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마지막 날

대야 방앗간 전시장과 대야 농원을 방문한 하루

by 이숙자

소낙비가 온 세상 먼지를 다 씻어 낸 듯 하늘은 맑고 햇살이 좋은 날이다. 화요일, 며칠 후면 돌아올 공연을 앞두고 시극을 연습하는 날이었다. '한시예' 회장님과 어머니가 그림 전시회를 한다는 말을 진즉에 소식은 들었지만 가 보지를 못해 마음이 개운 하지를 않았다. 시낭송 회원들이 모이는 날, 딸 초등학교 선생님이셨던 전 선생님이 " 내일 회장님 그림 전시장을 같이 가 실 수 있으세요?" 하고 물어 온다.


수요일, 모처럼 시간이 많은 날이다. 우리는 만나 전시장을 가기로 약속을 했다.


전시장이 있는 곳은 군산 대야 시장 안에 있는 백 년이 된 건물 방앗간이었던 곳이다. 아침 서둘려 남편과 공원 산책을 다녀오고 전선생님을 만나 대야로 달려갔다. 평소에는 모두가 얼마나 바쁜지 마음 편히 만나서 차 한잔 할 여유도 없이 살아간다. 다행히 만날 수 있는 시간은 화요일 '한시예' 시 낭송 연습하는 곳에서만 만날 수 있어 차 한잔 하면서 아쉬움을 달랜다.


사람의 인연이란 멀리 있다가도 숙명처럼 다시 만나 삶의 한쪽을 나눈다. 수많은 시간들을 다 보내고 삶의 끝자락 늦은 나이에 정서가 같은 사람들을 만나서 목표가 같은 길을 걸어간다는 것은 얼마나 마음 한편이 따뜻해 오는지, 함께라는 말과 걷는 발걸음이 가볍다. 세상은 혼자 사는 것 같지만 때론 곁에 마음을 나누는 사람이 없다면 너무도 쓸쓸하고 추울 것이다.


대야는 지명에 알맞게 넓은 들이라서 쌀이 많이 나오는 곡창 지대다. 군산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아 오일마다 장이 열리는 대야 장에는 지금도 모이는 사람들이 많다. 주로 먹거 리리가 많아 싼값에 살 수 있어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는 시장이다. 아직도 옛날 추억이 묻어 있는 정이 있는 곳 대야 장은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인기가 많은 곳이다.


백년이 된 장터 방앗간 전시장

딸 그림과 어머니의 그림


우리가 간 곳은 백 년이나 된 방앗간 한편 작은 공간을 마련하고 전시장을 열어 소박한 전시를 하고 있었다. 낡은 건물, 백 년이란 세월의 무게를 질머진 건물은 예전 모습 그대로의 모습을 하고 있다. 옛 건물과 새로운 작은 공간 전시장이 대비가 된다. 과거와 현제가 공존하는 것 같은 묘한 대비다.


그 안에 어머니와 딸의 그림이 나란히 걸려 있다. 93세의 나이인 어머니와 70세가 다 되어가는 딸의 그림이 걸려 있다는 것이 참 정겹고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시장 주변에 아직 헐리지 않고 그대로인 방앗간, 사람들은 찾아온 어떤 느낌을 받고 갔을까, 그게 궁금해진다. 세상은 변해도 옛 추억을 그대로 간직한 건물이 무척 생소하다.


세상이 하도 어수선하고 가족 간의 생과 사를 가름하는 뉴스가 남발하는 삭막한 요즈음 세상에 어머니와 딸의 그림 전시회는 따뜻해서 너무 좋았다. 사람들도 이곳에 와서 어머니와 딸의 정을 느끼고 갔으면 좋겠다.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는 말에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94세에 그림을 그리고 딸과 전시회를 하시다니 그 소식에 나는 처음에는 충격이었다.


대야에는 한시예 회원 중 천사라고 이름 부르는 박 선생님이 꽃집을 하고 사신다. 꽃집은 그냥 꽃집이 아닌 농원이라 한다. 그 말에 어울리도록 그곳은 꽃천지다. 선생님은 사람 좋아 보이는 푸근한 인상을 가지신 분이다. 지나는 말로 "수국 필 때 구경 오세요" 권하는 말을 듣고 언제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그 그리움이 오늘에야 실현할 수 있어 너무 좋았다.


길거리에서 본 꽃집 입구부터 특별하다. 오래된 돌학과 단풍나무며 예쁜 꽃들이 피어 있고 안으로 들어갈수록 비밀의 정원처럼 수 없이 많은 꽃들이 우리를 반긴다. 박 선생님이 살고 있는 안집 마당에 들어서니 꽃 대궐이다. 유난히 눈에 띄는 커다란 바위와 백 년이 되었다는 소나무 두 그루.


안집 입구에 핀 으아리 꽃 집안이 완전 산속에 있는 느낌, 마당에 피어있는 수국들


입구에는 으아리 꽃이 활짝 피어 우리를 어서 오라 손짓하는 듯하다. 수 없이 많은 아름다운 수국이 손짓하며

우리를 반긴다. 정말 특별한 곳이다. 나는 가정집 안에 이리 예쁜 꽃들을 본 경험이 별로 없다. 마당 안에 커다란 바위와 백 년이 넘은 소나무는 두 그루는 이 집을 지켜 주는 수호신처럼 우뚝 서 있고 그 당당한 기상에 놀라웠다. 이 집은 범상치 않은 사연을 담고 있을 것만 같다.


꽃과 풀이 공생해도 괜찮다. 너무 깔끔하지 않아 오히려 더 자연스럽고 친근하다. 안집도 아득하다.


밤이 오면 부부가 별을 본다는 바위 마당에 놓인 커다란 바위, 밤이면 부부가 누워서 별을 본다는 곳

주인 부부는 동안 피곤한 몸을 밤이 되면 마당에 놓인 커다란 바위에 돌베개를 베고 누워 별을 헤인 다고 하니 이 얼마나 낭만 적이고 행복한 부부인가? 자녀들은 다 독립하고 중년도 훨씬 넘은 나이의 부부가 만들어 가는 꿈의 동산이다. 꽃들과 눈 맞추고 자연 안에서 순수한 맑은 마음으로 살고 있는 부부의 모습이 행복해 보인다. 같이 간 전 선생님과 나는 탄성을 지르며 사진 찍기 바쁘다.



회장님과 합류를 하고 전시장 구경도 하고 점심도 같이 먹고 준비해 간 녹차로 차 한잔 나누며 사람과 정을 나눈다. 아름 다운 사람과 아름다운 꽃들과 눈 맞추며 보낸 오늘 하루가 행복이 내 안에서 넘실거린다. 세상을 살만큼 살아온 여자 넷의 아름다운 수다도 묵직한 아름다움이 담겨 있어 좋았다.


대야 농원에서 가져온 수국


정 많으신 박 선생님의 대야 농원의 선물 연분홍 수국과 작은 것들 요것 저것 챙겨 주신다. 사랑이 담긴 꽃은 우리 집 베란다로 와서 밝게 웃고 있다. 그 모습이 박 선생님 닮았다. 누군가의 마음에 사랑을 남기는 일은 따뜻함이다.


회장님은 온 마음으로 회원들을 챙기고 베풀고 그런 사람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줍고 살 수 있어 고맙고 감사하다. 정이란 나눌수록 커진다는 말이 있다. 주변의 넉넉한 사람들을 보면서 배운다.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아야 할까, 5월을 보내는 마지막 날, 행복을 마음 안에 담고 하루를 마감하다. 곁에서 마음을 나누는 사람이 있어 내 노년의 삶이 풍요롭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봄비가 주는 여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