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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자 Nov 28. 2019

모든 삶은 시간과 함께 흐른다

뜨개방 선생님 마음 아픈 일

                                                                                                                                                                                                                                                                                                                                                                                                                                                                                                              

12월이 오게 되면서,  세밑이  가까워진다.  일 년을 마무리하려고  도리 켜보니  날마다의 시간들이 소중했다. 지난 몇 개월,   글이라는 것이  신선함으로 내 삶을  연결 해오면서  미처 모르는 내 안의 잠재력을 깨웠다.  나에게는 기록에 남는 모든 순간순간이 지금의 나를 끌고 가는 수많은 바퀴 중 하나이다.   올 한 해 내 일상의  변화는 책 읽고 글을 쓰며  보내는 일이었다.


 글을  가지고 놀 수 있는 시간을 나에게  부여해준   작가님을 생각을 하게 된 나는 고맙고   감사한 마음에  작은 시간이나마 돌려주고 싶었다.  무엇으로 시간을 돌려줄까 고민 끝에 내린  생각은,   함박눈 오는 추운 날  쓸 수 있는 모자를  선물하는 게  좋을 듯싶어 동네 뜨개방에  들렸다.  작가님  코트 색과 맞추어  와인색을 골랐다.  잘 맞을듯했다.


                                               와인 칼라 모자 뜨개질


부지런히 한 올 한 올 정성을 다하면서 기도하는 마음으로 뜨를 했다. 나는 뜨를 할 때면은  눈에 보이지 않는 그 사람에게  말을 걸고 축복을 기원하면서 뜨를 한다.  한 올 한 올 뜨는  동안  마음이  고요해져  기분이 좋아진다.    언제 그 사람에게 다시 마음을 전할 수 있으랴,   알 수 없는  일이다.   내가 뜨로 마음을  전하는 것은 나만의 삶의 방식이다.  작년에는 머플러를  많이도 떴다. 선물을 받은 사람은  사랑의 마음이 전하여져 따뜻해졌으면 좋겠다. 


오늘  뜨개방에서 듣게 된 놀라운 말이 나를  많이 슬프고 아프게 한다.    뜨 방 선생님이 나에게 조용히  건네는 말은,


" 선생님, 나 오늘 이혼 서류  법원에 넣고 왔습니다"  


 가슴이 쿵 하고 내려 않는듯하다. '아이고 어쩌나'  여러 사람들이 있는 관계로 뭐라 말을 할 수 없고 마음만 복잡해진다.  요즈음 이혼하는 사람들이 많고 별일 아닌 듯 말들은  하지만 내 가까이 있는 사람이 이혼을 한다고 하니  마음이 착잡하고 왜 그렇게 마음이 아픈지 모르겠다.


 방 선생님과의 인연은 10년이 훨씬 넘는 세월이다. 그 세월 동안 서로 나눈 대화 속에 선생님의 삶이 얼마나 고달프고  어렵게 살아온 나날들이었는지 나는 잘 안다.  간간이  눈물지으며 들려주는 선생님의 삶은  짠하고 마음이 아팠다. 결혼 후 지금까지 시댁 살림 다 맡아해 오고 장애를 가진 딸 건사하는 것이 쉽지 않은  날들이었다.  남편의 냉정함과 무관심이 더 힘든 삶이었다.  쉬지 않고 일하고 장애인 딸까지 돌보면서, 여행 한번 제대로 가보지 못하고 살아왔었다.


 선생님의 말을 듣고  생각을 해본다. 아직 돌보아야 할 딸과 결혼을 하지 않는 아들이 있고 세상은 혼자 살아간다는 것이 만만치 않는 일이다.  간혹 다른 사람들은 이혼이  홀가분하고 자유로울 거라는 말을 하겠지만 자유보다 더 어려운 문제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있다.  생활하는데 오는 불편함과  외롭고 쓸쓸함을 감당하는 시간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일일 것이다.


결혼한 사람들은 가끔씩이면 누구라도  이혼이라는 낱말을  거의 떠올려 본다.   살면서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화가 밀려오면   감당하기 힘든 날도 있다.   존중받지 못하고 정체성을 잃어버릴 때가  한 번쯤은 찾아오는 이다.  마음 아픔이 차오를 때면 이혼이라는  생각 한 번은 해 볼 수 있다.  


나도 한 번쯤은 그런 날이 다.   하지만  젊은  나이라면 모를까 용기가 없다.  며칠이 지나면서  화난 마음이 사그라 지,  그래,  사는 날이 얼마나 남았다고,  화가 나서 미웠던 마음도 시간이 지나면서,  측은지심으로 마음이 바꾸어지니,  부부란  말로다 표현이 안 되는 묘한 인연이다.  


결혼이란 서로 다른 성인 남자와 여자가 만나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간다. 같은 목표를 향해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며 책임을 다해야 하는 의무를 가지는 것이 결혼생활이다.  무언의 약속된 법칙이고  엄중한 삶이다.  지금도 한국 사회는 나이 든 세대 일부가 보수적이고 권위적인   남성 우월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답답하게 사는 사람들이 있다.  시대가 변한 만큼 사람의 의식도 변해야 하는 걸 잊지 말았으면  하고 바람을 가지지만 요원하기만  하다.


집에 와서 저녁 준비를 하는 시간 내내  뜨 방 선생님이 머리에 떠나질 않고 마음이 아프다.   카톡을 보냈다.   뜨개방에서 사람이 많아  말도 못 하고 돌아서 나온 내가 너무 야박한 것처럼 느껴졌다. 얼마나 마음이 착잡하고 힘들까 싶어  진다.


"  선생님!  왜 내가 이리 마음이 아픈지 모르겠네요, 선생님 마음은 말할 수 없을 텐데요,  뜨방에서  선생님의 말을 듣고 너무 놀랐습니다.  선생님의 살아온 삶을 조금은 알기에 이리 마음이 멍먹해 지네요.  잘 현명하게 판단하셨을 줄 믿지만 저는 선생님이 덜 아프고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선생님,  인생은 사는 게  고통과  눈보라가 함께하는 것이라 하데요.  식사도 잘하시고  아프지 마세요"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그뿐이다.





답이 왔다.


" 참 고맙습니다. 열심히 산다고 살았는데 그렇네요,  제 복은 그 만 큼인가 하며  마음을

내려놓습니다."     마음이  아프다.  초연함 속에 숨어 있는 그 쓸쓸함이 숨어 있다.  사람 사는 게 마음 하나 바꾸면 되는데  그게 어려운 일인가 보다.   모든 삶은  시간과 함께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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