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일상 속으로

매일 나를 기다리는 일상의 삶

by 이숙자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세월은 흐르는 시냇물처럼 소리 없이 흘러가고 있다. 어느덧 가을이 시작되는 9월이다. 지금은 그토록 뜨겁게 열기로 가득했던 더위도 물러가고 선풍기 없이도 밤을 보낼 수 있다. 창문을 열어 놓으면 날마다 그렇게 우렁차게 울어 대던 매미 울음소리도 뚝 그쳤다. 그 요란한 매미 울음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발걸음 가벼이 산책길에 나서면 풀숲에서 들리는 풀벌레 울음소리가 가을이 오는 신호를 보낸다. 계절의 변화는 참으로 오묘하다. 어쩌면 계절은 쉬지 않고 가고 오는지 생각할수록 알 길이 없다.


며칠 분주함을 뒤로하고 일상으로 돌아와 바쁜 나날이 이어진다. 학교 도서관에 나가 사서일을 일을 해야 하고 내게는 약속된 요일 일 들을 잘 소화해내야 한다. 몸이 무겁고 피곤한 오늘은 쉬면서 게으름을 피워 보고 싶지만 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견뎌본다.


나는 어느 날부터 소유하려는 욕심에서 마음을 내려놓으니 사는 게 가벼워졌다. 그런 일련의 일들은 채워지지 않은 마음의 공허함 때문이라는 걸 알았다. 이제는 내 마음 안에 재화가 아닌 나의 내면과 영혼을 채울 수 있는 일에 좀 더 당당한 내가 되기를 다짐하면서부터다. 나와의 약속이지만 해이해져서는 안 된다.


이 나이에도 많은 일을 소화하고 살 수 있는 내 삶에 만족한다. 다른 사람의 삶을 기웃거릴 필요가 없다. 남의 일에 욕심을 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지금 나를 둘러싸고 있는 내일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는 소박함이 나를 기쁘게 한다. 월요일은 언제나 바쁘다. 내일이 아닌 일에 욕심을 내지 않는다.


아침 10시에 시 낭송 수업 갔다가 집에 돌아와 점심 후 1시에 학교 도서관 사서일을 간다. 4시에 돌아와 저녁 준비해 놓고 논개 시극 연습을 갔다 온후 서점에서 수업하나 가 더 있다. 하루 일과가 끝나는 시간은 밤 9시 정도다. 그 시간이 되면 피곤하기는 하지만 못 견딜 정도는 아니다.


논개극 연습 끝나는 때가 꼭 저녁밥시간이라 끝나고 헤어지려면 괜히 내가 민망하다. 집 냉장고에 넣어둔 두유와 빵집에 가서 빵을 열 사람 몫을 사가지고 연습실을 갔다. 손에 먹을 간식이라도 들고 가고 나서야 민망함이 덜하다. 나이 들면 입은 다물고 지갑은 열라고 했다. 무엇이라도 나눔을 하고 주는 것이 있을 때 기쁘다.


바쁘고 힘들지만 매일 일상 속에 내 삶은 쌓여 간다. 보통 사람들의 상식으로는 웃을 일이다. 나이에 맞지 않는 삶을 산다고, 누가 뭐라 한들 무슨 대수인가, 내 삶은 내가 정해놓고 물이 흐르듯 흐름에 따라 살아가면 되는 거다. 삶이란 누가 대신 해 줄 수 없는 자기만의 삶인 것이다.


겉멋에 치우치지 않고 나의 영혼을 채울 수 있는 곳에 빈 의자 하나를 마련해 두고 쉼을 하고 싶다. 인생이 아름답고 찬란하다는 말을 나이 80이 되면서 할 줄 나는 몰랐다. 지는 저녁노을이 아름답듯이 노년의 삶도 아름답고 찬란하다. 산다는 것은 생각하기 나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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