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도서관 사서 일을 하기로 했습니다

시니어에서 그림 그리는 일을 마감하고 도서관 사서 일을 합니다

by 이숙자

올해부터 시니어에서 하는 일은 도서관 사서다. 사서일을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일이지만 조금씩 알아가고 배우면 될 것이다. 사람이 처음부터 잘하는 일은 없다. 차차 적응하면 될 거라 믿는다. 좋아하는 책과 같이 할 수 있는 시간, 마음부터 설렌다.


단발머리 소녀적 책을 좋아해 서점을 하고 싶은 꿈을 꾼 적이 있다. 사서일, 서점은 아니지만 책과 놀 수 있다니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꿈이 이루어진 느낌이다. 인생을 살 만큼 살아내고 이제 자유로운 날들, 좋아하는 책을 원 없이 읽을 수 있다는 기대에 설렌다.


지난 2년 가까이 시니어에서 붓글씨 쓰고 그림 그리며 같이 지낸 어르신과 헤어지는 게 조금 섭섭했다. 사람 사는 것이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니라서 섭섭해도 도리가 없다. 만나면 혜여져야 하는 것이 우리네 삶인 걸. 어르신과 같이 지내는 동안 서로 불편함 없이 잘 지내 왔는데 헤어져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 한편이 짠해온다. 이별은 언제나 서럽다.


며칠째 날씨는 매우 춥다. 추운 날씨 탓에 사람들은 집안에 꼭꼭 숨어 있는지 찬 바람이 날카로운 길거리에는 사람들의 발걸음조차 멈추어 한산하다. 잿빛 하늘에 송이눈이 한송이 두 송이 포근포근 내리고 계절은 한 겨울로 다시 돌아가는 느낌이다. 곧 3월이 오는데 계절이 뒷걸음 치치려 한다. 사람도 때론 뒷걸음치듯 세월도 뒤로 돌아가는 경우가 있을까? 아마 그런 날은 오지 않을 것이다. 괜히 혼자서 상상을 해 본다.

아침 식사 후 남편과 함께 월명초등학교를 찾아갔다. 군산에 살면서도 월명 초등학교가 어디 있는지 몰라 인터넷에서 찾아보다니 내가 군산 사람 맞나 싶다.

딸들이 초등학교를 졸업한 지 오래 지나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세월이 흐를수록 자꾸 주변이 변해 가고 있다. 새로 개발한 동네를 가면 여기가 내가 사는 지역인가 할 정도로 낯선 곳도 있다. 몇 년이 지나면 도시는 또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을 것 같다.


시니어는 겨울 2개월 동안 방학을 한다. 아마 추운 날씨에 어르신들 건강이 염려되기 때문 일 것이다. 내가 1년이 넘게 그림을 그렸던 일이 마감되었다. 수요처가 없어 내린 결론이다. 그림엽서를 그려서 관광객에게 주려고 시도했지만 사람들은 관심이 없다. 요즈음 사람들은 내가 하고 싶은데로 살아간다. 본인이 좋아하지 않는 일에는 눈길도 주지 않는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빠르게 변해 가는 세상 속에 노인들은 길 잃은 미아처럼 허둥거린다. 적응하기 어렵지만 그러려니 하고 산다.


처음으로 찾아가는 월명 초등학교, 내가 만나는 사람은 어떤 분들일까? 살짝 설레면서 약간은 긴장이 된다. 사람은 새로운 공간과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는 친숙할 동안은 낯설다. 나이가 들 수록 오래되고 익숙한 환경이 편안하다. 그렇다고 늘 편안함에 안주하다 보면 성장할 기회를 놓칠 수 있어 도전하는 걸 멈추지 않으려 한다.


학교 도서관 사서일은 두 사람이 함께 하게 되어 있어 그분은 벌써 학교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나보다 훨씬 젊은 분이다. 학교 사서일을 하게 되면서 또 새로운 인연을 만나게 된다. 사람을 처음 만나면 알아가는 동안은 약간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많다. 조금 양보하고 잘 대해 주면 편한 사이가 되리라 생각한다. 그분과 만나 행정실로 향하였다.


학교 행정실에는 젊은 선생님 세 분이 업무를 보고 계셨다. 시니어 사무실과는 연락이 되어 있어 반갑게 맞아 준다. 우리가 일 년 동안 일해야 하는 도서관을 둘러보았다. 책도 많고 정리해야 할 일들이 눈에 보인다. 오늘은 담당선생님이 계시지 않아 전화로 인사만 하고 월요일부터 작업을 하기로 하고 교장실로 인사차 들렸다.


교장선생님이 남자인 줄 알았는데 50대가 조금 넘은 젊은 여자분이 교장 선생님이시다. 얼마나 친절하게 대해 주시는지 마음문이 활짝 열리도록 따뜻하게 환대를 해 주신다. 날이 춥다고 따뜻한 차를 대접해 주고, 학교 학생수와 학교의 내력을 설명하시면서 마치 오래전에 만나온 지인처럼 친근하게 대하신다.


학교는 아파트들이 둘러 쌓인 곳에 자리하고 있어 아늑하다. 지은 지 4년이라서 도서관도 깨끗하고 학교도 깨끗했다. 선생님들도 친절하고 올 한 해 이곳을 드나들면서 따뜻한 기운으로 한해를 잘 보낼 것만 같은 예감이 든다. 첫인상, 첫 느낌이 좋은 것처럼 즐거운 일들이 있을 거라 기대를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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