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 처음 지원금 신청을 해 보았습니다

코로나로 힘든 예술인들을 시에서 지원한다고 한다

by 이숙자

봄비가 오고 있다. 비가 오는 날은 마음이 그윽해진다. 어느 곳, 예쁜 카페 라도 앉아서 음악을 들으며 그리운 사람과 촉촉이 젖은 마음 안 속뜰을 거닐고 싶어지는 날이다. 말이 없어도 좋다. 그냥 같이 있어도 위로가 되는 사람이 있다. 나는 때때로 그런 사람이 그립다. 감성이 맞는 사람, 나이와는 무관한 편한 사람. 참 철없는 생각 같아 웃음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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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금 신청 공고문 내가 사는 시에서 예술인들 지원금을 준다는 공문


엊그제, 내 폰 카톡방에 공지가 떴다. 배 작가님이 보내주신 소식이다. 군산 시청에서 코로나로 힘들 예술인들 지원금을 준다고 신청하라는 내용이다. "어머 이게 웬일" 지원금 서류를 만들려면 복잡하다. 내가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딸들 카톡방에 알렸다.


"그건 제가 해 볼게요" 막내딸에게서 답이 왔다.


"그래 한 번 해 보렴" 신청서류 준비를 위한 공문을 보내 주었다. 서류 준비를 하느라 물어보는 것이 많다. 전화가 계속 온다.


막내딸은 아마 그 서류를 준비하느라 한참을 끙끙거렸을 듯하다. 나는 책 발행한 날과 책 목차도 사진을 찍어 보내고 책 내용을 요약해서 글도 한편 써야 했다. 책 내용이 지역 시민들 독자에게 미치는 영향 등등, 동 사무실에 가서 초본도 떼어 오고 준비하는 일이 만만치 않았다. 마감 날자도 얼마 남지 않고 촉박했다.


이틀 전 공문서류를 준비해서 등기로 보냈다고 딸에게 전화가 왔다. 속전속결로, 어제 등기로 서류가 왔다. 서류 준비는 은근히 챙겨야 할 것이 많았다. 귀찮다 생각하면 못 할 일이다. 사람이 산다는 것은 선택에 따라 삶의 모습이 달라진다. 지금 까지 나는 내 삶을 도전하고 선택하면서 살아왔던 같다.


오늘은 아침부터 서둘러 시청에 갔다. 관공소 가면 괜히 사람들 긴장된 모습에 나조차 엄숙해진다. 나는 나이 들었지만 어디에 가든 주눅 들지 않고 발걸음부터 씩씩하려 한다. 나이 들었다고 머뭇거리면 보기에도 좋지 않다. 언제나 당당한 모습이 보기 좋다. 당당한 모습으로 살려면 공부해야 할 것도 많았다.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시청을 드나 들일이 거의 없었다. 모든 집안 살림은 남편이 알아서 다 처리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남편에게 미루지 말고 내가 해야 할 일은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남편도 나이 들어가고 자꾸 예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자녀들도 멀리 있으니 내가 해야 할 몫은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다.


신청 서류를 접수는 5층 문화 예술과에 해야 한다. 5층으로 들어가니 담당인 듯한 젊은 남자 직원이 아는 체를 한다. 서류를 보여 주고 지원금 신청하려 한다고 하니 서류를 점검을 하면서 책을 맨 처음 출간한 증명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 "이게 소리란 말인가?" 아니 책도 사진 찍어 넣고 책 뒤편에 발행한 연도가 있고 작가 이름도 있고 구비하라는 데로 모두 꼼꼼히 준비를 했는데...


그러면서 다른 분 신청한 서류를 보여 준다. 그분은 시집을 내고 '지방지 신문에 처음 낸 시집'이라고 기사가 실렸다. 그처럼 확인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 어이가 없었다. 그분은 신문에 기사로 냈을 뿐이고 나는 신문에는 내지 않았지만 책이 증명하지 않나.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세요. 내가 언제 책을 출간했는지 정보가 다 있어요. 그리고 전국 서점에도, 국회 도서관에도 있어요." 답답한 마음에 목소리가 단호해졌다.


내가 순간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황당한 상황이 되니까 대처 능력도 순발력을 발한다. 그 말을 듣고서 직원은 "그럼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서 처리해야 할 듯하네요" 그제야 수긍을 한다. 서류를 놓고 나오면서 기다려 보기로 한다. 무엇보다 딸이 준비하느라 수고한 생각이 나서 마음이 상했던 것 같다. 준비한 서류를 보니 내가 보기에 너무 세밀하게 잘 만들었다.


집에 돌아와 배 작가님에게 톡을 보냈다. "작가님이 공지해 주신 지원금 서류 신청했어요" 일이란 순서를 잘 지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먼저 길을 열어 준 분에게 소식을 전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다. " 네, 잘하셨어요. 다른 선생님들도 지원하세요. 도전했던 마음과 작품이 남습니다." 맞는 말이다.


지원금을 받는 게 문제가 아니다. 과정도 중요하다. 모든 기회는 결국 사람을 통해 온다. 행운과 축복도 함께. '구슬이 세말이라도 꿰매야 보물이 되듯이' 혼자서 가지고 보물을 사장시키면 아무 소용이 없다. 기회를 잡고 싶다면 공유를 해야 한다.


어쩌면 나이 팔십에 가까운 내가 작가라는 이름으로 예술인 지원금이란 서류를 만들고 지원하는 그 과정 자체 만으로도 참 기분이 남다르다. 내가 도전하지 않았으면 나는 그저 집에서 편한 노인으로 머물고 말았을 것이다. 내가 선책 하고 도전한 일들이 나에게 다른 세상의 다양한 경험을 하도록 해 준 것이다.


집에 돌아온 후 시청 직원에게서 전화가 왔다. 인터넷 오마이 뉴스에서 찾아 확인하고 서류를 접수했다는 전화다. 이제야 안심이 된다. 내가 할 일은 여기 까지다. 도전했던 마음도 남게 된다. 다음 일은 행운에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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