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살면서 수없이 많은 인연을 만나고 헤어지며 살아간다. 그 인연 속애서 오랜 세월을 이어져 오는 인연이 있다. 바로 뜨개방 송미예 선생님이다. 뜨개방은 내가 사는 동네 가까운 곳에 자리하고 있어 접근성이 좋아 들리기 편한 곳이다. 그곳에 가면 많은 생활 정보도 얻을 수 있고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뉴스보다 더 잘 알 수 있어 좋은 점이 많다. 사실 글쓰기 정보도 뜨개방에서 알게 되었다.
나는 니트 뜨개옷을 좋아한다. 사 입으려 해도 사이즈가 잘 맞지 않고 내 취향의 니트를 사 입기가 쉽지 않아 내 옷은 내가 떠서 입기 시작했다. 몇 년을 그곳을 오고 가며 손자들 옷도 떠주고 가족들 머플러도 떠 주며 그곳 사람들과 인연을 쌓아왔다. 뜨개 해서 입는 옷은 내 손길인 정성이 들어간 옷이라서 더 애정이 간다. 오래도록 입어도 싫지가 않다. 나이가 들면서 내 옷은 내가 해 입고 싶다.
뜨개방 선생님은 언제나 나를 응원해 주시는 고마운 분이다. 책이 나올 때마다 서점으로 달려가 책을 구입하시고 뜨개방에 오시는 분들에게 늘 자랑을 해주셔 고맙기도 하고 때론 쑥스럽기도 하다. 인연이란 어느 날 떠날 사람은 떠나고 곁에 있을 사람을 있게 되는 것을 살면서 경험을 하게 된다. 어쩌겠는가, 가야 할 사람 발길은 붙잡지 않고 다시 찾아오는 인연은 막지 않는다. 그게 삶의 진리인 것 같다.
지금은 자유롭고 싶다. 나 자신에게 충실하고 나 다운 삶을 살고 싶은 것이다. 내게 주어진 시간이 길지 않다는 걸 알기에 새의 깃털처럼 가볍게 살아갈 것이다.
뜨개방 선생님은 어느 날, 나에게 제안을 하셨다. "선생님 전시회 한번 하세요? "무슨 전시회요.?" 선생님은 손뜨개 선생님들 몇 분과 '꿈 협동조합, 꿈누리'라는 단체를 만들어 활동을 하는데 전시회를 한다고 하신다. 그런데 몇 분의 작가를 초대해서 며칠 씩 나누어 전시를 해야 하는데 나에게는 '작가의 서재'라는 이름으로 이틀 전시회를 하라신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막연 하지만 일단 하겠다는 대답을 했다. 사람이 못하는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하려는 마음이 중요하다. 도전을 하면 힘들어도 성장과 결과가 있는 것이다. 전시장은 뜨개방 지인이신 동네 내과 의원의 아드님 갤러리 공간이다. 그 공간을 무상으로 사용하라고 내어 주셨다고 좋아하신다.
지금처럼 각박한 세상에 이처럼 나눔을 하는 분이 계셔 세상은 아직 살만하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참 고맙고 흐뭇한 일이다. 뜨개방 선생님도 전시를 하는 것은 어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동네에서 인생 나눔 수공에 강사들의 활동역량을 강화하고 동네 주민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뜨게 소품 체험을 하는 일이라 한다.
전시회 날이 돌아왔다. 니는 다음 날은 바쁜 일이 있어 밤에 짐을 가져다가 세팅을 했다. 짐을 차로 싣고 전시장으로 가면서 남편에게 살짝 미안했다. 몇 년을 다도 행사한다고 짐 실고 따라다녔는데 이건 또 무슨 일이냐고 말할 것 같아서다. 그러나 아무 말 없이 짐 나르고 같이 해 주는 남편이 고맙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 할 것 같다.
선생님은 한길 문고에서 군산 작가인 배지영 작가 책과 작가님에게 글을 배워 출간한 지역 작가들 책을 협찬받아서 세팅을 했다. 그 옆에는 올해 내가 출간한 책과 다도 할 때 다구와 소품들, 수놓았던 것들까지 가지고 가서 세팅을 하니 그런대로 분위기가 괞찮다. 오랫동안 행사를 많이 해 온 탓에 쉽게 세팅을 했다.
한참 작업을 하고 있는데 갤러리 주인이신 안 선생님은 내려오시어 너무 좋아하신다. 전시장을 무료로 내어 주셔 우리가 고마운데 되려 전시장을 예쁘게 꾸며 주셔 고맙다는 말을 하시니, 마음이 참 고우신 분이다. 사람이 걸림이 없이 밝고 맑다는 말을 이런 때 쓰는 말 같다. 첫눈에 호감이 갈 정도로 인상이 좋다. 따뜻한 에너지를 사람들에게 전하고 같이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이다.
일하고 있는 우리에게 배고프지 않냐고 물으시며 금방 안집으로 건너가셔 군고구마를 가져왔다. 예쁜 그릇에 담아 파란 허브 잎을 살짝 올려놓는 센스까지,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정성이 담긴 고구마가 맛있다. 나는 주섬 주섬 집에 있는 물건들을 가져다 세팅을 했지만 오랜만에 다도 행사하는 것처럼 기분이 새롭다.
내 오랜 세월의 흔적들이 밖에 나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한편으로는 감사하고 기쁘다.
30년이란 긴 세월을 다도를 하고 행사를 해 와서 집에는 많은 소품들이 있다. 뜨개방 선생님 덕분에 여러 사람들과 공유를 할 수 있어 오히려 내가 더 감사하다. 테이블에는 다포를 깔고 다구를 늘어놓고 단풍잎으로 가을 분위기를 내고 오시는 손님들에게 차를 대접한다. 나는 차를 마시며 차담을 즐긴다.
시 낭송을 같이 하는 분들도 오시어 차를 나누며 한담을 하고 시간이 여유로워 좋다. 다른 사람들도 이곳이 무엇하는 곳인가 지나가다고 들어오시어 구경을 한다. 전시해 놓은 물건을 파느냐고 물어보는 분도 있다. 나는 웃으며 "안 팔아요."라고 대답을 한다. 얼마나 많은 시간이 담긴 물건들인데 돈으로 환산이 될까?
전시 다음 날 안 선생님 친구분들이 오시어 차 한잔씩을 하시며 좋아하신다. 나는 차 나눔을 하면서 내가 더 기쁘다. 차를 우리고 나눔을 할 때 누군가에게 기쁨을 주는 것같아 마음이 편안하다. 할 수만 있다면 차를 나누며 살고 싶다. 내가 진료받았던 의사 선생님도 오시어 차를 드시고 미소만 지으신다. 워낙 말씀이 없으신 선생님이 시다. 의사와 환자로 만났던 분인데, 참 이런 일도 있구나 싶어 마음이 흐뭇하다.
사람은 살면서 예기치 못한 일과 마주하며 살아간다. 내게 주어진 날은 이틀이지만 분주함을 잠시 내려놓고 차인으로 돌아가 나를 만난 듯 좋았다. 사람들과 소통을 하며 대화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삶은 채움과 비움을 하면서 살아가는 거라 생각한다. 비움이 없이 채우기만 한다면 여백이 없다. 여백은 아름다움이다. '작가의 서재'란 이름으로 전시를 하고 보내는 올해 끝자락 내게는 특별한 날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