는 것이었다. 혼자 노는 걸 즐겨했던 것은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혼자 책을 보고 여러 가지 상상을 하면서 꿈을 꾸고 멋지고 예쁘게 살고 싶었던 꿈은  아마 책과 가까이 하면서 꿈을 꾸었던 것 같다.


                                               나는 책만 있으면 배고프지 않고 행복했던 때가 있었다


우리 집안에 고모님 아들인 시인이 계셨다. 나는 시라고 글을 낙서하듯 써서  어쩌다 시인 오빠를 만나면 첨삭을 해 달라고 부탁을 하면  웃으며 읽고 건네주면서 계속 잘 써 보라고 격려를 해 주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생각하면 얼마나 미숙한 글이었을까, 나 혼자 웃음이 난다. 사실 그때 오빠에게 매 달려 글 쓰기 공부를 해야 했었다. 지금 은 아마 다른 모습인 나를 만났을 텐데... 아쉬움으로 후회가 된다.


 삶이란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살다 보면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수많은 외부 요인들이 우리를 흔들고 좌절하게 만든다. 내가 중심을 잡고 나를 바로 세우는 일은 내가 해내야 할 내 몫이다.


나는 직장생활을 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 책과의 만남이 자꾸 멀어져 갔다. 살아야 하는 일이 바쁘기도 하고  마음에 여유도 없었다. 삶의 현장에서 정신없이 살다가 결혼 적령기가 되어 결혼을 해야 했다. 결혼하고 나니 더 바쁜 일상은 나를 돌아보고 살 수 있는 시간 멀어져 갔다. 날마다 해야 할 가정일 에 쫓기듯 살아야 하는 게 일상이었다.


 결혼하고 아이들 낳아 교육시키고 나이 50이 넘도록 엄마의 역할과 주부의 일은 끝나지를 않았다. 항상 아이들을 잘 키워내야 하지 하는 욕심으로 마음을 다해 뒷바라지를 해야 하는 엄마 역할은 어려웠다. 아이들이 넷이나 되니 나 혼자만의 여유를 즐기는 시간은 할애할 수 없는 바쁜 나날이었다.


그렇게  온 마음을 다해 자녀 교육에 신경을 쓰고 딸들은 하나 둘 서울로 대학을 가고 내 곁은 떠나기 시작했다. 특히 큰 딸이 유학을 떠나고 난 후,  딸이 그립고  허전함을 무엇으로 메꾸기가 힘들었다.  나날이 찾아오는 허탈과 외로움과  싸워야 했다. 바쁘게만 살아왔던 삶이 갑자기 시간이 많아지고 내 가슴은 채울 수 없는 허망함에 막막해 왔다, 나는 무엇을 하면서 내가 이 나이가 되었지? 하면서 내게 물을 표를 던지는 날이 많아졌다. 이제는 나를 채워가는 삶을 살아야 겠다는 다짐을 했다.

내가 그때  만난 것이 다도 공부였다. 차를 만나면서 새로운 세상을 만났다. 그동안 모르고 살아왔던 더 넓은 세계가 그 안에 있었다. 자연과 전통 음악과 그림 역사 공부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았다. 외로운 마음이 점점 치유되어 갔다. 나는 공부하는 걸 좋아한다.


혼자서 명상하고 차 마시는 일은 나에게는 또 다른 나를 만나면서 내 힘들었던 삶을 치유하는 날들이 되었다.



나는 온통 차 생활에 매료되어 허전했던 내 일상은 차분히 나를 돌아보며 차 공부와 차 생활에 몰입할 수 있었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행사를 하고 손자를 데려다 키우면서 차 공무를 체게 적으로 하기 위해 대학과 대 학원을 6년이란 긴 세월을 차 공부에 매진했다. 차 공부를 하면서 행복했다.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와 멋을 알게 되는 삶으로 연결이 되었다. 내가 공부하게 되는 차는 종합에 술이었다. 멋지고 아름답게 살아가는 삶의 길이 그 안에 다 담겨 있었다.


내 삶에서 아름다운 선택은 차를 만나고 난 후였다. 그동안 방황하던 삶에서 안정을 찾았다.


차를 만나지 않고 살았다면 내 삶이 얼마나 삭막하고 무미건조했을까 생각해 본다. 차는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우리가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를 가르쳐 주는 정신이 차 생활에 있음도 알려 준다.  나는 지금도 날마다 차를 마시며 건강을 돌보고 차가 가지고 있는 정신을 마음으로 새기며 살아가고 있다.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은 충만함도 차를 배우고 난 후  알게 되었다.


차를 하면서 병행해야 할 일들도 거의 섭렵을 했다. 그림 그리는 일, 자수 놓는 일, 바느 질 하는 일, 문학과 음악과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 일이 모두 차와 함께한다. 나이 들어가면서 비움의 미학도 알게 되는 것이 차를 통해서 배우는 일이다. 차 한 가지만 가지고도 삶을 넉넉하고 풍요롭게 살 수 있는 정신적인 문화가 그 속에 다 들어 있다. 내게는 차는 참 매력이 있는 공부요 삶의 길잡이였다.


또 한 가지 더 내 삶에서 아름다운 선택이라고 말하라고 한다면 다시 책을 만나고 글을 쓰는 일이다.


내 노년의 삶은 축복이다. 나는 이제 더 바라지 않는다. 내가 마음을 풍요롭게 해주는 차와 글 쓰는 일이 내 인생의 최고의 행복이다. 더없이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혼자만이 향유하는 절대의 고독도 즐기는 여유를 알고 있다. 나이 들면 내가 나를 돌보는 일을 만들고 살아야 함을 뒤늦게 알게 되는 행운이 왔다.  


사람의 본질은 혼자이면서 고독한 존재이다. 내가 나를 행복하게 돌보는 일을 해야 한다. 무엇이 나를 채워주고 행복할 까? 그것은 각지의 몫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내가 나를 돌보는 일은 깊은 사유를 할 때 찾아온다.  내 나이 곧 있으면 80을 바라보는 나이이다. 이제야  나는 나를 돌 보는 일을 하면서 행복한 내 일상을 살아간다.


 이전에 몰랐던 일도 나이 들면 알게 되는 일이 있다,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 살다가 인생을 마치는 일은 후회 없는 삶이라 생각한다. 사람이 욕심을 내면 끝이 없다. 내가 살면서 아름다운 선택은 차와 글 쓰기이다. 내 외로운 노년을 충분히 채워 주는 가슴 가득한 행복이다. 나는 매일 하고 노는 게 재미있다.


 가장 가까운 친구, 나를 돌보는 친구는 결국 나다. 나는 나 답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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