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내게 마음 편히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 누구를 만나거나 조용히 해야 할 일이 있으면 이용하는 공간이다. 사람 사는 일은 내일도 무슨 일이 일어나지 예상을 모르고 사는 일이 많다. 아니 내일이 아니라 잠시 후의 일도 알지 못하고 사는 우리, 그래서 사는 매일매일이 더 소중하다.
지난가을 동네 뜨개방 선생님의 권유로 선생님의 지인인 갤러리에서 작은 전시회를 열었다. 이틀 동안 짧은 시간이었지만 갤러리 주인이신 선생님이 내가 전시한 소품들을 너무 좋아해 주셨다. 그렇게 만나게 된 인연, 갤러리는 평소에는 아드님 그림만 전시해 놓고 항상 비어 있는 공간이다. 그런 까닭에 나보고 언제라도 필요할 때 이용하라는 말을 해 주었다.
그분은 얼굴빛이 밝고 맑다. 목소리는 에너지가 넘쳐 만나는 사람에게 기분 좋은 미소로 마음이 포근해 온다.
어쩌다 바람처럼 찾아온 인연, 서로 바빠 잘 만나지는 못하지만 그리움은 늘 마음 안에서 맴돈다. 사는 것이 바쁜 사람, 삶의 무게 때문일 거라 생각한다.
며칠 전 일이 있어 그곳에서 사람을 만나서 차 한잔 하는 날이었다. 대화 중 "선생님 제 가슴은 까만 제가 되어 살아요" 그 말을 듣고 그도 그럴 것이다 하고 어렴풋이 짐작만 한다. 사람에게 는 누구나 지고 가야 하는 삶의 무게가 있다. 가볍고 무겁고 그 차이 일 뿐이다. 저마다의 본인 만의 짐을 지고 살아간다.
햇살이 고운 봄날 아침 일이 있어 도아 선생님과 차를 마신다. 공간을 활용하도록 배려해 주는 마음도 고마운데 어느 결에 간식을 예쁘게 준비해서 내어 놓는다. 그러한 일련의 내어 줌은 작은 일처럼 생각되지만 그건 바로 상대에 대한 배려고 환대일 것이다. 환대란 말에도 무게가 있다. 그 무게는 숫자로 잴 수 있는 일이 아니란 걸 잘 알고 있다.
나는 진달래 피었을 때 부쳐 냉동고 넣어 두었던 화전과 차를 준비해 가지고 봄길을 걸어 약속된 곳으로 걸어간다. 가는 걸음마다 온통 봄이다. 초록의 나뭇잎도 예쁘고 곳곳에 피어 난 철쭉도 예쁘다. 눈에 보이는 이름 모를 꽃들도 아직은 봄이라고 말을 해 준다.
나는 유난히 보라색을 좋아한다. 오동나무 꽃이 피거나 등나무 꽃이 피면 보라색 옷을 입고 싶다. 길을 걷다가 만난 보라꽃 두 송이를 꺾어 들고서 편안한 사람을 만나려 봄길을 걸어간다. 아무리 사는 일이 바빠도 만날 사람은 만나고 살아야 마음이 꽃처럼 피어난다. 내 삶을 응원해 주는 사람을 만나면 내 마음은 어느 결에 꽃이 된다. 그 얼마나 고마운 인연인가.
새로 온 잎으로 만든 햇녹차 맛은 상큼한 봄 맛이다. 차를 마시고 마음을 나눈다. 서로의 마음에 꽃처럼 피어나는 시간이다. 서로를 응원하고 그리워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필경 환대다 될 것이다. 하루 중 오늘 작은 내어 줌의 환대가 나를 살게 하는 한 줄기 시원한 바람처럼 달콤하다. 문득 생각나는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 시가 마음으로 들어오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