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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자 Oct 09. 2022

당신, 덜 외롭게 걸어요

내 안의 고독을 치유하는 일 (세 번째 에세이  집)

오는 15일 출판 기념회를 열기로 한 내 책을 집으로 가지고 왔다. 아침에 공원을 산책하고 돌아온 후 서점에 책을 입고 시키려 동네 서점 한길 문고와 예스트 서점을 다녀오고 나서 컴퓨터 앞에 앉아 있으려니 만감이 교차한다. 그냥 멍 때리기를 하고 앉아 있었다. 때때로 무심히 앉아 있는 시간도 나쁘지 않다.


 내 잠깐 사색공간의 고요를 깨고 전화벨 소리에 놀란다. 이 시간에 누구일까? 나이 들면 전화가 오는 횟수도 나이 숫자만큼 간격이 멀다. 누구에게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않는다. 딸들도 모두 바쁘기 때문이다. 생각지도 않은 셋째 딸이 "엄마" 하고 부른다.  내가 가족 카톡 방에 올린  출판 포스터를 보고서 한 전화다. 


"엄마, 출판 기념일 축하해 주려 해도 일이 많아 시간을 못 내서 속상해요." 


 거의 울먹이는 소리다. 그 말에 진심이 느껴진다.  딸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려니 나도 괜히 울컥하고 눈시울을 뜨거워진다. 이게 무슨 상황인가? 나이 답지 못하게.  나도 나이와 상관없이 울고 싶을 때가 있다. 아니 이런 상황이 울어야 할 상황인가? 나도 참 민망하다. 그냥 눈물이 난다. 무엇 때문일까?  알 수가 없다.


"엄마, 글을 쓰고 책을 내는 것은 엄마가 좋아서 하는 일이고 누구에게 보여 주기 위한 것이 아니니 당당하게 외로워 말고 엄마 일을 하시면 돼요. 괜히 응원하는 사람 없다고 기운 없어하시지 말고."
 


나이가 들면서 주변 인연과 소원해진다. 서로 바쁘기도 하지만 서로 일에 관심을 두지 않으려 한다. 나 또한 주변 사람들에게 내일로 폐가 되기는 싫다. 곁에 사는 조카들도, 본인들 삶도 복잡한데 이런 일로 오라 가라 하면 피곤할 수 있다. 조금 냉정 한 것 같지만 자기 일은 자기가 알아서 조용히 요란스럽지 않게 살고 싶다. 예전 너무 많은 인연과 얽히고 살아왔다. 이젠 사람과 관계도 가볍게 만들고 싶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관종일까? 아니면 무엇인가? 생각해 본다. 하지만 글을 써서 남에게 자랑하고 싶은 마음은 절대 아니다. 정말 내가 좋아서 나답게 살고자 하는 마음으로 날마다 살아가는 소소한 삶을 사유하며 글을 쓰는 일이 내게는 또 다른 세상과의  연결이다. 어쩌면 외로움을 견디기 위해 글을 쓰는지도 모른다. 글을 쓰는 것은 내 안의 고독을 치유하는 일이다.



어찌 됐든, 이번이 3번째 책이다. 책을 낸다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누가 편집을 해주는 일도 아니다. 오로지 혼자 만이 해내야 하는 정신적으로 신경이 쓰이는 일이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몰라 옆에 있는 사람에게 조언도 구했다. 그러나 내 글을 내가 써야 하고 책도 내가 내야 하는 일이라서 혼자만이 해야 하는 고독한 작업이다. 출판사가 아닌 독립 출판이라서 그렇다. 


 이번 낸 책은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서 표지와 칼라 오타 보는 일 까지 혼자 해 냈다. 책을 내야 한다는 부담감에 몇 개월은 머리와 마음이 무거웠다. 그만큼 책의 무게가 느껴젔다. 하지만 다 해 놓고 나니, 쉽지 않은 일을 혼자 해냈다는 것이 뿌듯하다. 글을 쓰는 일은 나를 숨 쉬게 하는 언어들이 있다. 무언가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은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리게 해 주며 편안함이 나를 살게 한다. 


글쓰기 4년 차다. 글을 쓴다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80을 바라보는 늦은 나이에 도전을 하고 열심히 써왔다. 정말 적당히 힘들고 바쁜 날들의 연속이었지만 나는 살짝 바쁜 날들이 기분이 좋다. 열심히 살아야 할 명분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무엇을 채우기 위해 날마다 살아왔을까? 지금 컴퓨터 앞에 멍하니 앉아 생각에 젖는다. 하얀 백지 위에 수없이 많은 말을 쏟아놓고 난 뒤의 허탈함 일까?


한 번만 살 수 있는 삶, 그동안 타의에 의해 많은 시간을 보내고 살아왔지만 이제는 내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글을 쓰는 이유는 내가 살아가는 삶의 근원에서 나를 표현하고 나로 살아가려는 욕구의 분출이 아닌지... 이제는 나머지 내 인생의 길이가 짧아진 만큼 많이 사유하며 열심히 살아내려 한다.


사람의 공감은 기억이 아닌 감정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다. 사람에게는 저마다 감정 서랍이 있어 내 삶의 순간순간들을 감정 서랍에 담아놓고 글을 쓰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소중한 것은 글자가 표현하는 것처럼 내 소중한 것은 기록하고 내 가슴에 품으며 나는 내 삶이 다 할 때까지 글을 쓰며 살아갈 것이다. 유명한 작가가 아니면 어떠랴, 나는 나로 내 삶이 덜 외롭게 걸어갈 것이다. 


이번 내 책의 로그 라인은 덜 외롭게 살아가는 노년의 친구, 독서, 그림, 다도, 산책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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