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성품이 각기 다르듯이 좋아하는 음식도 다르다. 특히 자라난 환경과 살아왔던 지역이 다른 만큼 음식 문화도 다를 수뿐이 없다. 우리 집은 딸이 넷인만큼 사위도 네 명이다. 그래서 좋아하는 음식도 다 제 각각이다. 딸들과 결혼 후 사위들을 오랫동안 보아왔기에 사위마다 좋아하는 음식도 다 알고 있다.
우리 집 둘째 사위는 생선요리와 특히 아귀찜을 좋아한다. 어쩌다 함께 모여 외식을 할 때면 생선요리와 아귀찜 잘하는 맛집을 찾아다닌다. 생선찜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서울에서 속초까지 가서 가오리 찜을 먹고 오는 정도라고 딸은 나에게 살짝 귀띔을 해 준다. "세상에 그런 일이 있니?" 하고 나는 놀랐다. 아마 여행 삼아 그랬을 거라 생각한다.
그런데 아귀찜을 사 먹을 때마다 맛은 다르고 가격도 꽤 비싸다. 요즈음은 모든 물가가 오른 만큼 음식값도 올라가 외식도 부담이 된다. 오르지 않은 물가가 없다. 식당마다 밥값도 다 올랐다. 마트나 시장에 가서 물건을 살 때도 예전 물가가 아니다. 어쩌겠는가 여러 가지 상황이 그럴 수뿐이 없다는 걸 안다.
선물 받은 콩나물
엊그제 지인으로부터 콩나물 선물을 받았다. 지인도 선물 받은 콩나물을 날씨도 차가운 밤에 빨갛게 달아 오른 얼굴로 집까지 가져다주고 가신다.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지, 내가 어찌 이런 정을 받아도 되는지,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지인은 다음 날 딸과 같이 여행을 가신다고 굿이 밤에 콩나물을 전해 주신다. 이건 콩나물 만의 문제는 아니다. 주고 싶은 정의 마음이다.
콩나물이 박스로 하나 가득이다. 양이 많아 이걸 어떡하지? 생각하다가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이웃에 좀 가져다주고 그래도 양이 꽤 많다. 콩나물은 우리 밥상에서 익숙한 음식이라서 요리해 먹는 방법도 다양하다. 김치와 돼지고기를 넣고 찜을 해도 먹을 만하다. 그러나 두 부부만 살고 있는 우리는 음식을 많이 먹지 않는다.
그런데 마침 서울에서 둘째 딸네 가족이 연말 휴가차 군산에 내려온다는 연락이 왔다. 콩나물 먹을 일이 생겨 반가웠다. 이번에야 말로 아귀찜을 집에서 해 먹어야겠다는 마음에 시장에 가서 아귀를 사 왔다.콩나물도 종류가 여러 가지다. 아귀찜을 해야 하는 콩나물은 일자 콩나물로 통통한 콩나물이라야 한다. 마침 선물 받은 콩나물이 일자 콩나물이다.
아귀찜 레시피
1. 아귀찜 레시피는 먼저 콩나물을 씻어 소금 조금 넣고 살짝 삶아 놓는다.
2. 손질한 아귀와 미더덕이나 새우등을 넣고 냄비에 멸치 육수 한 컵 정도의
물을 붓고 5분 넘게 끓이며 뒤집어 아구를 익힌다.
3.양념장을 만든다. 진간장 마늘 생강 물엿 고춧가루 들기름을 넣어 섞는다.
4.삶은 아귀에 콩나물과 만들어 놓은 양념장을 넣고 고루 섞는다.
5.전분 가루를 물에 풀어 뒤적이면 재료끼리 엉겨 맛있는 아귀찜이 된다.
6.맨 마지막 미나리와 참 기름을 넣고 참깨를 넣어 접시에 담아냈다.
집에서 처음 해 본 아귀찜
음식이 까다로운 남편도 사위도 맛있다고 잘 먹는다. 처음 만들어 본 아귀찜이 성공이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미나리를 넣어야 식감도 좋고 향이 좋은데 깜박 잊고 미나리를 사 오지 않아 시각적으로 예쁘지 않다. 또 점심은 생선을 먹은 후라서 저녁에는 아귀찜을 조금만 해서 푸짐한 느낌이 없다.
아귀찜은 식당에서 사 먹는 걸로만 알았다. 사실하면 못 할 음식이 어디 있게는 가? 이 나이가 먹도록 부엌에서 가족들 밥을 차렸는데 시도해보면 되는 일은 괜스레 망설였나 싶다. 아마도 귀찮아서 그랬을 것이다. 사위가 아귀찜을 잘 먹는 모습을 보며 즐겁다. "어머니 맛있는데요."
그 모습을 보며 생각이 많아진다. 내가 가족 들 맛있는 음식 해 줄 수 있는 시간이 자꾸 줄어든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부터는 외식 대신 아귀찜은 집에서 해 먹어야겠다. 일 년이면 몇 번이나 사위들, 딸들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줄까? 생각하면 이런 시간들이 더 소중하다. 집밥이란 어쩌면 사랑을 이어주는 일이다. 그리고 엄마 음식은 가족을 위한 사랑이다.
지금부터라도 엄마의 잊지 못할 기억에 남는 음식을 해 주고 싶다. 음식은 사랑이고 추억이다.
사는 게 힘들고 마음 시린 날 찾아와 내가 해준 아귀찜을 먹고 위로를 받고 기운 내서 살아가길 희망한다. 삶이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서로 기댈 작은 언덕이 되어 주는 것,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세상에 당연한 건 하나도 없다. 서로가 소중함을 알 때 고맙고 마음이 따뜻해 온다.
"엄마 사실은 이서방이 연말 휴가차 일본 여행 갈까? 했는데 부모님 모시고 놀고 맛있는 것 먹는 것이 더 좋네요. 외국 여행 가면 뭐 하겠어." 그 말을 들으니 마음이 찡해 온다. 날은 춥고 하고 싶은 일도 많을 텐데 나이 든 부모를 찾아와 마음 같이 해 준 둘째네 가족들이 고맙다. 그래서 우리는 올 한해를 보내며 추억 한 페이지를 남긴다.
지금까지 하지 않던 아귀찜을 나이 팔 순이 되어서야 하게 되었다. 나는 가족의 밥이다. 밥은 생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