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양평 여행

겨울 가족여행

by 이숙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연일 TV 뉴스를 속보로 내보낸다. 불안하기도 하고 걱정이 된다. 우리 가족 중에는 셋째 딸이 중국 살고 있다. 아이들이 방학을 하면 항상 한국에 나온다. 이번 겨울에는 지난 1월 중순이 넘어서 한국에 들어왔다. 며칠 후 사위도 명절을 보내고 가족과 함께 중국에 들어가기 위해 나왔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진원지가 중국이다 보니 사람들은 중국 말만 들어도 화들짝 놀란다. 딸네 가족이 다 나와 있어 정말 다행이다.



어제 군산에서 서울로 올라왔다. 막내 딸네가 식당을 개업해서 축하할 겸 가족 모임을 하고 밤에는 둘째 딸네 집으로 모이게 되었다. 둘째 딸도 새로 이사를 했지만 고3인 손자가 있어 시험이 끝난 후 이사한 집을 오게 되었다.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해서 그런지 낯설고 이상하다. 옛 집 생각이 자꾸 난다.


가족이 다 모이면 집에만 있을 수 없다. 지금은 코로나 19 때문에 사람 많은 실내공간을 피해 조용한 곳을 찾다 보니 집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길동 생태공원을 가기로 하고 둘째 딸이 예약을 했다.



아침 서둘러 길동 생태공원을 갔지만 날씨는 춥고 어제 내렸던 싸락눈이 남아 있어 길이 미끄러웠다. 조심스럽게 걷다가 넘어지면 안 될 것 같아 발길을 돌렸다. 겨울 풍경은 나뭇잎이 떨어진 나무들만 앙상할 뿐 눈에 보이는 게 없어 아이들도 재미없어하고 어른들도 볼 게 없다. 봄이나 여름에는 각종 꽃들과 녹음이 있고 살아있는 곤충과 자연 속에서 볼거리가 많은 곳인데, 겨울이라서 쓸쓸하기만 하다.


금호동에서 건너온 막내딸까지 합류하고 양평 쪽 드라이브를 하기로 하고 차를 돌렸다. 딸들과 있을 땐 우리 부부는 그저 따라다니기만 하니 편하다. 일 년에 다 같이 가족이 만나는 일은 쉽지 않다. 연말에 딱 한 번이다. 남편의 나이가 많아지면서 하게 된 가족모임이다. 사람은 언제 어떠한 상황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이런 상황 때문에 셋째네 가족과도 같이 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코로나 19 사태가 아니면 셋째 사위는 지금쯤 중국에 들어가 회사 출근을 했을 것이다. 사위가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코로나 19로 춘절 연휴를 연기한 상태다. 조금은 마음이 심란하고 걱정은 되지만 뜻하지 않게 함께 여행을 하면서 시간을 같이 하는 날도 있고 좋긴 좋다.


팔당 저주지


차를 타고 하남시 미사리를 거쳐 양평 쪽으로 달린다. 예전엔 허허벌판이었던 하남과 미사리는 아파트가 엄청 많이 지어지고 새로운 도시가 만들어졌다. 어디에서 사람들이 모여 이 많은 아파트에 들어와 살게 되는지 궁금해진다. 미사리를 벗어나니 금방 팔당 저수지가 보이고 낮은 산자락과 호수가 어우러져 차창 밖 풍경이 아름답다. 호수에 물결은 햇살에 반사되어 반짝인다. 잔잔한 모습들이 마음조차 고요해진다. 주변이 평화롭기 만하다. 그래서인지 서울 사람들이 양평 쪽에 별장을 많이 가지고 있나 보다. 도로는 차도 별로 없고 한산하다.


순두부 기와집에서


얼마 후 남양주에서 유명한 맛집 기와집 순두부 식당에 도착을 했다. 다른 곳과 달리 이곳에는 차들이 제법 많이 주차되어 있다. 알고 보니 다른 때는 이곳 식당이 유명한 맛집이라 평소에는 줄을 서서 기다리며 밥을 먹고 연예인도 자주 오는 곳이란다.


오늘은 기다림 없이 방에 들어가 밥을 먹을 수 있었다. 이곳 식당은 두부를 손으로 직접 만들어 고소하고 담백하고 맛이 있다. 특히 두부 전, 북어찜이 인기가 많다. 날씨가 추워 따뜻한 방바닥에 앉아 있으니 외갓집 아랫목에 와 있는 듯하다. 집도 기와집이라 분위기가 포근한 느낌이다. 식당을 나올 때는 콩비지는 무료로 들고 나온다. 부침이나 비지찌개를 하면 맛있다.


고궁 한옥카페

고궁 한옥카페 안쪽 담도 예쁘고

고당 베이커리 빵이 맛있다.


식사 후 근처 고당이라는 한옥카페에 갔다. 옛날 양반들이나 살았을 것 같은 고즈넉하고 규모가 큰 한옥이다. 맛있는 빵과 떡도 팔고 있고 고택은 품격 있고 멋있다. 유명세를 치르는 곳이라는데 오늘은 사람이 많지 않아 다행이었다. 유명세만큼이나 빵값이 비쌌다. 특히 떡 인절미는 맛있고 인기가 많다한다. 사위와 나는 예쁜 곳을 찾아 사진 찍기 놀이에 바쁘다.


예전에는 사는 게 조금 불편해도 따뜻하고 순박하고 정이 넘치는 생활이었다. 남편이 문틈이 벌어진 방문을 바라보며 말한다. "옛날에는 날씨가 얼마나 추운지 한지 방문 틈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방안에 떠놓은 자리끼 물까지 살짝 얼었을 정도였다"라며 아주 오래된 그 시절 얘기를 했다. 정말 옛날에는 많이 추웠다.


남편은 "지금은 겨울도 아니다" 방안에 물이 얼 정도였다니 춥긴 많이 추웠나 보다. 따뜻한 방에 앉아 있으니 일어나기가 싫다. 오늘 날씨가 꽤 추운 탓도 있다. 방안에는 아무것도 없이 찻상과 작은 반닫이 하나, 간결하고 깔끔해서 좋다. 가족끼리 보내는 이 시간이 언제였나 싶어 소중하고 흐뭇하다.


능내역과 자전거 대여점


다시 차로 이동해서 주변 능내역에 도착했다. 동선이 바로 옆이다. 지금은 역사 속에 사라진 폐역이다. 한때는 기차를 타고 여행을 하고많은 사람들의 발이 되었을 것이다. 2008년 중앙선 복선 전철 노선 연장으로 선로가 변경되게 되어서 철도로서 임무를 마치게 되었다 한다. 역사는 옛날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채 사람들에게 아날로그 감성을 불러일으키며 편안한 느낌을 가져다준다.


능내역


서민들 삶이 고스란히 느껴지며 옛 생각이 절로 난다. 철로 옆 도로에 자전거가 많이 놓여 있다. 자전거를 빌려 타고 씽씽 달리고 싶은 마음이 든다. 젊은이들 데이트 코스와 사진 찍기 놀이가 재미있을듯하다. 아주 멀리 근사한 곳이 아니어도 누구와 함께 여행을 하느냐가 더 의미 있고 재미있다.


가족과 함께 하니 더 좋다. 이곳저곳 사진 찍고 또 이동을 한다. 어린 손자는 처마 끝에 매달린 고드름을 보고 엄청 좋아한다. 어른들 속에 어린 손자 하나가 있으니 재밌고 활력이 있다. 이야깃거리가 많아 웃을 일이 많다. 손자가 자라 중학생만 되어도 같이 다니지 않을 거다.


두물 머리 강 위에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며


400년 된 느티나무를 보려고 걸어가는 딸들


강가에 뿌리내린 시들은 연들도 운치 있다

영화 촬영지로 유명한 두물머리


능내역에서 조금 가니 사람들이 많이 찾고 드라마나 영화 촬영지로 많이 나오는 두물머리는 아름다운 곳이다. 두물머리 나루터는 북한강과 남한강 물이 합쳐지는 곳이란다. 산과 호수 나무 모두가 한 폭의 동양화다. 마음을 쉬어가게 하는 멋진 곳이다. 예전에는 수로와 육로를 통한 교역도 활발했던 곳이며 뗏목을 이용해 돈을 많이 벌어 떼돈 번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란다. 멋진 포토존과 400년 된 느티나무가 있다.


다른 곳에는 보이지 않던 사람들도 제법 있다. 호수 건너 보이는 산자락도 예쁘다. 호숫가에 있는 고사목도 어울린다. 이곳은 두세 명이 와서 호 젖이 산책하며 사색하기 딱 좋은 곳이다. 물가를 바라보며 걷는 길도 예쁘고, 호수 옆에 잠자고 있는 연밭도 나름 운치가 있다. 비 오는 날 물안개를 볼 수 있음도 멋질듯하다. 언제 다시 올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뒤돌아선다.



연 핫도그 하나 놓고 같이 먹자!


딸 둘은 이곳에서 유명하다는 연 핫도그를 먹으며 깔깔 웃는다. 신종 코로나가 아니면 어느 실내 따뜻한 곳에서 하루를 보냈을 텐데, 사람을 피해 밖으로 나온 예기치 못한 여행은 특별한 날이 되어서 어쩌면 잊지 못할 추억 하나를 만들게 되었다. 자주 만나지 못하는 셋째 딸 사위 손자와 함께하는 감성여행이 소중하다.


나는 언제 한번 꼭 와보고 싶었던 양평 여행을다.


우리를 힘들게 하는 여러 가지 상황들도 시간이 지나면 다 지나갈 것이다. 세상살이는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다는 말이 진리다. 우리는 그 말의 의미를 새김질해본다. 잃는 게 있다고 힘들어하지 말자. 그 뒤에는 숨어 있는 의미가 있다. 숨겨진 의미를 찾아 잘 살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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