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은 온통 초록으로 물들인다. 누가 매 마른 빈 가지에 이토록 아름다운 초록의 옷을 입혀 놓았는지, 마치 하늘은 가리는 이불 같다. 자연을 바라보며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다운 세상 속에 앉아 나도 초록이 된다. 계절이 바뀌는 현상이 당연한 듯 무심했던 날들, 왜 지금은 다를까, 그건 곧 나이 듦 일 것이다. 아침 창가에 서면 베란다에 찾아온 햇살조차도 감사하고 행복하다.
나이 듦이란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곁에 있는 사람 역시 애틋하고 소중하다.
이 세상 우주 만물의 생성과 소멸을 바라보며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그 비밀을 알 수 없는 신비함에 놀란다. 인간이 태어나고 살다가 소멸하는 모습을 자연에서 배우며 살고 있다. 나무들은 침묵을 하며 묵묵히 자기 만의 삶을 살아간다. 그 겸손함을 보면서 나도 의연한 나무를 닮고 싶다.
군산 월명 공원 나무들이 유난히 초록색이 너무 아름답다
지난해는 매일 다니던 산책을 올해 들어 드문 드문 다닌다. 게을러지는 습관을 보며 나이 들어가는 현상인가 싶어 마음 한 구석이 시려온다. 나는 매일 해야 할 일이 많다. 그렇다고 놀면서 빈둥거릴 정도로 여유 부리지도 않는데 왜 이렇게 바쁠까? 바쁜 일상은 나를 더 부지런이 살 도록 길 잡이가 되어주는 것 같아 감사하다.
남편은 집안에서는 혼자 놀지만 산책은 혼자 가지 않으려 한다. 남자는 나이 들면 자꾸 어린애가 되어 가는지 가늠이 안된다. 남편은 나이 들어가면서 니타 나는 현상은 자꾸 움직이기 귀찮아한다. 내게도 가끔 어떤 날이면 사람 만나는 일이 귀찮아지고 누구와 많은 이야기하는 것조차 싫어진다. 그저 침묵하고 싶다.
길을 걷다가 초록 속에 앉아 쉬고 있으면 나도 마치 초록의 한 부분이 된다. 내 앞에 보이는 커다란 나무 위에 청설모 두 마리가 오르락내리락 숨바꼭질하듯을 장난을 친다. 걷다가 잠깐 앉아 쉴 때면 온갖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새소리, 바람소리 가만히 눈 감고 듣는 자연의 소리는 탁한 마음도 씻어 내는 듯 모든 번뇌에서 사라진다.
빽빽이 우거진 측백나무 아래 잠깐 쉬는 시간 갑자기 정호승 시인의 시가 생각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 정호승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구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정호승 시인의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시 중에서
나뭇잎 사이로 바라보는 하늘은 느낌이 다르다. 잎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은 빛이 난다. 세상 그 무엇이 이 토록 아름다울 수 있을까.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자연 앞에는 작아진 내 모습을 볼 수 있다. 자연과 함께 하는 순간은 언제나 마음이 포근해진다. 우리 모든 사람들이 돌아가야 할 곳은 자연이므로그러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