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과 숨바꼭질 한 날

by 이숙자

살면서 당황스러운 일을 마주 할 때가 종종 있다. 며칠 전 시 낭송 회장님 전시장에 갔다가 점심을 먹으려 이동할 때 차를 옮겨 타야 했다. 회장님은 언제나 차량 이용할 때마다 싫은 기색이 없이 자신의 차량을 운전을 하신다. 그러기가 쉽지 않은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사람들 앞에서 솔선 수범하는 일이 때론 힘겨울 것이다.


모처럼 시골길을 드라이브하듯 달린다. 회장님과 꽃집 사장이신 두 분은 초등학교 동창이라 한다. 한적한 시골길, 그분들은 옛 추억을 더듬으며 마음이 아련해지는 것 같다. 늦은 나이에 추억을 공유하며 좋아하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은 마음의 긴장을 풀어지게 하는 일이다.


아주 오랜 친구와 삶을 공유하며 산다는 것은 마음이 부자일 것 같다. 회원들과 같이 모였을 때도 " 00 야 " 하고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얼마나 정겨운지, 나이 들어 내 이름을 불러 주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더듬어 생각해 본다. 이름 불러 주는 사람은 가장 가깝고 편한 사람이다.


시내와는 떨어진 시골인데 생선탕을 파는 식당은 사람이 많았다. 무슨 이유일까, 나는 궁금했다. 식당에 사람이 많은 데는 이유가 있다. 누룽지를 튀겨 내어 주는 것도 먹을 만하고 반찬들이 깔끔하고 맛있었다. 생선 탕 맛도 괜찮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은 각기 다른 그 사람만이 취향이다. 식당 앞에 피어 있는 자색 초롱꽃이 인상 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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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곳마다 꽃 천지인 세상, 눈이 호강을 한다. 꽃만 보면 나도 몰래 폰을 꺼내 사진을 찍어 저장을 한다. 내가 마치 꽃이라도 되고 싶은 희망이 마음 안에 담겨 있나 보다. 사람도 저마다 향기가 다르듯 꽃의 빛깔과 향기도 다 제 각각 다르다. 살면서 수많은 날 꽃처럼 살고 싶어지는 요즈음이다. 계절마다 피어나는 아름다운 꽃, 꽃이 있어 우리 일상이 풍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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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다시 읍내로 나와 같이 같던 선생님 차로 옮겨 타고 집으로 와서 남편에게 꽃집 사진들을 자랑삼아 보여 주려고 가방 안에 휴대폰을 찾으니 폰이 없다. 가방을 다 쏟고 이곳저곳을 찾아도 폰이 없으니 가슴이 덜컥 내려 않는다. 이런 때 멘붕이 왔다고 표현 하나 보다.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정서적으로 불안하고 안절 부철 어찌해야 할 줄을 모르겠다. 기억을 더듬어 본다. 어디에서 빠졌을까? 밖에서 빠진 것 같지는 않은데.


폰이 없으면 전화번호도 알지 못한다. 지난번 폰이 고장 났을 때도 당황했던 일이 그대로 재현된다. 참 내가 세심하지 못함에 후회가 밀려온다. 그나마 컴퓨터 카톡이 있어 다행이다. 톡으로 주변 가까운 사람에게 같이 했던 분 전화를 물으니 답이 없다. 이 사람 저 사람 다섯 사람 톡을 컴퓨터에 열어 놓았지만 답은 금방 오지 않으니 초조하다. 모두 바쁘겠지 하면서도 내 마음은 애가 탄다.


가까운 사람들 전화번호 좀 적어 놓을 걸. 카톡 창을 띄워 놓고 연락이 될 사람들에게 전화번호를 물어보고 기다리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그런데 아무도 빨리 대답하는 사람이 없어 마음이 놓이질 않아 안절부절못하면서 기다리고 있다. 전화에는 각종 카드며 주민증 내 중요한 것들이 그곳에 다 끼워져 있어 더 걱정이다.


한참 후 꽃집 사장님에게 연락이 왔다. 회장님 차에 내 휴대폰이 있다고 한다. 어떻게 거기에 빠졌을까. 그 카톡을 받고서야 안심이 되어 컴퓨터를 열고 글을 썼다. 우리가 언제부터 휴대폰의 노예가 되었는지, 지금은 휴대폰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은행일이며. 중요한 사진이며 여러 가지 일을 폰으로 처리해야 한다. 때론 문명의 이기가 사람을 바보로 만든다. 사람들의 전화도 하나도 외우지 못할 정도로. 기억력을 감퇴시킨다.


마치 휴대폰과 숨바꼭질 한 느낌이다. 차를 두 번이나 옮겨 타면서 빠진 모양이다. 더구나 가방이 아닌 바구니가 위험함을 알았다. 내손으로 가방을 가지고 있지 않고 뒷좌석에 놓아둔 바구니가 옆으로 넘어질 때 빠진 모양이다. 가방 덮게가 없어서 더 위험한 걸 알았다. 전화번호를 물어 알게 되고 회장님과 전화를 하고 찾으려 가겠다는 말을 했지만 번거로움에도 불구하고 우리 집으로 가져다주신다고 한다.


참 죄송하고 미안한 일이다. 웬만하면 찾으러 오라고 할 수도 있을 텐데 상대에 대한 배려다. 내가 조금 귀찮아도 솔선 수범을 보여주는 분이다. 리더 역할을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란 걸 다시 알게 된다. 온 마음을 다해 상대에게 진심을 다 하는 사람, 살면서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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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은 시골집에 가서 일을 하고 한참 후 휴대폰을 가지고 우리 아파트로 찾아오셨다. 휴대폰을 건네주시면서 머위 한 줌, 상추 한 줌, 요즈음 한창인 완두콩 한 줌 많지 않은 먹을거리 한 줌이 마치 정을 한 줌 내려놓고 가신다. 저녁밥상에는 남편이 좋아하는 완두콩을 쪄 주었다. 머위는 삶아 된장찌개를 하고 상추를 씻어 겉절이를 해서 먹는 저녁 밥상이 싱그럽다. 텃밭에서 기르는 야채는 사 먹는 것과는 다르다. 정이 담긴 야채라서 더 맛이 있다.


너무 반가운 내 폰. 폰을 받고 만지작 걸리며 애정의 마음을 보낸다. 하루 중 가장 많이 바라보는 폰은 친구 같기도 하고 내 기억을 저장하는 보물창고와도 같은 도구다. 그 안에 저장되어 있는 많은 사람과의 정이 담긴 이야기도 저장되어 있고, 또한 업무적인 것도 폰으로 할 수 있다. 지금은 폰이 없으면 일상생활이 많이 불편하고 정서적으로도 불안하다.


주인인 내가 잘못해 잠시 나를 잠시 떠났던 폰은 나와 숨바꼭질을 하며 자신의 존재를 나에게 상기시킨 건 아닌지. 더 관심을 같고 소홀히 대하지 않아야 할 것 같다. 고마운 내 폰이여, 다시 돌아와 주어 고맙다. 다시는 너를 소홀히 대하지 않을게, 마음으로 다짐을 하며 폰과의 숨바꼭질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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