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숙자 Mar 30. 2020

마스크 5부제에도 마스크를 사지 않는다

나는 이제 마스크 5부제에도 마스크를 사지 않는다


얼마 전  일이다.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되기 전, 중국에서 나와 있는 딸네 가족이 곧 돌아갈 듯하여 마스크가 필요했다.  딸과 함께 마스크를 사려고 약국마다 돌아다녔지만 살 수가 없었다. 답답한 마음에  페이스 북에  '마스크 사기는 전쟁이다'라고  글을 올렸다.


마스크 사는 걸 포기하고 있을 즈음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내가 다니던  뜨개방 선생님이었다.


"  여보세요, 뜨개방인데요, 마스크 못 사셨습니까?"

"예, 어떻게 아셨어요?"


"페이스 북 글 보고 알았습니다. "

"우와! 참 세상 소식이 빠르다."


" 잠깐 뜨개방에  오시렵니까?

" 지금요?"


내가 다니는 동네 뜨개방


급하게 들려오는 말에 서둘러 뜨개방에 갔다. 팔목을 다친 후 한동안 뜨개방에 가지 못했다.

만에 가게 된 뜨개방은 텅 비어 있고 장애우인 딸과 선생님만이 있었다.


"선생님 왜 이렇게 사람이 없어요?"

" 말도 마세요,  코로나 19라는 전염병 때문에 사람들이 오지 않습니다. "

" 그럼 학교 강의도 못 나가 시겠네요."

" 그러면요, 모든 것이 올 스톱입니다."

"선생님, 힘들어 어떻게 해요."


평소에는 가게 안에 사람들 많이 둘러앉아  도란도란 사람 사는 이야기가 가 그치질  않았을 텐데... 뜨개질을 하며 생활에 필요한 많은 정보도 나누고 생필품도 공동 구매해서 나누는  재미있는 공간이 여기 뜨개방인데.


내 삶에 없어서는 안 되는 활력소 같은 곳에 아무도 없다. 내가  뜨개방을 다니던 세월이 십 년이  넘었다.  이런 모습은 처음이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말문이 막힌다. 위로 말조차  나오질 않는다.  뜨 방 선생님은 손뜨개를  한 마스크 3장과  황사 마스크 10장을 내놓는다.


"급한 대로  이것 쓰세요"


 울컥한 마음에 콧등이 시큰 해온다. 뜨개방 선생님은 어렵고 힘든  삶을  한없이  풀어놓는다.  나는 그저 소리 없이 들어주고  손을 잡고 같이 눈물을 훔칠 뿐이다.


 복지관조차 휴관이라서  딸도  케어를 해야 하고  지난해 대학을 졸업한 아들은 장사를 하고 있는데  코로나 19로 영업이 안돼 계속  가계 임대료를 내고 있는 상황이라 한다.  지금 하고 있는 뜨방도 영업이 안되고  있다고 말을 하면서 모두 겪는 일이 어떨 수 없다고  마음을 내려놓는다고 하는데... 안타깝다.


님은 정말 부지런하고  손재주가 뛰어난 분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도 주고 봉사도 열심히 하며  최선을 다하고  사는 분인데... 선생님의 고달픔이  코로나 19라는 예기치 못한 일로  더 많이 힘이 들게 되었다.  


나는 요즈음  '개인 마스크 사기 5부제'가 되었어도 마스크를 사지 않는다.  나보다 더 급한 사람이 사기를 원한다.  운동 갈 때는 빨아서 쓰는 천 마스크를 쓰고 마트나 시장 다녀올 때  잠깐 쓰는 마스크는  며칠 써도 상관없다.  특별한 외출을 하지 않기 때문에  많이 필요하지가 않다.  중국에 들어가려던 딸도  한국에 같이 살게 되면서 마스크가 대량 필요하지 않다.  모두가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미세 먼지로 쓰려고 두었던  마스크가 조금 있을 뿐  필요하면  그때 사면 된다. 지금은 더 필요한 사람이 사기를 바란다. 지난번에는  딸도, 사위도 , 손자도 중국에 들어가기 위해 마스크 전쟁 속에 뛰어들었던 것이다.   이제는 다른 급한 사람을 위해 배려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시간은 작은 일이다.


내가 살고 있는  이웃  아파트에  동생이 살고 있다.  20여 년  동안  화장품 방문 판매일을 하면서, 오랫동안 열심히 고객 관리도 잘하고 단골도 꽤 많아  장사는  괜찮은 수준이었다.  동생도  요즈음은 코로나 19가  오면서부터는 사람들이 많이 달라졌다 한다.  화장품을 주문하는 사람도 적고  어떠다 찾아가면  방문을 불편해하며  거절을 당하는  어려움을 겪는다고, 정말 장사가 안돼  힘든다는 말을 한다.  다 함께 겪는 일이니 견뎌야겠지만,  참 어려운 일이다.


오후 2시. 동네 상가에는  걸어 다니는 사도 없다


낮 2시 정도 시간인데 동네 상가 앞에는 걸어 다니는 사람도 없다. 어쩌다  동네 마트나 시장을 가도, 동네 골목길도 가게 문이 닫혀 있는 집들이 많다.  길거리에는 사람도 없고 쓸쓸하고 적막하기만 하다. 세상이 되돌려져 예전 우리 힘들었던 그 옛날로 돌아가는 건 아닌지  불안하기만 하다.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하나 모든 사람의 고민이다.


코로나 19는 개인의 일이 아니다.   어느 날 갑자기  우리도 코로나 확진자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모든 사람과 연결이 되었었다.   우리의 삶은 연결 고리로 되어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고통과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을지  마음이 안타깝기만 하다.  코로나 19는 나 혼자만의  문제도 아니고 내 이웃과 사회가 함께 연대되어 있다.  어서 빨리  코로나 19가 진정되고  평온했던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날마다 기도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반죽 위에 진달래 하나, 집에서 느끼는 봄의 절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