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돌아가신 지 37년 제사 방법을 바꾸었다
지난 주말은 부모님 산소에 가는 날이었다. 올해로 친정아버지 돌아가신 지 37년째가 되었다. 코로나가 오기 시작하면서 사람이 다 모일 수도 없던 차에 형제들이 의견을 모아 제사 방법을 바꾸기로 했다. 제사를 지내오던 큰 올케도 몸이 아프면서 다른 사람이 제사를 지낼 형편이 못되면서 찾아낸 방법이다.
제사란 살아있는 사람들이 모여 돌아가신 분을 추모하고 서로의 정을 나누는 자리다. 누구라도 힘들어 불평이 나오기 시작하면 모두가 불편해진다. 세상이 변하는 만큼 우리 삶의 방식도 바꾸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누구 하나 라도 희생하는 삶을 살도록 요구해서는 안된다. 큰 아들이 제사를 지내야 하는 때는 지나갔다.
우리 형제는 성당에 다니는 사람이 몇 명 있고 어머니도 성당엘 나가셨다. 성당에 다니면 제사 날 미사를 넣으면 신부님이 돌아가신 분을 위해 강복해 주신다. 그거라도 해야 부모님에게 미안함을 조금이라도 덜 수가 있다. 아버지 제사 방법을 바꾼 지 3년 차다. 제사 날 가까운 주말을 이용해서 우리 형제들은 부모님 산소에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인다.
인천에서 딸 둘이 살고 군산에서도 둘이 산다. 전주에는 아들 셋이 살고 있다. 그날은 마치 소풍을 가듯 설레는 마음으로 형제가 모인다. 인천에서는 새벽부터 출발해서 제일 먼저 도착을 했다고 우리에게 전화가 온다. 원래 멀리 있는 사람이 부지런하다.
형제들 중에는 특별히 잘 사는 부자도 없고 높은 권력을 가진 사람도 없다. 보모님이 남겨 주신 유산도 없어 돈 가지고 싸울 일도 없다. 그래서 그런지 서로를 위해 배려하고 정을 나누며 살고 있으니 아버지 어머니에게 오히려 감사한 마음이다.
산소가 있는 산에 도착하면 차를 아래 넓은 공간에 주차하고 걸어가면서 마주하는 풍경이 좋아 일부러 나는 걸어서 산소까지 올라간다. 해마다 만났던 꽃들을 바라보며 걷는 길은 마음이 포근해진다. 지난해 예쁘게 피었던 분홍 달맞이꽃이 올해는 꽃이 많지 않아 왜 그럴까 궁금하다. 더 올라가면 또 다른 꽃이 나를 반겨준다. 꽃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는 나는 꽃만 보면 사진을 찍고 꽃을 유심히 관찰한다.
산소 가는 길에 피어 있는 달맞이꽃 산소 가는 길에 피어 있는 꽃
조금만 올라가면 반가운 선산이 나온다. 산아래 자그마한 표지석도 세워 놓아 여기가 연안이 씨 선산임을 알 수가 있다. 그곳에 남동생들이 매실나무를 심어 놓아 이맘때 산소 올 적마다 항상 매실을 따기도 하고 나무를 흔들어 매실을 줍는 재미도 있다. 우리는 마치 소풍 나온 사람처럼 놀이 삼아 시간을 보낸다.
연안 이 씨 선산 표지석 선산에 심어 놓은 매실나무
아버지 어머니 산소가 있는 곳은 예전 할아버지 할머니와 큰 아버지가 사시던 동네와 약간 떨어진 곳에 마련해 놓은 선산이다. 선산이라서 집안 어른들 산소가 모두 모여있다. 아버지 형제들 그 밑에 자녀들까지, 동생들도 나중에는 선산 산소에 묻힐 것이다. 이곳은 우리 형제에게는 고향이나 다름없는 곳이다. 아버지도 사셨던 고향이라서 더 애착이 가는지도 모른다.
산소에 오면 비록 돌아가셨지만 모든 집안 가족들을 만나듯 한 사람 한 사람 생각이 난다. 부모님 산소에 오르기 전 맨 먼저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에 가서 절을 하고 할아버지 할머니도 떠 올려 본다. 어려운 시기에 손자 손녀를 보듬어 주시며 예뻐해 주셨던 기억이 떠올라 울컥해진다. 모두가 그리운 사람들이 이곳 산소에 오면 누워계신다.
딸과 며느리
아들들이 먼저 제사를 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집에서 제사를 지내듯 음식을 만들어 왔는데 올해부터는 더운 여름이라서 간결하게 마른 음식만 차려놓고 제사를 하듯 절을 하고 아버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달랜다. 어머니가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오로지 자식 위해 살다 가신 어머니, 이제는 하늘에서 편안히 잘 지내셨으면 좋겠다.
한참을 그곳에서 과일을 나누어 먹고 놀다가 산소 아래 그늘진 곳으로 내려와 자리를 깔고 앉아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매실나무 아래 가서 매실을 줍기도 한다. 주운 매실을 한 사람이 가지고 가서 매실 진액을 담아 형제들에게 나누어 주는 일을 우리 집 곁에 사는 동생이 해마다 해 왔다. 올해는 힘든지" 언니가 가지고 가서 담아" 하면서 나에게 건네준다.
대답을 하고 가져와서 다음 날 하루 종일 씨 빼느라 엄청 고생했다. 남편은 씨와 함께 담으면 독성이 있다고 씨를 빼야 한다고 고집을 부린다. 그 덕분에 내가 힘든다.
씨를 발라 놓은 매실 남편과 산소 다녀온 다음날 남편과 나는 하루 종일 씨를 바랐다.
못난 매실이라도 사는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게 정이 간다. 씨 바른 매실은 장아찌를 담아 보려 한다.
산소에서 따고 주운 매실 부모님 산소에 가면 매실나무가 두 그루 있다. 그 나무에서 따기도 하고 나무를 흔들어 주워온다.
형제들도 이제는 60대 70대가 넘어간다. 언제 세상을 먼저 떠날지 몰라 만나면 서로 애틋하다. 형제들이 모이면 누구 하나 불편함 없이 공동경비로 돈을 쓴다. 어머니 돌아가시면서 매월 형제들은 회비를 내서 모으고 있다. 그 돈으로 형제에게 무슨 일 있으면 위로금도 주고 같이 만났을 때 공동 경비로 쓰고 있어 불편함이 없다.
맛있는 곳에 가서 점심을 먹고 혜여지기 섭섭하여 막내 남동생네 집에 와서 쉬었다. 남동생은 형제들을 위해 비싼 장뇌삼을 사놓은 걸 꺼내 나누어 준다. 작은 돈이 아닌 금액인데 형제들을 한 뿌리씩 나누어 주는 그 마음이 고맙고 감동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형제의 정이 더 두텁다.
지금은 만나면 서로의 삶을 응원하며 불편한 말을 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예전에는 나도 동생들에게 잘못된 것을 지적을 하곤 했는데 이제는 그러지 않는다. 모두 각자의 삶이다. 누구나 자기만의 삶이 있다. 누가 간섭을 하면 싫어진다. 서로의 삶을 존중하며 공감하고 위로해 주면 된다. 저녁까지 먹고 우리는 혜여졌다. 다음에 곧 만날 것을 약속하고서. 우리에게 주어진 하루를 선물처럼 보낸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