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 객 - 정현종

by 이숙자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방문객이란 정현종 시인의 시를 읽고 놀란다. 내 집에 방문 객이 온다는 것은 사실은 어마 어마한 일이다. 나는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몇 분 좋은 인연을 만나고 마음을 교류하면서 살고 있다. 그중에 한 분이 군산과 가까운 익산에 사시는 파랑 나비 작가님이 있다. 브런치 글을 읽다가 가까이 사시는 걸 알고 어느 날 말랭이 마을 '봄날의 산책' 책방에서 우연히 만나 차 한잔 하면서 알게 된 사이다. 그 건 정말 생각지도 못한 깜짝 만남이었다.


처음 만난 분이지만 처음이 아닌 오래된 만남처럼 친근하게 다가왔다. 워낙 사람과의 관계를 잘하는 외향적이고 친절한 성격을 가진 분이다. 군산 익산은 차로 30분이 조금 넘는 거리다. 서울 같으면 이웃동네나 마찬가지로 가까운 거리다. 전화번호를 알고 서로 안부를 묻는 사이로 인연은 그렇게 내게로 왔다.


사람 앞에서는 거리낌이 없이 밝아 보이지만 내 눈에 보이는 뒷모습에서 쓸쓸함과 고독이 느껴지는 분, 사람 관계는 묘하다. 파랑 나비 작가님에게 오래 만난 사람처럼 마음이 쓰였다. 직업이 바다에서 늘 배를 타고 파도와 싸우고 사람들 안전을 위해 일하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라서 걱정도 되기도 했다. 직업이 힘들지 않은 일이 어디 있으랴, 사람은 저마다 해야 할 일이 있기에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파랑 나비 작가님은 어느 잡지에 글을 보냈는데 그게 채택이 되어 상금을 받았다고 자랑을 하면서 맛있는 걸 사준다는 말을 했다. 그 말이 고마웠다. 무얼 좋아하느냐 묻길래 나는 팥죽을 좋아한다고 말을 했다. 언제 군산에 오면 팥죽을 사주겠다고 약속이 되어있었다. 근무 관계로 시간이 잘 맞지 않다가 지난 주말 한길 문고에서 작가 강연도 듣고 밤에 군산 야행 행사까지 보고 갈 거라고 군산으로 건너왔다.


항상 한길문고 강연 때는 짝꿍인 효영 샘이 내 곁에 앉았는데 오늘은 브런치 파랑 나비 작가님이 곁에 앉아있다. 익산에 살고 계신 분이지만 박준 시인의 강의를 들으려 신청을 해 놓고 주말인데 쏜살 같이 달려온 것이다. 그분의 글을 보면 열심히 잘 살고 있는 분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좋아하는 일에 진심인 분이다.


오후 2시에 한길 문고에서 작가 강연을 듣고 저녁에는 말랭이 마을, 봄날의 산책에 가서 시 낭송을 해야 하는 날이었다. 작가 강연 끝나고 저녁 행사에 가려면 두 시간 정도 비었다. 나는 망설임도 없이 "작가님 우리 집에 가서 차 한잔 하시게요?" 그렇게 말하고 나도 놀란다. 그만큼 편하고 불편한 느낌이 없는 분이다. 밤에 행사장에 같이 가야 하기 때문에 다른 선택이 없었다. 카페에서 2시간을 차만 마시며 앉아 있을 수는 없다.


파랑 나비 자가님은 서슴없이 따라 올 정도로 편한 마음이 드는 사람이다. 인연이란 이상 하다. 나는 되도록 집에 사람을 잘 들이지 않는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런데 그날은 스스럼없이 집에 사람을 들였다. 글이란 사람과 사람의 마음의 벽을 무너뜨릴 정도로 진심이 숨어 있기도 하다. 글을 읽고 그 사람의 삶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글은 진심이다.


파랑 나비 작가님은 우리 집에 방문객으로 온 사람이다. 남편도 '봄날의 산책'에서 파랑 나비 작가님을 만나 차를 한잔 같이 하고 만난 적이 있어 금방 '형님"이 되었다. 남편에게 지금 우리 한길 문고에서 집으로 간다는 말을 미리 알리고 우리 집으로 스스럼없이 같이 같다.


우리 동네 새알 팥죽


파랑 나비 작가님은 오래된 지인처럼 베란다 화분이면 이곳저곳 집 구경까지 한다. 내 방 다실에서 차를 한잔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한참을 기다린 후에 옆에 사는 동생도 함께 우리는 동네 팥죽집을 같이 갔다. 나는 나이 들면서 나하고 약속을 했다. '돈 아끼지 말고 멋진 노인으로 살자.'


피치 못할 사정이 아닌 담에야 다른 사람에게 밥을 얻어먹지 않으려 한다. 누구와 밥을 먹을 경우 '내가 밥은 사고 살려한다.' 나이 들어도 폼나게 늙어가야 한다. 주변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다. 나이 들면서 생각이 많아진다. 가야 할 곳, 만나야 할 사람. 내가 있을 자리 그런 것들도 내가 염두에 두어야 할 일이다.


차 마시는 다실


오늘 팥죽은 남편이 사 주었다. 남편에게 감사한 것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남편도 같이 환대를 해 주는 점이 고맙다. 우리는 팥죽을 먹고 다 같이 말랭이 마을 봄날의 산책의 행사장으로 갔다. 사람과 사람의 인연은 어느 날 바람처럼 내 삶 곁으로 찾아온다.


이제는 주변 사람들에게 마음이라도 나누며 살고 싶다. 편안한 사람이 되고 싶다. 삶의 끝은 예기치 않게 찾아온다. 인생의 마지막을 떠 올리며 나의 최후는 어떻게 살고 싶은가?를 고민해야 할 것 같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가을비 오는 날, 기차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