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숙자 Jan 11. 2023

겨울은, 손 바느질 하며 놀기

겨울은 집에서 쉬면서 손 바느질을 합니다

해가 바뀌었다고 특별한 일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달력의 숫자만 달라질 뿐 날마다 살아가는 일상은 그날이 그날 같은 단조로운 날들이 지나가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매일 똑같이 아침을 먹고 어제와 다르지 않게 반복되는 날들이다. 나는 책도 좀 읽다가 컴퓨터도 하고 습관처럼 혼자 노는 걸 즐긴다. 어느 사이 아침나절이 금방 지나간다.


겨울은 휴지기라 했던가? 나이 들고 날씨가 추우면 외출이 쉽지 않다. 더욱이 요즈음 미세먼지가 심해 더 외출을 하지 않는다. 집에서 쉬면서 요것 저것 일거리를 찾아서 논다. 걷기 운동도 집에서 하고 남편과 함께 차 마시는 일도 빼놓지 않는 하루 일과다. 겨울 쌀쌀한 날씨에는 보이차를 우려 마시면 맛이 깊고 몸을  따뜻하게  주어 겨울에 마시기 알맞은 차다.



베란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마주 하며 마시는 차 맛은 참 향기롭고 편안하다. 산다는 것은 아주 사소 한 것에 행복을 느낀다. 나는 소소한 내 일상 속에 행복을 줍는다. 삶은 아무렇게 함부로 대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을 한다. 우리가 사는 삶은 한 번뿐인 한정판이나 다름없다. 살아갈수록 더욱 시간이 소중하다.


내가 마주 하는 시간은 내가 관리를 한다. 때때로 책도 읽고 글도 쓰고 나 혼자 놀아도 해야 할 일이 잔뜩이다. 며칠 전부터 물컵 주머니를 만들다 멈추었던 일을 다시 시작했다. 몇 사람만 해 주려 했던 주머니를 더 만들기 시작했다. 집에 있는 천 조각을 맞추어 가며 만들고 있다. 바느 질을 할 때면 받을 사람을 생각하며 만든다. 아마도 내 그리움을 더  해 주고 싶어서다.


다도 할 때 쓰던 천들이 서럽 안에  남아 있었다. 서랍에서 잠자고 있던 천을 사용할 용도가 있어 다행이다. 필요한 곳에 내가 시간을 더 해 주면 되지, 하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만든 숫자가 10개가 넘어가니 이 일도 힘이 든다. 세상에 쉬운 일은 하나도 없는 것 같다. 그렇다고 시작한 일을 쉴 수 없어 계속하다가 오늘에야 끝났다.


회원들은 25명이 넘는데 다 만들어 줄 수는 없고 나이 든 분들, 내가 빗진 것 같은 분들에게 만들어 주려다 보니 10개 가까이 되었다. 손바느질은 의외로 시간이 많이 걸린다. 어떻게 생각하면 내 삶의 시간을 선물하는 듯 하지만 그렇다고 야박하게 내 시간을 남에게 주지 않으려 하면 혼자 살아야 하는 세상이 되고 삭막해진다.

 

컵 주머니

사랑은 희생이고 배려다. 고맙게도 이 나이에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다수 있다. 감사한 마음을 무엇으로 전할까 생각하다가 작은 정성을 건네주려고 컵 주머니를 만들기 시작했다. 나이 들면 받기보다는 주고 살아야 한다. 받으면 마음이 무겁다. 빚지는 마음이다. 사람은 줄 때 행복감을 느낀다. 내 나이는 받는 것보다는 주어야 할 나이다. 어른으로 산다는 것은 주변에 폐 끼치지 않고 넉넉한 마음으로 살기를 희망해 본다.


시 낭송 회원들은 만난 지 오래되지 않았지만 사람들이 따뜻하고 서로를 잘 챙긴다. 새해가 되면서부터 나는 마음으로 다짐을 했다. 다른 사람에게 혹여라도 밥 얻어먹지 않기, 욕 안 얻어먹기, 요구하지 않기, 다른 사람 평가하지 않기 등을 생각해 본다. 매번 노력을 해 왔지만 새해가 되면서 한번 더 마음으로 다짐을 한다.


겨울은 해가 짧아 하루가 어찌나 빨리 지나가는지, 하루 새끼 밥 챙겨 먹는 것도 보통 일은 아니다. 해가 지고 나면 내가 무엇을 하며 오늘을 보냈나, 생각하면서 내 뒷모습을 돌아본다.


 '세상의 모든 것에는 뒷모습이란 것이 있다. 동물이나 식물 같이 살아있는 생명체만 있는 게 아니라 바위나 산이나 강물에도 뒷모습이 있다. 뒷모습에는 꾸밈도 없고 허용적이라 말한다. 나태주 시인의 말이다. 누군가 지켜볼 내 뒷모습을 생각하며 나도 잘 살아야 할 것 같다.  

한 동안 손 놓았던 바느질 놀이를 하면서 새롭고 재미있다.  내가 꼼지락꼼지락 천을 꿰매 만들면 좋아하는 물건이 되는 기쁨을 알게 된다. 재봉틀로 곱게 만들어 놓은 것보다는 투박하지만 손바느질로 만든 물건은 정이 가고 운치가 있다.  이 작은 선물을 받고 즐거워할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쁜 일이고 아니면 도리 없는 일이다. 사람 마음은 다 똑같지 않다.


어느 날부터 내가 생각하게 된 일은, 모든 물건이나 마음도 내게서 떠나면 내 것이 아니며 받는 사람 몫이 된다는 생각이다. 복잡한 생각을 버리고 단순하게 사는 일이 나를 살게 하는 일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이 팔순이 다 되어 아귀찜을 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