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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자 Nov 13. 2022

폰이 고장 났다

폰이 고장 나고 삼일 동안 생각하는 단상들

 휴대폰이 고장이 났다. 며칠째 폰이 없이 생활하고 있다.


                                                    고장 난 폰


점심을 먹고 휴대폰을 가지고 소파에 앉아 터치를 해 보려는데 말을 듣지 않는다. 웬일인가 싶어 조금 더 충전을 하고 다시 폰을 실행하려 해도 화면이 움직이지를 않는다. 웬일일까? 답답한 마음에 동네에 있는 휴대폰 매장을 찾아가서 물어보아도 자기들도 잘 모르겠다고 서비스 센터에 가보라고 한다.


내가 쓰고 있는 폰은 나하고 같이 지낸 지 5년이 넘는 마치 오랜 친구 같은 존재다. 내가 가는 곳마다 필요한 사진을 찍고 계절의 변화를 함께 하고 각가지 처리해야 할 일들을 편리하게 도와주었다. 내 폰은 나의 삶과 아픔, 기쁨도 같이 하며 세상과 연결해 주며 일상의 희로애락을 같이 해왔다는 생각이다. 폰이 곁에 있을 때는 몰랐다. 폰이 고장이 나고서 쓸 수가 없으니 아쉬움과 불편 함이 컸다.


세상 모든 사물은 때가 되면 이별을 하고 혜여져야 한다. 오랜 세월 같이 했던 휴대폰도 나하고 이별을 할 때가 되었나 보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고 하지만 많은 시간을 같이 해온 물건이라서 이상하리 만치 허전하고 섭섭하다. 서비스 센타로 가보라는 말에 폰 매장에서 뒤 돌아 나오면서 느낌이 좋지 않다.


 사람도 작은 병원에서 큰 병원으로 가라고 하면 큰 문제가 있듯이 내 폰도 동네 병원에서는 못 고치는 큰 문제가 있나 보다. 마음이 심란하기는 하지만 어쩌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남편과 함께 서비스 센터에 갔다. 서비스 센터에서도 메모리가 다 깨져 폰은 이제 쓸 수가 없다는 직원 말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가 생겼다. 새 폰을 사서도 고장 난 폰에 있는 많은 정보와 전화번호를 옮길 수가 없다니 이게 웬일이란 말인가? 그곳에는 중요한 여러 가지 사적인 일들을 다 메모해 두었는데 어찌해야 하나, 아주 머리가 하얀 해 진다. 만약에 포랜쉽을 하려면 쾌 많은 경비를 들여도 다 깨진 정보를 찾기는 힘든다고 말을 한다. 그러니 도리가 없다. 다른 방법이을 찾아야 한다.


그 말을 듣고 어떻게 할 줄을 몰라 전전긍긍 갈피를 못 잡겠다. 잠잘 때를 빼고는 폰을 곁에서 떼어 놓은 적이 거의 없는데 폰이 사라지니 뭔가 정서적으로 안정이 안되고 마음이 헛헛하다. 요즈음 모든 일을 폰을 이용해서 처리를 하고 생활에 많은 도움을 주는 기계다. 폰 없이 살았던 세상도 있었는데 지금은 아니다. 그만큼 휴대폰은 우리 생활에 깊숙이 관여를 하게 되었다.


저녁에 시 낭송회에 갔는데도 온통 폰 생각에 다른 곳에 신경이 쓰이질 않는다. 지인들 전화번호는 어떻게 하지? 그럴 줄 알았으면 다른 곳에 좀 옮겨 놓을 것을, 세심하지 못한 내 처신에 후회가 된다. 옛날에는 전화번호를 다 외우고 다녔는데 지금은 남편 전화 말고는 딸들 전호조차 외우 지를 못한다. 참 난감하다. 어찌해야 할까? 계속 그 생각을 하면서 집으로 돌아오면서 갑자기 생각나는 것이 있다. 맞다. 컴퓨터에 카톡이 화면에 있다.


집으로 돌아와 세수만 하고 컴퓨터를 켜고 카톡을 실행 보니 다행히 카톡은 살아있다. 폰에 저장된 사람들과는 카톡이 연결된다. 얼마나 다행인지, 나도 몰래  혼자서 낮은 소리로 잘 된 일이다 하면서 숨을 한번 쉰다.  가족은 빼고 지인들에게 카톡을 날린다. 폰이 고장 나서 전화번호가 날아가 다시 전화번호를 받아야 한다는 사연을 수없이 하면서 밤 9시 30분까지  50명 정도 전화번호를 받았다. 이런 때는 유비무환이란 말이 딱 맞다.


다른 문제는 천천히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막내딸에게 전화해서 사정 이야기를 하고 해결을 부탁한다. 우리는 전화를 어떠한 기종을 골라야 할지도 모른다. 휴대폰이 문제가 생겼다고 걱정만 하고 있을 순 없다. 어떻게 하겠는가, 사람도 죽고 사는데 그 문제를 가지고 언제까지 고심하면 내가 힘들 것이다. 걱정한다고 달라질 것은 하나도 없다.


폰은 서울의 막내딸이 알아서 구매해서 보내 준다고 하니 마음을 놓고 걱정을 내려놓는다. 집에 불편한 일이 생길 때마다 해결해 주는 막내딸이 있어 고맙다. 다른 딸은 모두 바쁘다. 이번 일을 계기로 만약을 위해  세밀하게 챙겨야 할 일이 있으면 잘 챙겨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3일 동안 폰 없이 지냈다. 오랜 시간이 아니라서 그런지 견딜 만했다. 때로는 세상의 모든 일과 거리를 두고 조용히 마음을 들여다보며 쉬어야 필요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나는 무엇을 향해 그리 바쁘게 달려가고 있을까? 내 삶의 목표는 무엇인가?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폰이 없이 살아본 3일 동안 바쁨과 쉼을 교차하면서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더 깊이 숨을 쉬어본다.


새 폰을 구입해서 택배로 보냈다는 막내딸의 전화가 왔다. 어제 새로운 친구인 폰을 받았다. 초기화도 되지 않았으니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이틀은 정신이 없었다. 예전에는 모든 일을 사람이 해왔지만 지금은 폰으로 많은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세상이니 폰이 신기한 물건이 아닐 수 없다. 예전에는 폰이 없이도 잘 살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로 인하여 사람과의 관계는 멀어졌지만 세상의 변화를 따르고 살수 밖에 없는 게 우리네 삶이다. 다음에는 어떤 물건이 나와서 우리를 놀라게 해 줄까? 그게 궁금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신기한 물건이다. 딸이 보내 준 새 폰 새 친구하고 적응하고 가까이하면서 또 한 세상 살아 낼 것이다.


세상 모든 이치는 우리네 삶과 닮았다. 오래된 것들, 사람도 나이 들면 죽음을 맞이해 소멸하고 물건도 오랜 된 것은 그 역할을 다하고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질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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