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담긴 엄마표, 열무김치 총각김치

딸들 밥상을 위해 김치를 종류별로 담아 보낸다

by 이숙자

딸들이 온다는 소식에 마음이 바빠진다. 모처럼 엄마 찾아오는 딸들에게 열무김치라도 담아 보내야 할 것 같아서다. 지난번 열무김치 담아 사진을 올리니 "맛있겠다" 그 말을 듣고 머리에 그 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가까운 곳에 살아야 김치 담아 가져다 주기라도 하지. 지금은 여름이라서 택배도 쉽지 않다. 이제는 집으로 택배 물건을 가지려 오지 않는다.


딸들은 아무것도 하지 말라하지만 엄마 마음은 그렇지 않다. 내가 힘들어도 자식들 먹을 생각에 그만 두지 못한다. 토요일, 아침을 먹고 서둘러 시장엘 갔다. 열무 2단 총각무 2단 깻잎도 넉넉히 샀다. 김치 담을 양념까지 사거 나니 한 짐이었다. 엄마가 건강하고 살아있으니 김치도 담아 주지 언제 가는 그 일도 못할 것이다.


집에 와서 김치 담을 야채를 열심히 다듬고 있는데 딸들이 도착을 했다. "엄마 일하지 말라 했는데 또 일 벌이셨네요." 나는 대답할 사이도 없이 거실을 깨끗한 자리로 정리를 해 놓는다. 여름이면 샐 활공 간을 눈에 보이는 것이 없이 깔끔하게 해 놓아야 답답하지 않고 시원하다. 그렇지 않으면 더운 여름이 더 덥다. 눈에 보이는 잡다한 살림도 되도록 눈에 뜨이지 않게 숨겨놓는다.


딸들은 엄마 생각하느라 아무것도 하지 말라 말은 하지만 그 생각은 자식들 마음이고 내 마음은 그렇지 않다. 딸들은 항상 바빠 둥당거리고 사는데 엄마한테 찾아온 자식들을 그냥 보낼 수는 없다. 만들기 힘든 김치라도 담아 보내야지 내 마음이 편하다. 내가 아직은 해 줄 수 있어 다행이고 감사하다.


김치 담을 김치거리를 다듬어만 놓고 나갔다가 저녁까지 먹고 들어온 나는 마음이 바쁘다. 열무는 씻어 소금 절여 놓고 무도 씻어 먹기 좋게 썰어서 소금 간을 해 놓는다. 딸들 둘은 군산의 밥을 즐기려 나가고 나만 바쁘다. 밀가루 풀을 끓이고 김치 담글 양념을 만든다. 수 십 년 손에 익은 일이라 금방 해낸다. 음식을 만들면서 자식들이 맛있게 먹을 생각을 하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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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무는 40분 정도만 절이고, 김치를 버무릴 때는 남편을 부른다. 곁에서 심부름해 주는 사람은 남편이다. 힘들어도 재미있다. 내가 살아 있음을 느낀다. 사람이 먹고사는 일은 쉬운 일이 하나도 없다. 밥을 먹는 일은 생존을 위한 일이다. 우리 밥상에 김치가 없으면 무언가 허전하다. 특히 우리 세대는 김치가 밥을 먹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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깻잎 김치는 사진에 올리지 않았지만 여름 반찬에 깻잎 김치도 밥도둑이다. 나는 집에서 한가한데 딸들 집에 김치가 떨어지면 내가 불안하다. 여느 때 먹는 김치도 김장 김치 담듯 담는다. 어제 하루 종일 동당거렸더니 피곤하기는 하지만 자식들 먹을 생각에 마음이 흐뭇하다.


내 나이에 자식들 김치 담아줄 건강을 주셔 감사한 마음이다. 내 힘이 닿을 때까지 나는 김치를 담아 줄 것이다. 막내딸을 김치를 잘 먹지 않는다. 그래서 섭섭하다. 신랑이 서울 사람이라서 젓갈 들어간 전라도 김치를 안 먹다고 하니 도리 없다. 마늘도 까서 빻아 냉동실에 얼려 놓은 걸 한 뭉치씩 넣어 주고 나니 기분이 좋다. 준다는 것은 기쁜 일이다. 한 동안 마음 놓고 내 일을 해도 될 듯하다.


엄마표 김치를 먹으며 고달픈 삶의 위로를 조금이라도 받았으면 좋겠다. 어쩌면 엄마는 고향 같은 존재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인생이란 원래 계획대로 살아지는 건 아니다. 어떤 슬픔이나 어떤 기쁨이 갑자기 찾아오는 일이다. 내게 주어진 오늘을 충실히 살아가면 그만이다. 가장 소중한 것은 오늘의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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