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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자 Mar 20. 2020

  삼시세끼 지겨운 집밥, 아침 메뉴를 개발했다

아침은 떡먹기,  사위와 떡 만들기 놀이를 했다

코로나 19는 일상도 바꾸어 놓았다. 집 밖 외출을 자제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집안에서 머물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게 된다. 마음을 가지런히 하고 조용히 책보고, 베란다에 피어 있는 꽃을 보며 봄도  느낀다.  


차를 마시며 고요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 다행이다. 모든 생활이  사람과  사회적  거리두기로  만나는 사람이 없으니   번거로운 일이 없는 것도 마음이 한가롭다. 더욱이 나이 들면 가야 할 곳, 피해야 할 일이 많다.


사람은 자기 자리에서 자기 몫만큼  살고 있을 때 아름답게 보인다. 자연스럽게 옷 입는 것도 신경을 쓰지 않아 편해서 좋다. 밖에 잠깐 산책을 하거나  마트에 갈 때도 마스크를 쓰고 모자를 눌러쓰고 나가면 사람들이 알아보지를 못한다. 젊은 날, 남을 많이도 의식을 하고 살았다. 젊을 때는 자기를 가꾸고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도 다 삶의 과정이었다.


날마다 무엇을 먹으며  하루를  살아내야 할지,   아침을 먹고 나면  금방 점심시간이 오고,  저녁밥 때가 온다.  코로나 19로 모두가 함께 견뎌내야 하는 일상들이다.


예전에는 사위가 오면 삼시 세끼 집밥이  물려  점심은 꼭 먹고 싶은 음식을 찾아 외식을 하곤 했다. 지금은 그럴 상항이 아니다. 집에서 세 끼를 먹어야 하니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한 동안 냉동실에 얼려 두었던 쑥을 꺼냈다. 지난봄 산골에 있는 친구 집에 놀러 가  캐온 쑥이다. 차도 다니지 않는 청정 지역에서  쑥이라서   깨끗하다.  아,  그렇구나, 떡을 만들어 아침에 과일과 함께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쌀을 담가 불리고 한동안 잘 먹지 않아 남아 있던 현미 쌀까지 담갔다.  5시간 정도 불린 후  마침 사위가 와 있어  차에 싣고 방앗간에 쌀을 빻으려 갔다.  이제는 나도 무거운 것을 들을 수가 없다. 손목을 지난번 다쳤기 때문이다. 개떡을 만들게 되면은 방앗간에서 반죽을 해 주는데 오늘은 반죽을 못해 준다고 한다.  


어쩔 도리가 없이 집으로 가져와 집에서 반죽을 하는데 그 일도 사위 몫이다.  반죽은 힘이 드는 일이다. 손으로 하는 일은 쉬운 게 없다.  아들이 없는 나는  사위 있어 든든하고 좋다.


더욱이  사람 마음을 위로해 주는 따뜻함이,  가슴속 막혀있는  서러움도 다 녹여내주는 마법을 지닌 사람이다.  모든 일에 해결 역할을  준다.  코로나 19로 중국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딸네와 이번처럼  오래 같이 살아볼 기회가 없어 몰랐다.  신기할 뿐이다.  함께 있으면 정서가 맞아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 재미있다.


사위와 같이 떡을 만들고 솥에 찌는 과정을 거치고, 떡 만들기 놀이를 하고 있다. 처음에는 서투르고 만들어 놓은 모양이 좀  미숙했는데  몇 번  찍어보고는 금세  예쁜  떡을 떡살로 찍어낸다.


 떡 만들기는  쑥을 넣어 빻아온 쌀가루 반죽을  한 후 새알만 하게 동글동글 만들어 전통 떡살로 찍어낸다. 예전에 서울  장안평 전통 시장에서 사 온 떡살은 가끔씩 유용하게 잘 쓰고 있다. 


떡살로 찍어 놓은 떡             반죽과  떡살                                                    


                                                

                        완성된 뗙

                                

 떡살로 찍어  솥에서 떡을 찐다


사람은 날마다 살아가는 과정이 예술의 창작물 같다. 내가 어떻게 디자인하고 어떻게  만들어 가는  가는  순전히 자기의 몫이다.  어찌 보면 시간의 덩어리를 만들고 그 시간이  자신을 어디로 데려갈 것인가는  아무도 모른 다. 사위와 같이 떡을 만들고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었다.  힘들 텐데 즐거워하니 서로 시너지 효과가 나온다.


"어머님 덕에 떡 만드는 장인 됐습니다."

"정말 그러네"


두 사람은 웃으며 떡 만들기 놀이를  하고 있다.


"어머님, 우리 떡 만들기  사업할까요?

" 그럴까"


오랫동안 사람들은  모두가 쉼 없이 달려온 시간들이었다. 내 삶을 뒤돌아 볼 여유 조차 없이, 어쩌면 코로나 19라는  전염병이 우리의 삶에 방식과 사고를 바꾸어 놓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코로나 19가 아니었으면  사위와  떡 만들기는 해 볼 수도 없었을 것이다.


서울 딸들에게  카톡사진을 보내니 서로 주문을 한다.  주문량을  그릇마다 담고 분당 사돈댁도 넉넉히 그릇에 담아 놓는다. 작은 거라도 나누면  주는 기쁨이 더 크다.


중국에 살며 삶에 여유도 누릴 수 없이  바빴던 사위는  생각지도  못한 떡 만들기를 하면서  기억에

남는 추억 하나를 만든다.


코로나 19는  일상의 풍경을  바꾸어 놓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으니   냉장고 속을 시원하게 비워내는 일도 요즘 일이다.  지난여름 말려 두었던 고구마 순 나물, 가지나물, 장록 나물  여러 나물들도 찾아 요리해 먹으니 별미다.  


우리 부부만  있으면  저장해  둔 체 그대로 묵을 것이다.  요즈음 가족이 많게 되어 외롭지 않고 사람 사는 집 같아 좋다.  조금 힘이 들면 어떠랴,  사람을 못 만나  외로울 시간 조차 없다. 특히 열 살 된 손자가  있어 집안이 생기가 돌고 에너지를 준다.  사람 사는 일이 잃는 게 있으면 얻는 게 있다고 했다. 견딜 만큼만 고통을 준다고 신은 말했다.


                       매화꽃과 차 한잔


잠깐 시간 내서 만들어 놓은 떡과 매화꽃 한 송이  띄워 차 한잔 마시는 운치도 즐긴다, 코로나 19는 우리에게 아픔이지만 그 속에서 이겨내는 슬기를 찾는다.  아무리 어려운 일도 담담히 참아내고 그리고 극복할 것이다.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하리라 믿는다.  우리 모두 파이팅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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