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맛

정명섭 작가의 먹거리에 대한 강의를 듣다

by 이숙자

며칠째 가을비가 내리고 날씨는 우중충 을씨년스럽다. 갑자기 겨울이 온 것만 같다. 서울에는 첫눈이 왔다는 소식까지 들리고, 단풍을 즐기고 가을맞이 하기 전에 겨울이 오려나 보다. 아직 가을맞이도 못했는데 섭섭하다. 가을비에 말없이 떨어져 있는 낙엽들만 비에 젖어 길거리에 쌓여 청소하는 아저씨들만 수고를 하고 있다. 그분들은 가을 낭만이고, 뭐고 떨어진 낙엽이 귀찮기만 할 것 같다.


나이 들면서부터 날씨가 추워지면 밖에 나가기 싫어진다. 더욱이 캄캄한 밤이 되면 더욱 그렇다. 어제도 한길 문고에서 작가 강연이 있는 날이다. 강의 듣는 명단에 신청을 해 놓았으니 가야 한다. 여태껏 아무 말 안 하던 남편도 밤 외출을 말린다. 비 오고 난 뒤 자칫 밤길에 넘어지면 곤란한 상황이 올 수도 있기 때문 일 것이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자유를 구속받는 것은 싫지만 한편 돌려 생각하면 나를 보호해 주는 보호자가 있음은 마음 든든한 일이다. 젊어서 씩씩했던 마음도 나이가 들면 모든 것이 소심하고 마음이 약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삶의 과정이다.


어느 곳에 가려면 약속 시간보다 조금 일찍 가면은 여유롭고 내가 주인이 된다. 오는 사람들도 맞이하며 주인행세를 하는 것이다. 허둥지둥 늦게 되면 마음부터 여유가 없다. 내 마음이 여유가 없으면 다른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도 메 마른 감정으로 대 한다. 한길 문고 강연하는 곳엔 아무도 없다. 내가 제일 먼저와서 여유를 부려본다. 보고 싶은 책도 가져다 그림만이라도 한번 스윽 눈으로 읽는다.

정명 섭 작가 강의


정명섭 작가님은 벌써 오셔서 배 작가와 책 사인을 서로 주고받고 한다. 출간 작가들만의 그 무엇이 있는 듯, 그 모습이 부럽다. 나는 요즘 글을 쓰면서 왜 자꾸 부러운 것이 생기는지 모르겠다. 욕심일까? 나는 나로 살아야 한다고 자신에게 타이르는 말을 하면서도 그게 쉽지 않다. 글 잘 쓰는 사람이 부럽고 시 잘 쓰는 사람도 부럽다. 그렇다고 돈 많은 사람이 부러운 건 아니다. 부러우면 진다는 데...


내가 항상 하는 말, 지고 사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라는 말을 자주 한다. 그래서 지는 연습을 하는 걸까?


그렇게 유명한 작가인 정명섭 작가님을 처음 보았다. 첫인상이 엄청 씩씩하시고 유쾌하며 스스럼없다. 초면인데도 친근하다. 맨 앞에 앉아있는 나에게 온기가 식지 않은 옥수수를 뚝 끊어 " 드세요, 아까 샀었요" 하시며 주신다. 말씀도 엄청 잘하신다.


정명섭 작가님 에게 붙여진 수식어가 많다.

역사에 상상력 한 스푼 팩션 소설의 대가.

자타 공인 국내 최고 좀비 전문가.

다양한 장르를 섭렵한 출판계의 다이소. 역사물에서부터 탐정 소설까지 섭렵을 하지 못한 장르가 없다. 전문가가 되려면 공부를 해야 한다고 한다. 백번 맞는 말이다.


출간한 책이 150권이나 된다니 깜짝 놀랐다. 사람은 누구나 마음속에 바다 하나쯤 갖고 산다는 말이 맞는 말이 아닐까 생각한다. 남들과 다른 글을 쓸 수 있어야 책이 된다는 말은 맞는 말이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글을 쓰면서 누구를 이 기기 위해 글을 쓰면은 글이 아니라 칼이 된다는 말도 공감이 간다. 글을 쓸 때 글 쓰는 사람의 마음가짐도 중요함을 알게 되었다.


한국의 맛이란 주제를 가지고 강의를 하는데 너무 재미있는 분이다. 작가 강의를 들으면서 이처럼 유쾌한 적이 없다. 말을 어쩌면 술술 잘하시는지, 우리나라 음식의 역사와 음식의 맛을 어떻게 그리 많이 알고 있는지 놀라웠다. 책을 150권이나 출간했으니 많은 부분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책을 쓰려면 그 분야의 공부를 해야 한다는 말이 맞다.


정말 오랜만에 유쾌한 시간을 보냈다. 먹는 강의를 하다 보니 한길 문고 대표님은 붕어빵에 귤, 먹을 것을 많이 나누어 주며 마치 야유회 온듯하다. 자유로움과 유쾌한 시간이다. 질문 있으면 하라고 말하는데 다른 분이 질문을 한다. " 글 쓰는 게 어려워요?" 하고 말하니 " 나도 어려워요."라고 말을 한다. 그 말에 모두가 폭소를 하며 말문이 막히고 만다.


책 150권 출간 작가님 글 쓰기 어렵다 말을 하니 나는 글쓰기를 무엇이라 표현해야 할까? 역시 글 쓰기는 어렵다. 모든 사람이 글쓰기는 어렵다고 하지만 다른 사람의 글을 읽으면 다 근사한 글이다. 특히 브런치 작가님들의 글, 너무 잘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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