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딸이 직장에 사표를 냈다

딸이 잘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내고 우리를 찾아왔다

by 이숙자

"띵동" 현관문 벨소리가 나서 문을 여니 막내딸이다.


" 아니 무슨 일이야, 말도 없이."

" 말하면 못 내려오게 하니까."

막내딸이 연락도 없이 서울에서 내려왔다.


무슨 일이냐고 말은 했지만 자식은 만나면 항상 반갑고 기쁘다.


남편은 언제나 딸들이 차 가지고 힘들게 내려오는 걸 반가워하지 않는다. 그것도 다 자식을 위한 거라 하지만 사람 사는 일이 마음 가는 데로 사는 것도 즐거움 중에 하나인데, 그 걸 나무란다. 너무 조심하고 완벽하려 하면 마음의 여유가 없다. 도무지 사는 걸 자로 잰 듯 정확하게 살려고만 하는 남편, 편하게 여유롭게 살면 안 될까?


남편에게 아들이 없다고 시어머님의 걱정을 듣고 늦은 나이에 힘들게 난 막내딸이다. 막내딸 나이도 벌써 사십이 되어가니 참 세월이란 유수와 같다는 말이 맞다. 대학을 서울에서 다니고 졸업 후 바로 직장생활을 하고 결혼까지 한 후 지금까지 서울 생활을 하고 있다. 서울 지리도 모르는 곳이 없을 정도로 서울 사람이 다 되었다. 서울 생활 20년이 넘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막내라서 항상 나이 든 부모님이 안타깝고 세상에 남겨질 날이 멀지 않았다는 생각에 가끔은 애잔해한다.

언제나 집에 무슨 일이 있나, 불편 상황을 챙기고 해결을 하려고 애를 쓴다. 바쁜 언니들을 대신해서. 아들 몫을 한다. 아직은 아이가 없어 시간 여유가 있어서 그렇기도 하다. 사람과의 관계는 마음이다. 애정과 관심이 사랑의 선물이라 생각한다. 뭐든 부탁을 하면 일처리도 곧 잘한다. 그런 막내딸이 고맙다.


차 한잔 나누며 막내딸이 하는 말.

" 아빠 엄마, 나 회사 그만두고 좀 쉬려고."

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말을 듣고 놀라기는 했지만 우리 부부는 놀란 표현을 하지 않는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사표를 냈을까, 그 생각에 마음이 저려온다.


"대학 졸업하고 바로 직장에 나가 지금까지 오랫동안 일을 했으니 좀 쉬고, 자유로운 일 하고 싶어, 그동안 정신없이 살아오느라 나 하고 싶은 일을 못했거든."

부모는 무슨 말을 하겠는가, 자식이 하고 싶은 데로 살겠다고 하는데, 걱정되는 말을 못 하고

"그래, 좀 쉬고 내 맘대로 하렴" 하고 응원을 할 수뿐이 없다.


" 나 이것저것 배우고 있어, 김서방에게 도움도 주려고"

" 그러니, 잘 생각했다, 뭐든 배우는 건 잘하는 일이야" 일하느라, 돈 버느라 하고 싶은걸 못하고 살다가 어느 날 뒤돌아 보면 삶이 헛헛 해질 것이다. 인생은 한 번뿐인 삶인데, 모든 것은 다 때가 있다. 때를 놓치면 기회를 놓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더 나이 들면 못하는 것, 잘 알아서 하리라 믿는다. 돈 버는 것이 행복의 전부는 아니니까.


산다는 것은 날마다 반복의 연속이다. 도돌이표처럼 거듭되는 일상을 부단히 되풀이하면서 사람들은 세월 속을 헤맨다. 어떻게 하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행복한 인생을 살아낼지,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사람마다 삶의 가치를 어디에 두고 살 것인가 목표가 중요하다.


요즘 젊은 사람들 사고는 예전 사람들 삶의 가치와는 너무 다르다. 내 생각과 맞지 않다고 옳다, 틀리다 말할 수도 없다. 부모는 자식이 경제적으로 안정하고 편안히 살기를 원하지만 본인들이 알아서 살 일이다. 나는 살짝 염려도 되지만 마음을 내려놓으려 한다. 아무리 자식이지만 딸의 삶이고 인생인걸 어쩌랴...


삶이란 본인이 꿈꾸는 데로 살수 만은 없다. 조급하다고, 서둘러 뛰어간다고 단번에 이룰 수 있는 게 아니라 하나씩 차근차근 쌓아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아직은 젊고 살아야 할 날이 많으니 기회는 많이 있을 거라고 마음을 위로한다. 지금까지 살아왔던 경험들이 앞으로 살아가는 바탕이 될 것이다.


처음에는 딸이 직장에 사표 냈다는 말을 듣고 놀랐다. 하지만 담담히 딸의 생각을 존중해 준다. 부모 생각을 말한다고 달라질 게 하나도 없으니까, 본인의 삶이라서 얼마나 심사숙고를 했을까, 잘 살아갈 거라고 믿어보련다. 막내딸은 감각도 있고 사람을 많이 대하는 일을 했기 때문에 경험도 많아 다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 것이다.


세상이 급속도로 변해 가고 놀라운 일이 많다. 나이 든 우리는 혼란스럽고 세상 밖 멀리 있는 듯 마음이 외롭다. 딸들 대화 속 이야기도 멀게만 느껴진다. 마치 외딴섬에 와서 살고 있는 듯하다. 세상사는 일이 힘겨울 때 찾을 수 있는 부모는 아마도 마음의 안식이며 고향일 것이다. 등산하는 사람들이 베이스캠프가 필요하듯 부모는 자녀들에게 그런 역할을 하는 사람인 것 같다.


마음이 시린 딸에게 엄마 밥이라도 먹이려고 물어본다.

"뭐 먹고 싶니?"

" 게 찌게, 시래기 넣고, "

" 알았다 "

정신없이 시장 다녀와 게 찌게 하고 시금치나물도 무치고 딸이 좋아하는 음식으로 따뜻한 엄마 밥 한 그릇을 먹인다. 밥은 생명이고 추억이다. 이 세상을 살아 내는 힘이기도 하다.


막내딸은 이틀을 우리 곁에서 자고 떠났다. 막내딸 떠난 자리는 애틋하고 마음이 아린다. 참 자식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보면 반갑고 안 보면 애틋하다. 아쉽고 아련한 흔적만 남기고 딸은 떠났다.


가끔 브런치 글에서 다른 작가님들이 '직장에 사표를 냈습니다 '라는 글을 보고 그분들의 삶이 이해가 되고 마음으로 시큰거리며 안쓰러웠는데, 내 딸이 직장에 사표를 낸 글을 내가 쓰게 됐다. 내일 일도 모르고 사는 게 우리네 인생이다.


나는 딸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자기만의 좋아하는 삶의 길을 찾아 새롭게 더 멋진 인생의 길로 걸어가기를 소망한다. 늦은 나이에 낳은 딸이라서 더 마음이 애달프다. 딸아 너의 삶을 응원한다. 그리고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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