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이 가고 있다. 며칠은 바빴고, 며칠은 미세먼지로 밖에 나가지 못한 날들이었다. 원래 백수가 과로사한다고 무엇이 그리 바쁜지 한가 할 시간이 없었다. 한 달에 열흘 나가던 시니어 일도 끝나서 마음이 홀가분하다. 오늘은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하루를 시작한다. 소설이 지났건만 날씨는 아직도 가을 같은 날이다.
남편과 함께 산책을 하려고 월명 공원을 찾았다. 차를 주차하고 공원 길에 들어서니 산길이 휑하다. 며칠 만에 찾은 공원은 금방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나뭇잎들이 다 떨어지고 옷을 벗고 서있는 나무가 쓸쓸해 보인다. 나무는 내년 봄을 맞이 하기 위해 묵묵히 그 자리에 서 있을 것이다.
자연은 말없이 온갖 시련을 견디며 자기만의 시간을 잘 알고 일 년을 살아낸다. 변하는 것은 사람들이 더 많이 변하는 것 같다. 일 년이란 시간들이 지나고 나면 자신도 모르게 몸이 조금씩 퇴화되고 예년보다는 다른 몸 상태가 신호를 알린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나이 들어가고 있음을 스스로 느낀다.
11월이 가고 있다. 가을의 끝인 듯하면서 겨울이 시작되는 시기다. 새로운 계절을 준비하면서 나는 무엇을 하며 겨울을 살아갈까? 나에게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정말 세월이 빛의 속도로 가고 있음을 실감한다. 그렇지만 지난 시간들을 열심히 살아냈다고 자부해 본다. 아마도 또 그렇게 살아 낼 것이다.
산다는 것은 수많은 도전과의 싸움이다.
산책은 생활의 소음을 놓아 버리고 고요한 마음으로 걸으면서 자연과 대화를 한다. 나는 혼자 생각하고 그들에게 영감을 받는다. 어쩌면 내 감성의 글밭은 산책하면서 자연에서 얻는 부분이 많다. 언제나 말없이 묵묵히 제자리에 서서 자기 본분을 지키는 나무들. 누가 뭐라 하든 눈여겨보는 사람이 없어도 모두가 각자의 길을 가고 있다.
갑자기 쓸쓸히 서 있는 나무들을 보며 생각한다. 때론 남편도 나무 닮은 사람 같다고. 이 지구에는 몇십억의 인구가 살고 있어도 마음 안에 사랑하는 배우자가 없으면 얼마나 외롭고 쓸쓸할까 싶으니 새삼 남편의 존재가 귀해 보인다. 누가 뭐라 하는 사람이 없어도 자기만의 삶을 열심히 살고 있는 모습이 나무를 닮았다.
더도 덜도 말고 지금처럼 평화롭기를 희망해 본다. 살면서 조금 힘들고 피곤해도 살아있다는 확인인 것 같아 그것 역시 고맙다. 오늘 이 순간이 최고의 날인 것처럼 살고 싶다. 언제 어떻게 우리 삶은 변화가 찾아올지 아무도 모르고 살고 있는 것이다. 살아가는 동안 묵묵히 내게 주어진 삶을 잘 살아갈 뿐이다.
산책길 모두가 옷을 벗고 쓸쓸히 서 있는 나무들 사이로 아직도 지지 않고 서있는 단풍 나뭇잎이 곱다. 나는 반가움에 사진을 찍고 예쁜 모습에 한참을 바라본다. 누가 이토록 아름다운 색으로 단풍을 물 들게 했을까? 보고 있어도 신기하기만 하다. 가을이 아직도 남아있어 반갑다.
단풍나무가 무리 지어 있는 모습보다 나목 사이에 남아 있는 단풍이 더 아름답다. 곧 있으면 저 아름다운 단풍잎도 떨어지고 빈 가지만 남겠지. 다시금 하얀 눈이 쌓일 나무들 모습을 그려 본다. 나는 일 년이면 얼마 동안을 이 나무들의 변화를 보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면서 매번 감탄을 한다. 새로 나오는 연두 색 잎에 희망을 보며 초록을 보며 기쁨을 새긴다.
11월이지만 지금은 이 토록 아름 다운 단풍으로 나를 감동을 준다.
공원의 나무들은 일 년 열 달 내내 여러 모습으로 우리에게 위로를 준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각기 다른 모습이다. 때론 사람에게 받지 못하는 위로를 자연에게 받는다. 특별한 날을 빼고는 우리 부부는 월명공원 산책하는 날이 많다. 산책은 우리 부부의 일상 가운데 빠지지 않는 중요한 일이다.
11월의 가을은 가고 있지만 겨울이 올 것이고 새해가 되면 또다시 봄이 올 것이다. 가면 오는 것이고 오면 가는 것이 인간 사의 사는 일이다. 그게 삶의 원칙이다. 물 흐르듯 순 리데로 살고 싶어 진다.
중국 진나라 때 도연명 시인은 41세 때 관직을 사직하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소회를 쓴 '귀거래사'는 마지막 장을 보면 자연 속에서 자연의 섭리에 몸을 맡겨 살아가려 한다는 다짐과 소회가 잘 표현되어 있다. 세상 모든 부귀와 영화도 때론 한갓 연기에 불과하지 않을까, 감히 유명한 시인의 감정을 잠시 나도 느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