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일상의 행복
남편의 건강 검진하는 날 삶의 소회
살면서 우리는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는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가끔 잃어버리고 산다. 이틀 전 남편이 건강검진을 하는 날이었다. 일 년을 건너뛰고 받는 검진이지만 검진을 한다는 것은 얼마나 고역인지 모른다. 속을 비워야 하기에 전날 아침부터 음식을 가려야 했다. 색갈이 없는 무채색 음식을 먹어야 하고, 밥도 먹으면 안 되고 하얀 쌀 죽을 아침과 점심에 먹고 저녁은 굻고 물과 약을 먹고 설사를 하면서 위속을 비워내야 한다.
그 일이 보통 고역스런 일이 아니다. 나 역시도 검진하는 걸 미루고 망설인다. 하지만 몸에 이상 징후가 나타나면 망설이기 어렵다. 마음에 불안이 찾아오기 시작한다. 사람 몸은 알 수 없는 신비로움 그 자체다. 병의 숫자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우리가 다 알지 못하는 병들도 있으니 말이다.
사람 사는 일은 몸 관리를 위해 전력을 다 하고 살고 있다고 보아도 틀린 말이 아니다. 행복의 기준도 건강한 몸에서부터 시작한다. 몸이 건강하지 못하면 모든 것이 소용없는 일이다.
남편은 원래 성격이 예민한 사람이라 위가 좋지 않은 이유로 가리는 음식이 많다. 몸에 좋지 않은 것은 절대 먹지도 않고 식사도 아주 소식을 한다. 야채도 거의 안 먹고 국 같은 찌개 종류도 안 드신다. 이유는 국물은 짜다는 인식 때문이다. 가리는 음식이 너무 많아 식사 준비를 해야 하는 나는 때때로 답답하고 힘이 들지만 참아야지 도리 없다. 아픈 사람이 더 힘들 것 같아서 그런다.
위에 좋지 않다고 칼슘이 들은 음식도 안된다고 한다. 자기 만의 주장을 가지고 음식을 가린다. 시간이 많은 남편은 온종일 TV 시청하는데 시간을 많이 보낸다. 그중에서 관심은 건강프로를 보면서 건강에 해로운 음식은 절대로 먹지 않으니 할 말이 없다. 나이 든 남편은 자기만의 세계 가 확고한 사람이다. 어쩔 수 없다. 서로가 다름을 인정해 주어야 마음이 편하다.
답답하고 힘든 마음이 생기다가도 금방 마음을 돌린다. 아픈 사람은 더 답답할 것이다. 남편은 오랫동안 위장약을 먹고 있는데 별로 차도가 없다. " 내가 문제가 있는 것 같아" 하면서 초초해한다. 너무 많은 오미크론 확진자가 나와 건강 검진을 미루어 왔지만 안 되겠다 싶어 우리 지역의 큰 병원에 예약을 하려니 예약 날자가 멀다. 남편은 위내시경 대장 내시경을 하고 싶어 하는데 아무래도 큰 병원이 장비가 좋아서 큰 병원으로 가기를 원했다.
님편은 식사를 하고 나면 위 쓰림이 가시지 않아 많이 불편한가 보다. 얼마나 힘들까 생각하며 남편을 바라보는 내 마음이 애잔하다. 사람 몸은 예민해서 어디 좋지 않은 부분이 있으면 몸이 신호를 보낸다. 남편은 마음이 불안한가 보다. 이제는 어쩔 수 없으니 내가 다니는 병원으로 검진받자고 설득을 했다.
밤 8시가 넘어가는 늦은 시간이지만, 나는 지인에게 전화를 해서 남편 검진예약을 부탁했다. 며칠 후에 검진받도록 하겠다는 답을 받고서야 마음이 놓인다. 건강 검진이라는 것이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니다. 음식도 가려야 하고 굶으며 위를 비워내야 하는 과정부터 힘든다. 그렇지 않아도 살이 빠진 남편이 힘이 없어 보인다.
드디어 이틀 전 검진을 하는 날이다. 아침 일찍 7시 30분에 병원에 갔다. 내가 따라가겠다고 하니 " 안돼, 요즘 코로나 확진자 너무 많아 그냥 집에 있어"라고 만류를 한다. 남편을 병원에 보내고 혼자 있으려니 마음이 불안하다. 행여 무슨 나쁜 결과가 나오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으로 신경이 자꾸만 예민해진다. 거의 12가 넘어도 소식이 없다.
나이 80대가 된 우리 부부는 이제 어떠한 상황이 오더라도 받아들이며 살자고 말은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상 눈앞에 다가오는 현실에는 두렵고 마음이 서글퍼진다. 사람은 나이 들면 병이 찾아오고 때가 되면 세상과 이별을 해야 하는 게 만고의 진리다. 생로 병사가 없는 인생이 어디 있으랴! 알고는 있지만 사람 마음은 알 수가 없다. 아직은 힘든 순간은 미루고 싶다.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너무 작은 소리로 "아직 안 끝났어 조금 있다 갈게" 눈으로 확인을 못하니 어떤 상활인지 알 수가 없다. 1시까지 나는 가야 할 곳이 있다. 어떻게 할까 생각하다가 일단 죽부터 끓였다. 무 소식이 희 소식이라고 긴급한 일이 있으면 나를 부르겠지, 마음을 정리하고 식탁에 밥상을 차려놓고 택시를 타고 경암동 철길 마을로 같다. 오늘은 시니어 가는 날이다.
남편의 소식을 알 길이 없으니 마음이 불안하다. 다른 해 검진 때와는 이번 경우는 다르다. 남편의 대장도 염려가 된다. 지난번 검진 때 선종이 있어 수술을 한번 받은 경험이 있고 암 직전 단계라서 요 주의를 해야 한다고 의사는 말했다. 가족력도 있는 상황이다. 마음이 내내 놓이질 않았다.
나는 그림을 그리면서 몇 번의 전화 시도 끝에 통화를 했다. 님편은 집에 왔고 점심을 먹었다고 한다. 아무 일 없나 보다 싶어 하던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남편부터 불렀다. "여보, 어때요? 검진 결과는?" 궁금한 마음에 결과부터 물어본다. 대장도 괜찮고 복부 시티 찍었는데 괜찮고. 위는 염증이 있어 조직 검사를 하기 위해 부탁했다고 한다. 그곳 원장님이 특별히 여기저기 모두 초음파를 하고 설명해 주셨다고 한다. 너무 다행이다.
그 말을 듣고 숨을 한번 크게 내 쉰다. 정말 아무 일 없이 평범하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알게 되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해 본다. 소소한 행복을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일로 큰 성취를 이룬다거나 돈이 많다거나 그런 차원의 행복이라기보다는 일상 속에서 느끼는 행복이 더 중하고 감사함을 알게 된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어느 날 찾아오는 내 삶의 변화도 받아들여야 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어떠한 경우가 오더라도 의연하게 받아들이는 마음공부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함을 마음에 새긴다. 모든 것은 마음으로부터 시작이다. 마음을 담담히 다스리는 평 성 심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