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들과 함께한 여름날의 추억

by 이숙자

일요일, 아침잠에서 깨어나자 나는 곧바로 아침밥 준비를 한다. 딸들이 좋아하는 꽃게 탕을 끓였다. 어제는 저녁까지 외식을 하고 집으로 들어온 터라, 아침밥만이라도 엄마 밥을 먹이고 싶다. 오늘이면 모두 자기 자리로 떠나는 딸들에게 집밥 한 끼라도 먹여 보내야 내 마음이 편하다. 딸들에게는 엄마 밥은 추억이고 생존이었다. 오랜 세월 엄마 밥을 먹고 자란 딸들은 집밥에 대한 기억이 특별하다.


꽃게탕을 맛있게 먹는 딸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흐뭇하다. 사람이 사는 집은 사람의 온기를 느낄 수 있어야 사람 사는 집 같다. 딸들과 손자가 집안을 가득 채워준다. 설거지를 한 후, 딸들 집에 가지고 갈 짐을 챙긴다. 어젯밤에 담아 놓은 김치들과 냉동해 놓은 마늘까지, 엄마가 담아 준 김치를 싫다고 안 하고 가져가니 반갑다. 딸들은 힘들게 왜 하냐고 말할 때는 안 가져 갈듯 하지만 해 놓으면 가져간다. 무어라도 주어야 내 맘이 편하다. 친정에 온 딸들을 어찌 빈 손으로 보내랴.


딸 중에 유난히 카페를 좋아하는 셋째 딸이 있다. 친구들과 다닌 예쁜 곳이 있으면 꼭 우리 부부도 데리고 간다. 딸은 군산 사는 나보다 더 군산의 좋은 곳, 맛있는 음식점도 잘 안다. 딸이 아니면 카페도, 음식점도 잘 모를 것이다. 서울 올라갈 짐을 챙기고 우리는 딸이 안내하는 대로 개정에 있다는 카페로 갔다. 카페에 가면 차도 마시지만 편하게 이야기도 하고 예쁜 곳에 앉아 한가롭게 쉬기도 하면서 힐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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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외부 모습 마당의 잔디를 보고 앉아 있어도 편하고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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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이 잘 정돈된 내부와 밖을 모습을 보고 있는 남편 카페 내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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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뒷뜰 대나무 숲


카페를 가는데 시내가 아닌 시골로 가고 있다. 나는 속으로 시내도 카페가 많은데 왜 굳이 멀리 가고 있나, 혹시 남편이 한마디 할 것 같다. 조금 후에 도착 한 곳은 개정이란 시골집이다. 이런 곳에 카페가 있다니. 그러나 들어가는 입구부터 느낌이 다르다. 나무도 예쁘게 가꾸어 놓고 무엇보다 집 앞 잔디를 너무 깔끔하게 잘 가꾸어 놓았다. 뒤뜰에 대나무 숲도 멋지다. 대나무 아래 수국 꽃이랑 다른 화초들도 예쁘게 잘 가꾸어 놓았다.


피서지를 찾아 먼 곳을 가지 않아도 가깝고 조용한 곳에서 마음 편히 쉬고 맛있는 것 먹고 보내는 시간들이 특별한 휴가와 다름없다. 다른 때 같으면 "왜 사람들이 비싼 차를 마시러 카페에 가나?." 하고 부정적이던 남편이 오늘은 딸들이 안내하는 데로 좋아하시며 칭찬을 한다. 커피와 차 빵을 먹으면서도 즐거워하니 다른 사람까지 기분이 좋다. 차 한잔의 여유를 즐기며 편안히 마음을 쉬는 시간이다.


카페 내부시설을 너무 깔끔하고 정갈하게 꾸며 놓은 걸 보면 주인의 성격을 알 수 있다. 남편 성격이 워낙 깔끔한 성격이라고 당신 취향과 맞아 더 좋아하시는 것 같다. 딸들 둘을 차를 마시며 사진을 찍고 추억을 남긴다. 남편의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놀랍다. 요즘 남편 곁에서 친구들이 한분 두 분 세상을 떠나는 걸 보면서 생각이 달라지는 것 같다. 세상 사는 것 별것 없구나 좋은 곳도 가고 마음을 비우고 물 흐르듯 살고 싶은 마음이 보인다.


카페에 앉아서 멍 때리기도 하고 앉아서 놀고 있으니 금방 점심시간이 되어 간다. "아빠 오늘 점심을 무얼 드실까요?" 딸들은 항상 남편 의견이 우선이다 " 안 먹어 본 것 먹자. 좋은 곳으로 가렴." 남편은 시골에서 태어나 이곳 군산에서 살아온 사람이다. 시골사람 답지 않게 멋을 아는 사람이다. 돈도 아낄 때는 아끼지만 쓸 때는 쓸 줄 아는 통 큰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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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은 알아서 근처인 식당 레스토랑에 예약을 하고 우리는 논길을 따라 식당으로 갔다. "아니 식당을 논길로 가고 있다니 시골 어느 곳을 가는 거야?" 하고 물으니 "따라만 와 보세요." 시골 산자락 아래 이런 곳이 있다니 우리는 깜짝 놀랐다. 남편이 살던 큰집과 거리가 가까운 곳이라도 한다. 넓은 주차장에 예쁜 전원주택도 두 동이 있고 바로 옆에 예쁜 식당이 있다. 나는 이곳도 처음 와 보는 곳이다.


남편 말이 이곳은 예전에는 구석진 오지였고 사람도 잘 다니지 않는 구석진 곳이었다 한다. 세월 흘러 찻길도 나고 이처럼 예쁜 식당이 생기다니, 요즈음은 인터넷이 생활화되어 예쁘고 맛있는 음식점을 어디든 찾아간다. 말 그대로 산전 벽해가 된 듯한 모습에 남편은 감회가 새로운 가 보다. 눈 깜짝 사이 세상은 변해 가고 있다. 딸은 친구랑 함께 이곳을 와본 곳이라고 한다. "엄마, 여기는 예약을 하고 와야 해." 하고 나에게 정보를 알려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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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토랑 안에서 막내딸과 손자 둘째 딸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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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손자와 함께 옛날 생각에 젖어있는 모습


어떻게 알고 왔는지 사람이 식당 안에 손님이 드문 드문 보인다. 아마 인터넷 검색을 하고 왔을 것이다. 거의가 젊은 사람들이다. 우리처럼 나이 든 사람은 없다. 평소에 먹어 보지 않은 음식을 주문해서 먹으면서 남편이 좋아하니 애들도 함박웃음을 진다. 올여름 어쩌면 무료하게 그냥 보냈을 텐데, 딸들이 찾아와 우리 부부를 위로해 주며 즐거운 추억을 남긴다.


점심을 먹고 딸들은 서울로 떠나고 우리는 집으로 돌아온다. 노년의 우리 부부는 딸들과 여름날의 추억을 몇 번이나 만들지 알지 못한다. 삶이란 머뭇거리면 아무것도 얻어지는 결과가 없다. 마음을 내고 함께 할 때 추억도 만들고 훗날 아쉬운 후회를 하는 일이 줄어들 것이다. 함께 즐길 수 있는 딸들이 있어 고맙고 감사하다.


산다는 것은 어쩌면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것이다. 기쁨도 외로움도 내가 안고 살아야 하는 삶이다. 노년의 삶은 외롭다. 갑자기 찾아와 준 딸들과 올여름 추억 한 자락 붙들고 외롭다 생각 말고 잘 견뎌 보련다. 살아간다는 것은 견디는 일이라고 어느 시인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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