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앉은 지금 이 자리가 꽃자리다

by 이숙자

지난 일요일, 남편 병원 예약된 시간에 시티를 찍으려 갔다. 일요일이지만 병원은 부분적으로 문을 열고 업무를 보고 있었다. 종합병원이라서 그런지 사람들은 적당히 많다. 평일에는 말할 것도 없이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짝 걱정도 되었다. 날마다 확진자는 많은 숫자가 나오고 코로나라는 것이 어디에 숨어있을지 알 길이 없어서다. 사람 곁에 가는 것이 두렵다. 사람이 사람을 멀리 하고 살다니,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고 슬픈 일이다.


문진이 있던 첫날과는 다르게 곧바로 수속하고 시티를 찍었다. 사람들도 줄지어 기다린다. 병원에 오면 모두가 아픈 사람 같다. 지금은 의료시설이 잘 되어 건강에 도움을 많이 받고 살아간다. 얼마만큼을 살다가 가야 여한이 없을까, 생각이 많아진다. 그저 주변에 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오래 아프지 말고 가기를 소망해 보지만 어디 그 일이 뜻대로 되는 일이란 말인가...


남편은 시티를 찍으려 점심도 굶고 물도 먹지 못하고 아침 7시부터 오후 3 시까지 참느라 고생을 했다. 옆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딱하고 마음이 좋지가 않았다. 시티를 찍고 다음 예악을 하고 병원을 나왔다. 마음 한편으로는 시원하다. 결과는 잘 나오리라 믿어보련다. 몇 시간 물을 못 마셔 물부터 드시고 택시를 타고 터미널로 향했다. 조금 한가로운 곳에서 간단한 식사를 했다. 둘째 딸은 옆에서 시중을 다 한다. 며칠 동안 엄마 아빠와 같이 보내는라 신경을 써준 딸이 고맙다.


군산에 내려와 문을 열고 집에 들어오니 집안이 후끈하고 덥다. 일주일을 집을 비워놓고 문을 잠가 놓았으니 그럴 수뿐이 없다. 집에 들어오자 집 창문부터 모두 열어 놓는다. 집을 쓸고 닦고 집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어야 쉬고 싶은 마음이 든다.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은 사람의 손길이 닿아야 집안에 온기가 돌아온다.


베란다의 꽃나무들도 시들 시들하다. 남편은 서둘러 꽃나무에 물을 주고 화초들을 살핀다. 날마다 물을 뿌려 주고 만져주고 돌봄을 해야 하는 꽃나무들도 사랑과 관심을 먹고 자란다. 살아있는 모든 생물은 사랑이 삶의 중심이며 날마다 우리를 살아가도록 해 주는 원동력이 된다. 내 집, 이 공간에 남편과 같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든든하고 안심이 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꾸 그런 생각이 든다. 혼자가 아니어서 감사하다는 생각.


한참을 쓸고 닦고 나니 시원하다. 샤워를 하고 서제 책상 앞에 앉으니 마음이 가지런하고 편하고 그윽하다. 행복하다. 역시 편하기는 내 집 만한 곳이 없다. 가족들은 만나고 마음 안에 사랑과 에너지를 담고 와서 그 힘으로 한 동안 살아갈 것이다. 사람은 저마다 자기만의 섬을 가지고 산다는 생각이다. 자기의 섬에서 꿈을 꾸고 그리움을 안고 살아갈 것이다.


며칠 다른 환경에서 여행자처럼 살다가 자기 자리로 돌아왔다. 사람은 각자 자기만의 삶의 질서와 습관이 있다. 다른 사람이 아닌 자기만이 누리는 자유는 내 안의 나를 살게 하는 힘이다. 떠나보면 안다. 내 자리가 얼마나 편하고 평화로운지, 내가 앉아 있는 내 자리가 바로 꽃자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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