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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자 Jan 02. 2020

손목에 깁스했을 뿐인데, 나는 온종일 울었다

                   


 나는 팔목을 다쳐  손목에 깁스를 하고 '주부 휴업' 중이다

사건은 며칠전에 일어났다.  전주 한옥마을 한옥 게스트 하우스에서 숙박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조카네 가족과 동생과 함께,

            한옥 게스트 하우스 대문 조몀 한옥마을 게스트 하우스 대문 조명ⓒ 이숙자

                                한옥 운치를 더 해주는 대문 등

 밤에 들어선 한옥은 은은한 조명이 편안함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마당에 보이는 작은 연못과 대문에 달린 등도 정겹고 따뜻하다. 마루에 올라서 창호지 바른 문을 열고 들어서니 노오란 장판이 옛 생각을 불러온다. 예전에는 방이 모두 노란 장판을 하고 살았었다.


방바닥에는 비단 이불이 가지런히 깔려있고 고가구 하나만 단아하게 한편에 놓여있다. 천장도 서까래가 다 보이는 구조, 백 년도 넘는 집이라고 한다. 세월을 거꾸로 돌려 몇십 년 전으로 와 있는 듯하다. 부모님 대대로 살던 집을 아들이 약간 개조해 게스트 하우스를 하고 있다고 한다.
   

           서까레가 보이는 천장 한옥 게스트 하우스 방에서 서까레가 보인다ⓒ 이숙자

                                서까래가 보이는 방

 예전에는 온 가족이 한방에서 한 이불을 덮고 자면서 따뜻함을 나누고 오손도손 살던 때가 있었다. 오랜만에 한옥에 머무르게 되니 옛날 일들이 소환이 되어 추억이 살아나고 마음이 평온해진다. 요즈음은 거의 아파트 침대에서만 생활을 하니 편리하기는 하지만 정겨움이 없다. 오늘 조카의 배려로 아련한 옛 추억 속으로 들어온다. 사는 게 무엇이 그리 바쁘다고 여유를 느끼지도 못하고 산다.
   

                            한옥  튓마루 밤 조명이 친근한 한옥 튓마루ⓒ 이숙자

                        밤에 찾아간 한옥 게스트 하우스 은은한 조명 이정겹다

 며칠 피곤한 일로 곧바로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새벽녘 다리에 쥐가 나서 어떨 줄 몰라 잠에서 깨었다. 다리가 아프면 어찌할 수가 없다. 일어나서 주물러야지 싶어 일어나는 순간 중심을 못 잡고 넘어지면서 온몸의 무게를 싣고 손목을 짚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 남편과 동생도 놀라서 잠에서 깼다. 손목과 손이 금방 부어오른다.

아프고 힘이 들지만 새벽시간이라서 별다른 조치를 할 수가 없었다. 다행히 방에 작은 냉장고가 있어 수건으로 얼음찜질을 했다. 다치는 시간은 순간이지만 아픔을 견디고 회복하는 시간은 길어진다.

다 어수 없는, 지나가는 삶이다.


다음날 우울한 마음만큼이나 하늘도 회색빛으로 우중충하다. 아침에 병원에 가서 손목 깁스를 했다. 손목 뼈가 금이 가고 수술 직전이라 조심하고 회복하려면 4주 정도 걸린다고 한다. 그나마 왼손이 다쳐 다행이지만, 한 손을 쓸 수 없는 상황.  

이런 때 혼자라면 얼마나 난감할까 그런 생각을 하니 새삼 남편의 존재가 고맙고 소중하다.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남편이 다 해야 한다. 사람이 살아가는 일상들이 해야 할 일들이 많다. 내가 오십 년을 넘게 남편 밥해 줬으니 빚이라도 갚는 걸까, 나도 받을 때도 있나 보다. 일하는 모습이 어설프고 답답하지만 상관을 안 하는 것이 마음 편하다.

설거지도 집안 소소한 일도, 요즘 모두 남편 몫이 됐다. 나는 지금 주부 휴업 중이다. 사람 사는 일은 언제 어느 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고 산다.  누구나 홀로 가사등의  생활을 스스로 꾸밀 수 있도록 미리 준비 하고 익히며 살아야 한다. 내 앞에 다가오는 일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사는 지혜가 필요하다.


 나는 내가 손목을 다친 것도 다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책 읽으며 한 손으로 스마트폰에다 글은 더듬더듬 쓰고 있다. 사람이 살아가는 길은 햇볕도 있고 비바람과 눈보라도 있어야 사막이 되지 않는다고 정호승 시인은 말했다. 그 말을 받아들이니 마음이 편해졌다.  세상 만사 모든 일은 마음 안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손목을 다치고 다음날은 아프고, 불편해서,  아프니까 불현듯 돌아가신 어머니가 생각나서 하루종일 울었다. 이젠 마음을 돌린다. 울어도 소용없는 일이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것도, 내가 손목을 다친 것도 다 어쩔 수 없는 지나가는 삶이다.


사람이 사는 일은 자기도 모르는 보이지 않는 길이 있나 보다. 우리 인생의 삶은 찰나의 한순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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