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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자 Jan 03. 2020

인생은 삶과 죽음의 여행이다

엄마와의 이별

                                                                                                                                                                                                                                                                                                                                                                                                                                                                                                                       

새벽 전화 소리에 깜짝 놀라 눈을  떴다.  전주에 살고 있는 둘째 동생에 게서 온 전화다.  " 누나 어머니가 돌아가셨어요" 요양원에 계시는 어머니가  며칠 전부터 상태가 안 좋다는 말을 들어서 예견된 일이지만 막상 전화를 받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새벽 3시 반에, 운명하셨다고 한다.


12월 들어서며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부척 여위여 혼미함에  정신이 왔다 갔다 하더니, 결국 하늘나라로 가셨다. 이 세상에 오시어 90년이 넘는 세월을 살다가  우리와 이별을 했다.  인생이라는 것이 삶과 죽음의 여행이라지만  막상 죽음 앞에 서게 되면 허무하고 슬픔이 가슴속을 헤집고 아프게 한다. 그동안  함께  살아온 흔적들이 더 가슴을 아리게 하면서.


사람이 살아가는 건  만남과 이별이다. 삶이란  기쁨과 고통은 항상 공존한다. 그게 인생이다.


새벽에 전화를 받았지만  다른 방에서 자고 있던 남편에게는 아침에야  말했다.


" 여보 새벽에 어머니 돌아가셨다네요"

하고 말하니 남편 은 화들짝 놀란다.

" 아니, 뭐라고,?  오늘 찾아뵈려 했는데  어떻게 그냥 가셨나"  라며  애달퍼 어쩔 줄 모른다.


남편의 그런 모습을 보며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평소에는 감정 표현을 잘 안 하는 사람인데, 오늘은 다른 모습을 보인다. 나이 들어가는 본인의 삶과 오보랩으 되어서 일까,   놀라워하는 남편의 반응에  나는 감동이 되어 마음이 울컥해졌다.


엄마가 세상을 떠난 것은, 먼저 보낸 자식이 없음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엄마는 이십 대에 아빠와 결혼을 하고 칠 남매 자녀를 낳아 기르고 결혼을 시키셨다.  어려웠던 시절에 혼신의 힘을 다해 일곱이나 되는 자식을 기르고 당신의 삶은 누리지도 못하고  살다가 가셨다. 예전에는 모든 부모들이  힘들게 사셨다.  사는 게 힘든 시대였다.  행복이 무언지 느낄 겨를도 없이 자식들과 먹고살아내야 한다는 목표만 가지고 살아온  날들이었다.  아마도 부모님은 자식의  행복이 본인의  행복이라 생각했으리라,


우리의 삶을 생각하면 엄마가 있었기에 우리가 지금 여기에 있다.  삼십여 년 전에 아버지를 먼저 하늘로 보내고 홀로 외롭게 지내온 나날들, 한 번도 외롭다고,  자식들 이 잘못한다고, 투정 한번 안 하셨던 엄마다. 예전 엄마들은 거의 그렇게 살았다. 그런데 왜... 나는 엄마가  세상을 떠난 후에야  엄마의 삶을 되돌아보게 되는지,  참 부끄럽고  마음이 더 아프다.


 사랑은 한 걸음 뒤에서 걷는다고 했다.  엄마의 사랑이 그랬다.  항상 뒤에서 바라만  보았다. 본인의 삶보다도 자식들의 삶을 위해서 나섰던 엄마, 이제야 알 것 같다. 예전에는 엄마는 당연하게 그렇게 사는 줄 알았다. 나도 나이를 먹고 자녀들이 다 떠난 후에야 알게 되었다. 세상에는 당연 한건 하나도 없는데 말이다.


사람이 살다가 세상을 떠날 때  절차는 복잡하다.  가족과 지인들,  많은 인연들과  이별을 하는 시간들이다. 자녀들 나이와  살고 있는 상황 따라 위로를 받는 사람들이  달라진다.  남편과 나처럼 나이가 들면 찾아오는 사람도 드물다. 연락을 해야 할 사람들도 조심스럽다. 페가 될까 봐서,  


살아 있을 날이 많지  않으니  가까운 인연과도  이별연습을 해야 한다.  쓸쓸한 마음이 밀려오지만 그게 현명 한 선택이며 합당한 자세다.  삶에 초연 해지며  내려놓는 연습도 해야만 한다.  


입관하는 시간,  엄마의 마지막 모습을 기억하는 순간이다. 살면서 철없던 날들이  나를 많이 아프고 슬프게 한다. 곁에 있을 땐  몰랐다. 가깝다고, 엄마라고, 내 생각으로 판단하고   살가운 말도 못 했지만 그저 말없이 묵묵히  받아 주었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 엄마, 그동안 마음 아픈 일 있으면  죄송하고 이 세상에 네 엄마로 와 주셔 고마웠어요. 이제 아픈 것도  자식 걱정도 다 내려놓고 편안히 쉬세요"  


 진심을 담아 마음을 전했다. 살아있을 땐 못 했던 말들,  이젠 후회해도 소용이 없다. 사람에게 가장 슬픈 것은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는 것이다. 자식들의 뒤늦은  후회와 애절한 사랑의 고백을 듣고서,  후회를 한다는 것도 어쩌면 자기 위안이  아닐까,  염치없는 생각을 해본다.


성당에서  장례 미사를 했다. 엄숙하고 조용히 엄마의 영혼을 위해서 좋은 곳에서 편히 쉬도록 기도를 드렸다. 장례미사를 하는 이곳 전동 성당은 백 년도 넘는 성당이다.  미사가 진행되는 시간 내내 감사하고 은혜로워 가슴이 뭉클하다. 어머니가 계셨던 요양원 신부님과 원장님, 성당 신자들까지,  어머니 가는 길이 외롭지 않고  마음이 따뜻해진다.


요즈음 장례문화는 화장들을 많이 한다.  망자는 두어 시간 남짓도 걸리지 않고 한 줌에 재가 되어 연기 속으로 이승에서 저승으로 건너간다.  아버지 옆 땅속으로 완전히 세상과 우리와 이별을 하고 일생을 끝낸다.  결국은  우리 모두도 간다.  살아 있는 사람들 기억 속에  추억만 남기고 엄마는 가셨다.  


사람이 산다는 것은 사랑과 고통과 기쁨 모든 것이 역이어  만들어 가는 삶의 역사다. 엄마를  보내고  생각한다.  훗날 내 자녀들에게  기억될  내 모습과,  엄마로서의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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