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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자 Apr 14. 2020

봄 마중하듯 쑥버무리를 쪄냅니다

계절요리하는 건 계절을 즐기는 나만의 삶의 방식


4월이 오면 봄의 향연이 펼쳐진다. 꽃이 피고 모든 산천초목은 생명력을 움 틔운다. 그럴 때쯤이면 마음이 바빠진다. 때가 지나면 놓치는 일들이 있다. 하루하루 날마다 변하는 봄은 부지런을 떨어야 봄에만 만날 수 있는 음식들이 있다. 오늘이 다시 못 온다는 마음으로 하루를 살아내려 노력을 한다. 그럴 때면 마음이 허허롭않고 충만해진다.


진달래가 피면 화전을 부치고, 햇쑥이 나오면 쑥버무리를 해서 남편에게 선물처럼 내놓는다. 계절과 함께 하는 음식을 만나면 마음이 환해지고 기분이 좋아진다. 살아가는 생동감과 함께 소박한 삶이 주는 행복이다. 어렵지 않은 일이다. 마음만 내면 되는 일들, 나는 오늘도 쑥버무리 떡을 하고 봄 마중을 한다. 집 밥에 지친 마음을 달래는 일이기도 하다.


남편은 봄이 오는가 싶으면 결혼 예전에 시어머님이 결혼전 해주었던  쑥버무리 떡을 추억하며 그리워한다. 결혼 후 처음에는 가끔씩 남편이 원해서 해 주었던 쑥버므리 떡이었는데, 언제가 부터는 봄이 오면 행사처럼  스스로 떡을 쪄서 남편에게 내 놓는다. 다도를 하고 야생화 자수도 놓으며  자연과 전통을 좋아하면서 자연스럽게 달라진 내 모습이다. 


더욱이 요즈음은 코로나 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고  집안에서 놀 거리 먹 거리를 찾아야 했다. 아침은 밥 대신 떡이나 다른 음식으로, 반찬 만드는 번거로움을 피 할 수있어 새끼 밥차리는 일이 한결 부드러워 시간을 절약하다. 절약된 시간은 나를 위해 사용할 수 있어 그것 또한 기분좋은 일로 반갑다.


지금은 내가 좋아서 계절을 맞이하듯 화전을 부치고 쑥버무리를 하고 개떡도 만든다. 계절이 주는 삶기쁨과 지혜를 배우게 된 일이다. 계절을 다 안고 사는 즐거움도 느끼며 마음이 풍요롭다. 차 생활을 하면서 노년의 삶을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었다. 홀로 있어도 외롭지 않고 어떠한 상황이 올지라도 단단하고 의연하게 살아갈 수 있는 나만의 삶의 자리가 굳건히 만들어 지길 준비하면서 그렇게 살고 있다.


내가 계절 따라 만드는 여러 음식 도 즐거움을 만들어 나만의 삶의 방식이다. 계절을 온 몸으로 느낀다.


                           쑥버무리 재료   씻어 놓은 쑥 ,  맵쌀가루 삶아놓은 팥


쌀가루에 쑥을 섞고 팥도 섞는다


쑥버무리 떡은 쑥이 아주 어린 쑥도 아니고 너무 커서 쇠 여지면  쑥이 쓴맛이 난다. 어린 쑥 단계를 넘어 조금 컸을 때 쑥이면 알맞다. 그래야 향도 알맞고 맞도 적당히 맛있다. 때를 놓치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람 사는 일도 똑같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중정의 삶이 으뜸이다. 그렇게 사는 게 어렵지만 노력은 하면서 살고 싶다.


                                              삼베 보자기를 깔고 찜솥에서 30분 정도 찐다


                                               완성된 쑥버무리 떡


쑥버무리 떡 만들기는 의외로 쉽다. 맵쌀을 5시간 이상 물에 불린 후 방앗간에서 빻아온 다음 씻어놓은 쑥을 쌀가루에 버무려 솥에 찌면 된다.


한 가지 팁은 더 맛있게 하기 위해 나는 팥을 삶아 섞어 넣고 찔 때도 있고, 냉동실에 넣어둔 완두콩도 넣고 찐다. 쑥만 넣을 때 보다 더 특별한 맛을 느낄 수 있어 맛있다. 담백하고 본연의 순수한 맛이 좋다. 우리 집은 설탕이 들어가는 떡은 거의 먹지를 않는다. 떡은 집에서만 해 먹는다.


쑥버무리 떡을 해서 냉동실에 소분해서 넣어 두고 아침식사 대용으로 먹는다. 주변 이웃과 나눔도 하고, 쑥이 더 크기 전에 또 한 번 더 쑥버무리를 하려 한다. 코로나로 힘든 내 주변에 위로가 되기를 희망하면서, 마음만 내면 되는 일, 부지런을 떨며 4월을 보내고 싶다. 


코로나로 힘든 우울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도 부지런히 움직이고 마음을 다독이는 시간이 필요하다.


오랜 시간 코로나 19와 격리 생활로 지쳐가는 집 밥 메뉴에 새로운 일상도 만나고  봄맛도 느낀다. 이 어려운 날들이  빨리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이 찬란한 봄이 가기 전 봄이 주는 향연을 즐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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