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들과 휴가처럼 보낸 하루
오늘, 특별한 비밀의 장소를 발견하다
주말에 서울에서 딸 셋이 군산에 내려왔다. 더운 날씨에 집에만 있는 부모가 신경 쓰였나 보다. 딸들 셋이 의견이 맞아 군산 내려가 쉬다가 오자고 했다고 셋째에게 전화가 왔다. 딸들은 아빠에게 말도 하지 않고 내려온다. 온다고 미리 말을 하면 고생스럽다고 못 오게 하기 때문이다. 아빠의 걱정을 덜어 주기 위해서 말없이 내려온다.
남편은 가족들이 함께 차를 타고 다니는 것을 정말 싫어한다. 만약을 위해서 혹여 좋지 못한 일이라도 생길까 봐 그런다고 한다. 맞는 말이지만 가족이 움직일 때 따로 차를 타고 움직이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항상 본인 생각데로 딸들을 통제하려 하지만 애들이 다 커서 성인인데 아빠 말을 다 들을 수는 없다.
토요일, 10시가 조금 넘었는데 딸들과 손자가 도착을 했다. 차 밀리지 않게 일찍 출발했다고 한다. "아빠 우리 왔어요, " 하면서 들어오니 남편은 깜짝 놀란다. 나는 미리 알고 있었지만 남편의 야단하는 소리가 듣기 불편해 말을 하지 않았다. 오지 못하게 해 놓고 오면 또 그리 반가워 할 수가 없다.
직장생활을 하는 딸들은 주말 이면 다 바쁘다. 할 일도 많고 쉬고 싶은 텐데 아빠 엄마를 찾아오는 딸들이 기특하고 고맙다. 부모가 나이 많아지면서 함께 할 시간이 많지 않을 것 같은 마음으로 항상 안타까워한다. 가끔이면 서울에서 같이 살자고 물어보지만 남편은 어림없는 소리라며 단번에 거절을 한다.
딸들이 부모를 안타깝게 생각하는 그 마음이 전해져 고맙고 마음이 찡해온다. 모두가 세상 살기 바쁘다고 자기 일에만 집중하고 사는데, 나이 든 부모 챙겨 주는 마음에 더 바랄 것 없다. 이런 때, 자식 낳아 기른 보람을 느낀다.
"아빠 뭐 드시고 싶으세요" 언제나 아빠 의견을 먼저 물어본다. 남편에게 점심메뉴를 물어보고 외식을 하려 밖으로 나갔다. 요즈음 웬만한 맛집은 주말이 아니어도 줄을 서야 한다. 더욱이 오늘은 초복 날이고 주말이라서 맛집에는 사람이 더 많다. 우리는 12시가 되기 전에 식당에 가서 대기 번호 일 번을 받고 이른 점심을 먹었다. 항상 남편은 딸들이 오려고 하면 힘들게 왜 오냐고 하면서도 막상 만나면 기분이 좋으신가 보다. 가족은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점심을 먹고 군산에서 멀리 이동하는 것은 무리고 계곡을 찾으면 사람도 많이 모여있을 것 같아 서천에 있는 희리산 휴양림에 가서 나무 그늘 아래 쉬었다 오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우리는 차 두대로 나누어 타고 출발했다.
휴양림 산길 휴양림 입구
서천 희리산 휴양림은 군산에서 30분 정도면 도착하는 멀지 않은 거리다. 더운데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면 더 덥다. 한가하게 마음도 쉬면서 산책도 하는 곳이 여유롭고 좋다. 차를 주차하고 산길을 걸으니 텐트를 치고 아이들과 놀러 나온 가족들이 보인다. 사람도 별로 많지 않고 소란하지 않고 휴양림에서 느끼는 아늑함이 있다. 우리도 평상이 있는 그늘에 자리를 펴고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우며 과일도 먹고 산책도 한다.
탠트 치고 노는 곳 길을 걷다가 나무 의자에 앉아 쉬고 있다
평상 자리에 누워 휴대폰을 가지 고 노는 손자 산책하는 딸들
비가 왔는데도 옆 개울에는 물이 없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지 않은 이유가 있다. 여름에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은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과 바닷가 모래사장과 푸른 바다를 대체로 선호한다. 이곳은 사람이 많지 않으니 조용해서 더 운치가 있다. 매미소리가 여름을 기억하도록 마음을 아련하게 해 준다. 살랑 거리는 바람과 함께 친구 하면서 소나무가 울창한 숲길을 딸들과 같이 걷는다. 참 편안하다.
희리산 휴양림은 예전에도 가끔이면 왔던 곳이다. 그때와 달리 숙박 시설도 더 많이 생기고 가을이나 겨울쯤 와서 조용히 하루 이틀 지내다가 가도 좋을 듯하다. 한참 휴식을 하고 우리는 다른 곳으로 이동을 했다. 이곳 지리를 잘 아는 남편은 오늘은 적극적으로 알아서 코스를 안내한다. 맨날 집에만 계시다 딸들과 나들이가 즐거운가 보다. 별로 말이 없고 과묵한 남편도 오늘은 흥이 난 모습이라서 보기 좋다.
서천과 장항은 바로 옆에 있는 곳이라서 이동거리가 짧다. 전국 최고의 맥문동이 자라는 장항 송림 산림욕장이란 곳으로 옮겼다. 희리산에서 20분 내외 거리다. 이곳은 바다와 가까워서 그런지 탠트 친 사람이 더 많고 사람도 제법 있다. 소나무 숲에 맥문동이 수를 헤일 수 없이 많이 자라고 있다.
바로 바다가 보이는 곳에 쉼터인 정자가 마련되어 있어 사람들이 모여 앉아 쉬고 있다. 바닷가라서 바람이 시원하다. 주변 사람들도 멀리 가지 않아도 쉴 수 있는 곳이다. 맥 문동 군락지는 8월이 오면 꽃이 피여 장관을 이룬다고 하니 가을에 다시 한번 와 보아야겠다.
사진 찍기 좋아하는 분들이 전국에서 모일 정도로 이름 난 곳이라는 것도 오늘 처음 알았다. 몇 번 와 보긴 했어도 맥문동 꽃이 필 때는 와 보지 못했다. 소나무 숲길로 만들어진 산책 코스는 걷기도 좋고 바다가 앞에 보여 바라만 보아도 가슴이 탁 트이는 듯 시원하다. 바람은 살랑살랑 불어오고 소나무 사이로 걷는 발걸음이 상쾌하다. 소나무가 얼마나 많은지 송림이란 이름이 알맞다.
소나무와 온통 맥문동이다. 걷고 산책하기 너무 좋은 곳이다
장장하일이란 말이 있듯이 여름날은 해가 길다. 소나무 길을 걷다가 힘들면 곳곳에 놓여 있는 밴취에 앉아 쉬 하고 여유롭다. 바다를 바라고 있으니 바닷바람이 시원하다. 휴가란 멀리 좋은 곳을 가는 것만이 휴가가 아니다. 더위를 피해 나무 그늘에 앉아 쉴 수도 있고 마음이 한가로우면 더 바랄 것 업다.
남편과 딸들은 바다를 바라고 보며 바닷바람을 맞고 있다. 바다 위에는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사람이 많다. 서해 바다는 물이 깨끗하지 않아 해수욕을 하는 사람은 없다. 물이 빠지면 갯벌 체험을 한다고 한다.
송림 산림욕장 바로 옆 560 미터 정도 되는 곳에 장항 스카이 워크가 있다. 우리는 다시 이동을 한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왔던 장항 제련소
이곳을 보고 나는 깜짝 놀랐다. 아니 군산에서 가까운 곳에 이렇게 예쁜 곳이 있었나 놀라웠다. 소나무 아래
수없이 피어있는 바다 패랭이 꽃이 지천으로 피어 있어 너무 예쁘다. 정말 이곳은 사람이 거의 없다. 산책하기 너무 좋은 곳이다. 소나무는 몇천 그루가 있는지 그 수를 헤일 수 없이 많다.
표지석에는 나태주 시인의 풀꽃 시비가 있다 나태주 시인의 고향이 서천이라서 그런 것 같다
군산에서 54년째 살고 있는 데도 이곳은 처음 와 보는 곳이다. 사람이 없는 것은 오후 시간대라서 그럴까? 그게 궁금하다. 솔향을 맡으며 소나무 아래 피어 있는 패랭이 꽃을 보며 걷는 산책길이 향기롭다. 왜 나는 이곳을 이제야 알게 되었나? 내가 생각해도 의아하다. 오늘 나는 비밀의 장소를 발견한 듯하여 너무 기쁘다.
생각지도 않은 일, 딸들이 내려와 여름 선물을 받은 것처럼 반갑다. 군산 집에서 멀지 않은 이곳. 가끔은 찾아와 마음을 쉬고 싶은 비밀의 장소다. 다른 날. 마음 맞는 사람과 함께 나만의 비밀의 장소 이곳 소나무 길을 걷고 싶다. 가을이 오면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