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Mar 17. 2020
중국으로 가지 못하는 딸, 벌써 3개월이 지났다
코로나로 딸과 같이 살게 된 삶에 변화
코로나 19는 비극이다, 평온했던 일상은 불안과 놀라움과 두려움으로 우리에게 공포로 다가왔다. 수많은 사람의 삶에 도 변화가 왔다. 사람 사람마다 애닮은 사연들이 가슴에 눈물을 적신다. 사십 대 택배 배달기사가 계단에서 과로로 쓰러져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외출을 못하는 소비자들은 많은 물건을 온라인을 통해 구매를 한다. 업무 물량이 많다 보니 배달기사들의 피로가 누적된 이유라 했다. 너무 마음이 아프다. 가족의 삶을 책임지다가 온몸을 불사르고 생을 마감했다. 참 슬픈 일이다.
코로나로 찾아온 변화는 우리 집도 예외는 아니었다. 중국에서 이십 년 동안 잘 살아왔던 셋째 딸네는 중국에 집이 있으면서도 들어갈 수가 없다. 사위가 다니던 큰 기업인 중국의 자동차 회사도 코로나로 조업이 중단한 상태로 부분적인 작업만 하고 있다고 하고, 비행기 직항도 끓어진 상황이다.
지금은 북경을 거쳐 회사에 가려 면은 북경에 입국하는 외국인은 무조건 체육관 같은 곳에 칸막이를 해놓고 격리 시간을 갖는다고 한다. 사람이 견디기 힘든 환경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그런 상황에서는 북경을 거쳐 살고 있는 곳에 갈 수는 없다.
어린 손자가 다니던 학교도 한국 분이 중국에서 한국인 자녀를 중심으로 운영하던 학교였는데 코로나 19 사태로 쉬고 있고, 다른 방법 중 하나로 한국에 들어와 대안 학교를 만들었다고 한다. 딸은 아들이 둘인데 큰애는 중국에 있는 기숙 국제 학교로 진학했고 작은 아들은 중국인 학교를 다녀야 할 상황, 정말 예기치 못한 일이 생기고 말았다. 하루아침에 코로나 19라는 복병 때문에 삶이 엉망이 되어버렸다.
딸네 가족은 사위와 나누어 시댁과 친정인 우리 집을 오가며 석 달이 넘게 생활하고 있다. 행여 들어갈 수 있을까 하고 기다리고 기다렸지만 들어갈 수가 없으니 얼마나 답답하고 힘이 들까 생각하면 마음이 저리고 아프다. 사람 사느게 모두 자기만의 공간에서 일상을 살아야지 안정되고 편안한데 그 일상이 깨어졌으니 어떤 마음일까, 불안과 막막함으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어느 날 분당 시댁에서 군산 우리 집에 내려온 딸과 사위는 말한다.
" 아빠 엄마, 우리 아빠 집 근방에 집 하나 알아보고 잠시 나가서 생활할게요"
" 여기 집 두고 무슨 소리야?"
남편은 놀라며 말했다.
" 부모님 두 분이 조용히 편히 지내시는데 저희가 너무 힘들게 하고 불편을 드려 죄송해서요"
" 괜히 쓸데없는 소리 말고 조금 불편해도 서로 견디며 몇 개월 같이 살아야지, 우리 부부가 자녀들 일에 몰라라 무관심하고 이기적인 사람들도 아니고, 가족이란 힘들 때같이 견디는 것이 가족이다"
나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남편이 한 마디로 정리를 해 주었다. 남편이란 존재가 크게 느껴지며 든든하고 고맙기까지 했다. 딸이 미안한 마음에서 하는 이야기 겠지만 그렇게는 할 수 없다.
아빠 엄마 곁에 두고 나가 산다는 것은 말이 아니다. 부모는 자식의 베이스캠프라고 나는 항상 생각한다. 어렵고 힘들면 쉬어 갈 수 있는 곳이 부모의 품인 것이다. 내 삶처럼 아끼고 지켜온 자식들, 부모가 지키지 않으면 누구가 지킬 것인가.
"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조금 안정되는 데로 중국 들어가 정리하고 연말 정도
가족이 다 모여 살도록 준비하겠습니다. 그동안 처와 아들을 염치없이 부탁드리겠습니다."
사위는 미안한 마음으로 결연하게 말을 했다. 항상 부모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고자 노력하고 열심히 살아온 마음에 상처가 생겨 아픔이 보인다. 세상일이란 어떤 일이든 백 프로 만족이란 없는 일이다.
딸과 손주의 방을 마련하다
딸네 가족과 살게 되면 조금은 불편하고 힘이 들어도 또 한편으로는 손자가 있어 활기 있고 재미있다. 더불어 든든하고 의지가 되기도 한다. 어쩌면 좋은 점이 더 많을 수가 있다. 사람은 사람과 서로 기대고 부대끼며 살 때가 사람 사는 맛이 난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그렇게 살았다. 가족이 모두 모여 살면서 서로 싸우기도 하고 화해하며 사랑하는 방법도 배우고 끈끈한 정으로 사회성도 가족에게 배웠다. 지금이야 핵가족으로 혼자 만의 생활을 하면서 자유를 즐기지만, 시대가 변하기도 많이 변했다. 변화에 맞게 살아야 하는 것도 옳은 방법 중에 하나다.
딸과 손자에게 생활할 공간을 내어 주어야 하기에 며칠째 치우고 버리고 이사 갈 정도로 온 집을 뒤집었다. 가끔씩 이사를 하게 되면 짐이 쌓이지 않는데 삼십 년이란 긴 세월을 한 곳에서 살다 보니 묵은 짐이 많다.
나이 탓인지, 아님 성격 탓인지, 버리지 못했던 물건들을 다 버렸다. 살림과 옷이라는 게 살면서 필요에 의해 사고, 추억과 익숙함에 버리지 못하고 살았었다. 몇 년 동안 그림 그리고 모아 놓았던 그림들도 다 버렸다.
집에 있던 책장 속 책도 절반이 넘게 버리고 책장도 비웠다. 손자가 공부하고 딸이 일도 하고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서재도 비워 주었다. 내가 살아가는 방식과 다른 환경으로 다 바꾸었다.
나의 지나온 삶의 부분들을 마음속 기억에 묻어두고 다 버렸다. 지나온 삶에 과정 들이었다. 언젠가는 버려야 할 것들, 이제는 버리고 버리고 간결하게 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 학교 다닐 때 졸업장, 상장, 앨범까지 다 버리고 나니 마치 자녀들 삶에 한 부분을 다 지워 버리는 듯 마음이 짠하다. 밤늦도록 삼십여 년 동안 다도 했던 방까지 비우는데, 형용할 수 없는 허전함으로 슬픔이 밀려온다.
다도 생활을 할 때는 그 세상만이 전부인 듯 혼신의 힘을 다하며 행사 때 필요했던 것들, 좋아해서 사게 되고, 얼마나 오래오래 지속하려고 그 많은 물건들을 다 사 모았는지, 필요 없다고 생각되는 것은 버리려고 하니 새삼 허무하고 가슴이 싸아 해진다. 내 삶이 소멸되는 느낌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